<아름다운 날은 가도>
- 2006. 5. 30. 화. 백장미-
그 푸르든 날의 오월 속에
잠자리처럼 살짝 내렸다가
일상으로 돌아 온 날엔
더운 창 밖에 우르릉 천둥이 온다.
잠시 잠깐 이라던
아름다운 날은 가고
연초록 천지도 짙푸르러
저문 날 입 다문 채송화처럼 감격도 다물었다.
다른 세상 찾아 간 꽃비도
송골송골 올라오던 새싹도
뭉개구름 따라
어딘가에서 나폴거릴 테고
여민 창가엔
초롱초롱 새가 울고
바람 따라 나풀거린 나비는
잊어버린 사랑을 간질인다.
세월은
또 이렇게
새로움도 다 묻고
내 그리움도 다 담고 흔적을 지웠어도
너와 내가 알고
바람이 알고 하늘이 안다면
이 여름 날 자그맣게 감격하며
다시 아름다운 날 건져 줄 테지.
<계룡산 삼불봉을 찾아서(2)>
- 2006. 5. 31. 수 신형호-
금잔디 고개를 넘어서
가파른 숲길을 허겁지겁 감고 돌아
수백 개의 철계단을 오르니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는 삼불봉 정상!
눈앞이 갑자기 시원해진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바람
푸름으로 춤을 추는 숲과 하늘과 비안개
멀리 문필봉, 관음봉과 천왕봉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 하며
부르기도 전에 가슴속에 안겨들어
탁 트인 대자연 위에 내 자신이
천상세계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았다.
산 중턱에 위치한 남매탑!
한 스님과 보은의 인연으로 맺은 처녀가
남매가 되어 평생 불도를 닦았다는
그 옛날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채
오랜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은은한 눈빛으로 세상을 함께 하며
돌이끼로 허리 두르고 말없이 서 있는 두 석탑.
각자 정성스레 싸온 도시락으로
빙 둘러앉아 먹는 점심시간
물김치, 더덕무침, 비지, 한재 미나리
풋고추, 오이, 명란젖......
이보다 더 풍성한 진수성찬이 있을까?
내려가는 길도 역시
물에 한껏 취한 돌계단 때문에
더욱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방심한 탓인가?
갑자기 쿵 하더니
산행대장이 미끄러졌다
금세 팔의 상처가 부어오르고
붉은 선혈이 솟아
내 자신이 다친 양 애처롭다.
우리나라 최고의 비구니 강원인
동학사 절집 앞에는
늦은 오후 관광 온 사람들로
조용한 비구니 사찰이
온종일 소란스럽다.
말끔히 얼굴을 단장한 하늘아래
내리붓는 햇살의 신선함을 즐기며
매표소 입구까지의 녹음길은
넉넉한 친구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어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산행이었다.
주차장 입구의 개울도
어느 산골의 계곡보다 뒤지지 않을 만큼
방금 닦은 거울처럼 깨끗하여
누구라도 신을 벗고 풍덩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었다.
어둠이 짙어간다.
영적인 기가 너무 강해서 그랬을까?
남자와 여자의 관점차이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2% 부족한 탓에 벌어진
잔가지에 걸린 물방울 같은
해프닝을 뒤로 한 채
일행을 실은 승합차는
요란한 뽕짝 가요의 흔들림에
더욱 빠르게 귀가 길을
출렁이고 있었다.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246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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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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