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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반지의 제왕’을 중심으로
유혜식 목사
•푸른교회․아가페청소년교육선교회 사무국장•
요즘 환타지가 유행하고 있다. 영화계는 “해리 포트”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떠들썩하고 문학계는 또 문학계대로 각종 환타지 소설들의 인기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우리 시대에 이렇게 환타지가 부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환타지를 접한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마법을 믿지나 않을까?’, ‘영적으로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환타지에 등장하는 종류의 사이비 종교나 신비주의 집단에 가입하거나, 마술에 심취하지는 않을까?’, ‘환타지를 통해 마법과 주술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이 나중에 악한 영의 세계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환타지의 유행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 것인가? 이 문제를 반지의 제왕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 한국에서의 환타지 역사
한국에서의 환타지의 역사는 1990년대에서 시작된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에 PC 통신이 꽃피우던 시기로 PC 통신의 양대 산맥인 천리안과 하이텔과 함께 나우누리 등 후발주자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며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우리나라 초창기 환타지 문화는 PC 통신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1993년부터 하이텔의 공포란에 우연히 글을 올린 이우혁은 이듬해 이 글을 다듬어 “퇴마록” 제 1권으로 출간하게 되었는데 ‘귀신을 내쫓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그린’ 이 책은 계속 이어져서 2001년에 마침내 총 20권으로 완간되었고 총 800만 부 이상의 놀라운 판매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한편, 1997년부터 하이텔에 “드래곤라자”를 올린 이영도는 5개월만에 약 12권의 분량을 써내는 엄청난 속도로 원고를 연재하여 6개월간 조회수 90만 건이 넘는 기록을 경신하였다. 이영도의 “드래곤라자”는 전편에 이어 새로운 원고가 올라오는 새벽 1시경이면 매일 전국에서 그의 작품에 심취한 매니아들이 자다가도 일어나 PC 통신에 접속하여 그의 작품을 읽는 진풍경을 연출하여 좀비(살아난 시체들)라는 유행어를 퍼뜨렸고, 이영도는 그 좀비들을 불러모으는 네크로맨서로 불리기도 했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퇴마록”이 동양적인 주술적 세계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드래곤라자”는 중세 북유럽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드래곤, 엘프, 오크, 호빗, 트롤과 같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 후 이영도의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드래곤라자”류의 소설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유행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런 부류의 소설을 환타지(fantasy)라고 부르게 되었다.
2. 환타지 배경
이런 한국의 환타지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J. R. R.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이다. 이영도를 비롯한 한국의 환타지 작가들은 거의 톨킨의 이 작품을 직접 읽었거나, 혹은 이 작품을 기초로 한 컴퓨터 게임의 영향을 받아 창작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환타지의 유행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이로부터 유래한 컴퓨터 게임이라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영국의 소설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er and Philosopher’s Stone)이 국내에 출판되고, 심지어는 영화까지 대 인기를 모으며 엄청난 성공을 몰고 오면서 “해리 포터”는 수많은 어린이와 독자를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만들었고 이러한 관심은 이 작품이 속해있는 장르인 환타지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환타지의 고전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해리 포터” 이전에 이미 “반지의 제왕”은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었지만(국내 출판사 ‘황금가지’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등에서 출간되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을 재평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한가지 더 덧붙일 것은 “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더불어 환타지의 대표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C. S. 루이스이다. 그가 쓴 “나니아 나라 이야기”(The Chronicles of Nania)는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환타지의 백미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C. S. 루이스는 톨킨과 아주 절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 환타지가 유행하기 이전부터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었는데 그것은 그의 환타지 작품 때문이 아니라 옥스퍼드의 저명한 영문학 교수요, 프랜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기독교 지성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C. S. 루이스의 작품은 대다수가 국내에 번역되어 있고 조만간 그의 대표적인 환타지인 “나니아 나라 이야기”도 영화화되어 나올 전망이어서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C. S. 루이스에 대해선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의한 연구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3. 반지의 제왕의 내용
1. 저자
저자인 존 로널드 로웰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은 존 번연, 조나단 스위프트, 조지 맥도널드, 그리고 G. K. 체스터턴의 맥을 잇는 영국 환타지 소설의 계승자로 인정받는 동시에 매우 경건한 신앙인이었다.
1892년 당시 영국령이었던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던 그는 세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와 한 살 짜리 동생과 함께 영국으로 귀국하는데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매우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궁핍한 가정 생활로 어린 시절의 톨킨은 학교 교육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였지만 대신 어머니의 지도 하에 많은 책을 읽었는데 특히 톨킨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은 훗날 기독교 환타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조지 맥도널드의 “공주와 커디”였고 또 하나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어머니 마저 톨킨의 나이 열두 살 때 세상을 떠나게 되어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톨킨은 그 고통을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데 사용하여 그의 작품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2. 배경
“반지의 제왕”은 1954년부터 1955년에 걸쳐 3부작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우리가 잘 아는 대로 1편이 “반지 원정대”, 2편이 “두개의 탑” 3편이 “왕의 귀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워낙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환타지 기법으로 적은 것이어서 그 내용을 한마디로 간추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우선 “반지의 제왕”의 시간적인 배경은 제 3시대 말(인간이 세상을 통치하기 이전 시대)이고 공간적인 배경은 중간계이다.(소설 속에서 당시의 지구는 동쪽계와 서쪽계 그리고 그 가운데 중간계가 있다.)
3. 줄거리
소설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자면 호빗(키가 사람의 절반 만한 종족)인 빌보 배긴스는 자신의 111번째 생일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지를 끼고 사라져 버리는데 이 반지가 바로 세상을 지배할 능력을 가진 ‘절대반지’로 악과 어둠의 화신인 사우론이 만든 반지였다. 이 반지는 제 2시대 말에 두네다인의 왕 이실두르가 사우론과 대항해 싸울 때 사우론의 손에서 베어낸 것으로 그 자신도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이 그 반지를 낌으로, 자신은 죽고 반지는 인두인 강물 속에 사라졌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 반지가 골룸(스미골)을 거쳐 빌보 배긴스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 반지는 빌보 배긴스의 양자인 프로도에게 넘겨지고 반지의 역사를 대해 치밀한 연구 끝에 밝혀낸 마법사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속히 호빗의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데 이미 절대반지를 통해 악의 세계의 부흥을 꿈꾸는 사우론의 추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프로도의 일행은 도중에 이두실르의 후계자인 아라곤을 만나 그의 도움을 입어 리벤델에 도착하여 그곳의 평의회에 의해 반지를 파괴할 장소로 결정된 모르도르 화산으로 떠난다. 만약 반지를 파괴하지 못하면 중간계는 다시 세력을 회복한 사우론의 수중에 들어갈 위험에 처해졌기 때문이었다.
마법사 간달프와 프로도, 샘, 메리, 피핀 등 네 명의 호빗과 김리, 그리고 용감한 요정이며 전사인 레골라스, 그리고 두 명의 인간인 아라곤과 보로미르로 구성된 반지 원정대가 수많은 난관과 모험이 기다리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원정길에서 엄청난 괴물과 싸우던 간달프는 희생되고(그는 2편에서 백색으로 부활한다.) 또 보로미르가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 원정대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고 오크들의 습격으로 원정대는 뿔뿔이 흩어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최종적으로 반지의 파괴 장소인 모르도르의 화산에 도착한 프로도는 그 자신마저도 반지를 파괴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 반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유혹에 넘어가 그 반지를 끼고 만다. 그때 그곳까지 안내를 하던 골룸(스미골)이 프로도를 공격하여 그의 손을 물어뜯어 반지를 빼앗고 그 뺏어든 반지를 들고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좋아하던 골룸(스미골)은 반지와 함께 화산의 깊은 불꽃 속으로 떨어져 사라지고 만다. ‘절대반지’의 파괴 후 악의 화신인 사우론에 대적하던 연합군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비로소 중간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아라곤은 곤도르의 왕으로 등극하여 제 3시대를 끝맺고 비로소 인간이 통치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4. 작품 속의 복음적 요소
톨킨의 이런 작품을 보고 비성경적인 이단적 위험성을 지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지성으로 손꼽히는 C. S. 루이스는 이 작품을 “마른하늘에 떨어지는 번개와 같은 작품”으로 격찬하였는데 C. S. 루이스는 톨킨이 이 작품을 쓰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이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톨킨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반지의 제왕’에는 직접적으로 성경의 내용을 드러내는 곳은 없지만 은밀히 기독교의 정신을 품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오늘날 비성경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문학적 형식을 들여다보면 ‘천로역정’ 역시도 환타지 형식을 빌어 기록한 작품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 톨킨이 바로 이런 존 번연의 환타지 문학의 계승자이다. 톨킨은 마치 한국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콩쥐팥쥐’나 ‘심청전’과 같은 옛날 이야기(동화)를 통해 아름다운 심성을 키워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익숙하게 접했던 신화와 옛이야기 방식을 빌어 복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과 그러한 신화들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복음이야말로 아이들이 들어야할 진정한 동화요, 환타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교도 작가들이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일반계시의 차원에서 신화나 동화라는 작품을 통해 복음을 희미하게 보여준 것이라면 톨킨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러한 사명을 감당한 것이었다.
우선, ‘반지의 제왕’은 기독교의 전통에 따른 선악간의 대결 구도를 따르고 있고 악의 세력을 파괴하는 권선징악적 요소가 매우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모습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우선 1편 ‘반지 원정대’에서 간달프는 괴물과 싸우다가 동료들을 구하고 자신은 어둠 속으로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그는 2편 ‘두 개의 탑’에서 다시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고귀한 희생 정신이 받아들여져 부활한 몸으로 중간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허락 받은 것이었다. 그는 찬란한 백색을 빛을 발하며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 간달프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에서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대신 죽은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절대 반지가 파괴된 후 진정한 왕으로 등극하여 평화의 통치를 하는 아라곤에게서 우리는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반지 파괴라는 사명을 묵묵히 감당해내는 프로도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의 잔을 마시는 골고다의 예수님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반지에 대한 탐욕을 드러내는 프로도의 나약한 모습에서 인간은 결국 죄성에 물든 타락한 본성을 소유한 존재라는 성경적인 가르침 또한 보게 되는 것이다.
5.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환타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요즘 국내에 유행되고 있는 수많은 환타지 작품들 중에는 매우 위험한 것들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옥석을 가리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환타지 작품 가운데는 상당수가 악령의 세계를 다루거나, 흑마술 혹은 어둠의 악한 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내용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환타지의 형식을 빌어 이단적인 사상을 교묘하게 위장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 영혼의 윤회나 외계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교(邪敎) 단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환타지가 다 악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환타지의 관심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초월적인 존재인 하나님과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과 동경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환타지 매니아들에게 진정한 영적인 세계인 신앙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제시해야할 사명이 교회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무한한 영적인 세계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환타지를 통해 이러한 영적 세계와 기적적인 능력에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을 매우 유효 적절한 복음전파의 접촉점으로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