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송수권 시인
비가 오는 날 고모를 따라 고모부의 무덤에 갔다
검은 배들이 꿈틀거리고 묵호항이 내려다보였다
고모는 오징어를 따라 군산 여수 목포 앞바다를 다 놔두고
전라도에서 묵호항까지 고모부를 따라왔다
나는 실로 이십 몇 년 만에 고모부를 찾았다
고모부는 질펀한 동해에서 돌아와 무덤 속에 잠들었다
폭풍이 치고 온 산과 바다가 울고
독도 바깥 대화퇴 잠든 어장을 우산으로 가리며
늙은 고모의 등이 비에 젖지 않게
나는 우산대에 박쥐처럼 붙어 눈물을 떨구었다
사는 일은 무엇일까?
공동묘지의 벌겋게 까진 잔등이 비에 얼룩지고
비명처럼 황토흙의 빛깔들이 새어나왔다
외짝 신발 하나를 묻고 봉분을 짓고
<오매 오매 날 무얼라고 맹글었는고 짚방석이나 맹글 일이제....>
흐렁흐렁 울음 속에서도 황토흙처럼 불거져 나온
저 전라도의 간투사間投詞들
오늘 나처럼 고모부 내외가 낯설게 이삿짐을 풀던 날도
묵호항은 이렇게 흔들리고만 있었을까
-시집 <꿈꾸는 섬> 문지.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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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시인(1940~2016) 전남 고흥 출생
학력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 학사
데뷔
1975년 시 '산문에 기대어'
수상
2013년 제5회 구상문학상 본상
2012년 제8회 김삿갓문학상
경력
순천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2005.08 순천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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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