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선생님께서 매일, 혹은 매주 일기나 독후감을 쓰는 것을 숙제로 내셨고, 그것을 매번 검사를 받아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독후감의 목적이 정말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 아닌, 억지로 해야하는 숙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랬던 경험 때문일까 한동안 독후감을 쓴 경험이 없다. 군복무 시절, 휴가를 받기 위해 사단 독후감 대회에 참가하려고 몇일동안 쓰다가 포상 휴가를 모두 받아서 절반 정도 쓰다 만 것이 가장 최근에 썼던 독후감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공계열 글쓰기 토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글쓰기나 레포트를 과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썼던 적이 있는가?“ 라고 질문을 했을 때, 학창시절의 일기와 독후감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군복무 중 휴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후감도 생각이 났다. 난 단 한번도 순수한 나의 생각을 적는 글쓰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과제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달라진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물론 이번 독론 과제의 목적이 과제이고, 학점을 받기 위함이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느낌을 적도록 하겠다.지금까지 나의 느낌을 쓰라는 과제를 받으면 당연히 책을 읽은 독후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책, 그림, 시, 광고, 음악 중 무엇이든 좋으니 ‘이여관지’ 의 마음으로 써오라고 하셨다. 난 음악에 대한 감상문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 음악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내가 고른 음악은 따뜻한 기타 반주 소리와, 허스키하고 마음을 녹이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Ed Sheeran의 Perfect’ 인데, 유튜버 ‘J.Fla‘ 님의 커버 버전을 감상하고 반주와 가사에 대한 느낌을 쓰려고 한다. 음악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 https://www.youtube.com/watch?v=mKp_yaKmvgA )
우선 영상을 재생하면 반주가 나온다. 어떤 악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리듬으로 비슷한 음들이 반복적으로 ’콩콩콩’ 으로 들려진다.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읊조리듯이 부르는 노래이다.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면, 아마 심장이 두근두근 했을 것이다. 난 이 반주가 그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표현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북이나 트럼펫 같은 소리가 크고 무거운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맑은 물 위에 풀 잎에 맺힌 새벽 이슬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는 악기로 반주를 한 것이 사랑을 말하는 순수한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듣는 사람들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 같다.
이 노래는 팝송이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영어인 가사가 잘 들린다. 노래 자체가 빠르지 않기도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에 대부분 사랑을 말하는 내용이라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하는 것을 구경하는 듯하여, 몰입해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작사가는 어떤 마음으로 가사를 썼을까? 일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1절에는 ‘I found a girl beautiful and sweet’ , ‘I never knew you were the someone waiting for me’, ‘cause we were just kids when we fell in love’ 라는 가사들이 있다. ‘a girl’ 과 ‘just kids’ 라는 말로 보아 남녀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서로 알았고, 사랑의 감정을 가졌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절에는 ‘I found a woman, stronger than anyone I know’ , ‘Fighting against all odds’ ‘I know we’ll be alright this time’ 이라는 가사들이 있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어라? 1절에서는 girl이라 했는데, 2절에는 woman 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가요이다 보니 1,2절에서 다른 여자에 대한 사랑을 부르는 비도덕적인 일은 없을 것이고.. 아!! 시간이 지나 어린 소년의 사랑에서 성년의 사랑으로 발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바래왔던 사랑의 모습이라 설레었다. 남들은 지겹다고 하겠지만, 평생을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함께 즐거움, 슬픔을 공유하고 늙어가는 것이 내가 하고싶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다른 가사들을 보면 남녀가 맨발로 풀밭에서 둘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있고,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자신에겐 과분하다며 완벽(perfect)하다고 여자에게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을 들으며 저번 여름 방학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두오모 성당, 조토의 종탑, 우피치 미술관 등 르네상스의 건축물과 미술 작품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모두 다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갔을 때였다. 일몰과 야경을 보기위해 맥주 한 캔을 들고 광장을 거닐던 중, 전망이 가장 좋은 쪽에서 음악소리와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 무엇인지 보러 갔다. 그 곳에서는 한쌍의 남녀가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에 맞추어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있었다. 해는 저물어 깜깜해지고, 별빛, 가로등 빛, 그리고 도시의 빛으로 반짝이는 그 공간에서 그 남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마 그 모든 반짝이는 것들 중에서 서로의 눈이 가장 눈부시게 반짝였을 것이다. 춤을 다 추고 나서 서로 키스를 했다. 둘은 이 노래의 가사처럼 좋아하는 노래를 틀며 관광객으로 가득 찬 광장에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춤을 췄다. 이곳에서 본 야경보다 서로 행복하게 사랑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따뜻한 이불을 덮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은 반주와, 어릴적부터 키워온 사랑을 성인이 되어 같이 힘든 미래를 헤쳐 나가자, 손을 잡아줄게라며 믿음을 주는 가사와 JFla님의 봄바람처럼 간지러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이 곡을 더 ‘Perfect’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면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가 보고싶어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사 속 연인처럼, 미켈란젤로 광장의 연인처럼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서로를 보며 춤을 추고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