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중심의 본당사목 프로그램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 [전례] 가족미사
미국 네브라스카(Nebraska)대학에서는 세계 각국에 산재해 있는 대체로 든든하고 행복한 가정 3,000곳을 선택하여 특별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국가와 민족과 문화의 차이와 빈부의 장벽을 넘어서, 이 대표적인 가정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은 다음의 여섯가지입니다.
하나. 가족들이 가정에 대하여 헌신적이다
둘.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셋. 가족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된다
넷. 서로 감사의 표시를 잘 한다
다섯. 위기에 처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여섯. 신앙심이 두텁다
출처 : <가정성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조옥진, 부산가톨릭대학교 영성심리상담연구소
개인별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위 6가지를 공유할 수 있는 가정은 거의 100% 행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6가지 모두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 세상에 알려져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 중 단 하나, ‘가족기도’ 밖에는 없습니다.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가정은 그만큼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기도’의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가족미사’일 것입니다. 미사만큼 좋은 기도가 없듯이 가족미사만큼 좋은 가족기도도 없을 것입니다. 가족미사는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한 6가지 조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족미사를 통해서 가족구성원 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공유하고, 나아가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① 미사 시간 선택
-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선정 (예 : 매월 마지막 화요일 오후 8시)
- 초기에는 매월 1회 실시하며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 매주 실시
- 가족미사 홍보 포스터를 한 가족이 맡아서 제작
② 미사 전례에 가족들의 참여를 유도
- 미사 해설을 부부가 함께 진행
- 독서를 부부 혹은 온 가족이 함께 읽는다
- 봉헌예절 때 온 가족이 함께 사제에게 빵과 포도주, 미사예물을 전달 (가족이 함께 만든 가족신문, 기도문, 편지글 등을 함께 봉헌)
- 신자들의 기도를 한 가족이 맡아서
- 가정에서의 생활을 내용으로 한 강론을 준비
- 가족복사를 활성화
- 공지사항 시간 때 전례에 참여해준 가족들을 소개하고 칭찬하는 시간 마련
- 성가는 온 가족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으로 선정
③ 미사 중 이벤트
- 결혼기념일을 맞는 부부들을 축하하는 시간
- 가족에게 편지쓰기 (편지를 쓰는 동안 조용한 음악을 틀어준다)
- 가족 촛불봉헌
- 발씻김 예식(세족례) 시행
- 이달의 성가정 시상
- 성가정상(像) 순회 : 성가정상을 가정마다 돌아가며 모시면서 가정 기도를 하고 그 체험을 공유
- 혼인 갱신식
- 미사 중에 가정을 위한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자녀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시간을 갖는다.
④ 관련 사례
가정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가정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 현실. 울산 호계본당(주임=김영태 신부)이 매주 한차례씩 봉헌하고 있는 '가족미사'는 그런 의미에서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실천해볼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으로 잔잔한 감흥을 던져 주고 있다. "가족간 화목과 일치를 말해오지만 정작 교회도 가족끼리 일체감을 맛보고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는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요." 김영태 주임신부의 말처럼 호계본당의 대희년 가족미사는 지난 7월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느껴보자" 는 소박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구성원 대다수가 30~40대인데다 교대 근무 관계로 자칫 가족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겠다는 사목자의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신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예상외로 상당한 시일이 필요 했다. 10월부터 본당 ME에서 가족미사를 전담토록 한 뒤 미사 참례자도 늘고 신자들의 호응도 조금씩 나아졌다. "신자들 스스로가 준비하고 만들어가자" 는 취지로 시행한 것이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던 것.
"무엇보다 공동체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작지만 이벤트성을 가미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에 봉헌되는 가족미사는 4주 단위로 매주 참례자들이 함께 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촛불봉헌과 편지쓰기, 가족 혹은 부부간 체험 나누기가 그것. 가족들의 바람을 담아 초와 함께 봉헌하기도 하고, 때론 '우리 가정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를 적어 봉헌하기도 한다. 셋째 주엔 미사 강론을 각 가정의 체험나누기로 대신한다. 미사 독서도 다른 미사와는 달리 부부가 함께 혹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낭독한다. 신자들의 기도도 가능하면 가족 단위로 봉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사해설도 부부가 공동 진행한다. 이처럼 가족 미사를 차별화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신자들의 호감을 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성가정상 순회도 이 같은 맥락. 3박 4일씩 가정에 성가정상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기도한다. 특히 매일 저녁 기도는 온 가족이 반드시 함께 바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성가정상을 모셨던 김정태(요한)씨는 "늘 해오던 기도지만 새로움을 느꼈다" 면서 "특히 요섭성인과 함께 한 성가정상이 생소함 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져 가정 기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성가정상을 모신 김영택(토마스)씨는 "어려웠던 고비를 한차례 넘긴 저희 가정으로서는 성가정상을 모신 4일간이 특별한 은총의 기회로 느껴졌다" 고 말했다.
"가족미사를 봉헌하고 성가정상을 순례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가정이 교회의 토대이기 때문이죠. 이 미사를 통해 내가 이 가정의 주인이고, 우리가 내 가정과 교회의 주체임을 자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계본당은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지역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12월 31일 송년 감사미사와 더불어 혼인갱신식을 준비 중이다.
- 가톨릭신문 2000.11.5
매주 수요일 저녁, 거실은 자그마한 성당이 된다. 저녁 8시가 지나자 삼삼오오 짝을 지은 가족들이 들어선다. 대구대교구 매호본당(주임=박윤조 신부)이 매주 수요일 구역별로 나눠 봉헌하는 가족미사. 참례하는 가정은 대게 8~10가정 정도로 소규모다. 둥글게 둘러앉아 성가정을 이루게 도와달라는 전체 지향 외에도 각자가 구하는 바를 지향으로 이야기하고 미사를 시작한다. 강론 전에는 서로 가족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다. 처음 만나는 옆 아파트 아저씨도, 갓 이사 온 전입교우도, 예비신자들도 이 자리를 통해 인사를 나눈다.
매호본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소규모 가족미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임 후 5개월여에 걸친 가정방문 후 가족끼리 모여 기도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 가정이 있는 등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본 주임신부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박윤조 주임신부는 "주일에 성당서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직장, 학교 등 어디서든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요즘엔 가정이 꼭 하숙집처럼 돼버려 가족 개개인이 모두 따로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본당 신자들은 자녀들이 학교와 학원 혹은 직장 등의 일로 늦은 시간에 돌아와 함께 모이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이젠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매력에 빠져있다.
가족미사 외에도 매호본당 각 가정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은 가족 은총통장.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 저녁기도, 성서읽기, 평일미사참례, 고해성사 등을 하면 은총통장에 달란트를 적립해준다. 하지만 가족 중 단 한사람이라도 함께하지 않으면 달란트는 없다.
달란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어려운 가족들과 모여 기도하는 것 자체가 은총이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칭찬하는 것 같지만 이런 기초적인 신앙생활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
또 학생미사를 제외하고는 복사, 해설, 독서 등의 미사전례봉사와 각종 성당행사 참여도 가족 단위로 한다. 주일학교 수업도 더 이상 학습의 장이 아니다. 교리교사는 일차적으로 신앙을 가르칠 책임과 자격을 가진 어머니들로 구성돼 있다. 수업도 가정이나 학교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활복음나누기다.
박윤조 주임신부는 "가정 안에서 신앙생활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각종 단체 활동도 알맹이가 부실해지기 쉽다"며 "가정 안에서의 기본적인 신앙생활 활성화"를 강조했다. 또 박신부는 "성당은 신앙의 주유소"라며 "성당에서만 신앙생활을 잘 할 것이 아니라 이웃에 도움이 되는 빛과 소금으로서 살아가야한다"고 말했다. 매호본당 신자들은 매일 빈 성당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 안에서 먼저 '성체'를 찾아 학교, 직장 등의 일상생활에서 더욱 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