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Re: 삼국지 황건적의 진짜 실체

[잉걸]

- 움직그림이 올라온 곳 :

https://www.youtube.com/watch?v=j1J9mMKk4iM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움직그림의 내용을 보니, 비록 이 움직그림이 「 삼국지 황건적의 진실 2편 」 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렇게 부른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움직그림을 ‘ 「 삼국지 황건적의 진실 」제 2편 ’ 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움직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창천(蒼天), 그러니까 ‘ 푸른 하늘 ’이 후한(동한) 왕조인 줄 알았는데, 이 움직그림에서 오행설과 역사적 사실(한[漢] 왕조를 세운 유계[劉季 : 훗날의 유방(劉邦)]와 촉한[蜀漢]을 세운 유비가 모두 붉은 빛을 자신이 세운 나라의 상징으로 삼은 일)을 바탕으로 그것이 잘못된 이해임을 알려줘, 나의 좁은 앎(지식)과 이해력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황건군과 태평도 신자들은 후한(동한)의 황제가 아니라, 자신들을 쥐어짜고 억누르고 많은 것을 빼앗은 실권자들, 그러니까 호족들을 타도 대상으로 삼았고, 황제와 황실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으며(아니, 어쩌면 그들에게는 “아예 아무런 기대도 안 했다.”고 봐야 하리라), 그 때문에 (후한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의 황실이 유지되어야 자신들이 부귀영화와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으므로, 왕조 자체의 멸망은 바라지 않는) 환관이나 그 빈객(賓客. 귀한 손님)들이 태평도와 내통하고 은근슬쩍 황건군을 도와준 게 아닐까?

어쩌면 장각은 새 왕조를 세워서 황제가 되려고 한 게 아니라, ‘호족을 싹쓸이하고, 원래는 가난한 떠돌이나 호족들의 종이었던 대다수 백성들이 자기 땅을 가진 – 또는 자기 직업을 지닌 – 사람이 되어서 이전보다 훨씬 살기 좋아진 후한(동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 삼국지 』 나 『 후한서 』 나 『 자치통감 』 을 비롯한 정사[正史]에 장각 삼형제가 “감히 스스로 천자를 일컬었다.”거나 “나라 이름을 ○이라고 짓고 멋대로 연호를 만들어 썼다.”는 기사가 없다는 점도 내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들 가운데 하나다. 만약 장각 삼형제가 후한(동한)을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우려고 했다면, 새 나라의 이름을 발표하고, 정권이나 나라를 상징하는 달력인 연호도 만들어서 쓰며, 왕이나 황제를 자칭했어야 했는데, 역사서에 보면 그들은 ‘천공장군’/‘지공장군’, ‘인공장군’을 일컫기는 했어도 – 그리고 장각은 ‘대현양사’로 불리기는 했어도 – 왕이나 황제를 일컬은 적은 없다. 당연히, 나라 이름이나 연호도 없고. 그렇다면 그들이 들고 일어난 일이 과연 ‘후한[동한]이라는 나라 자체를 부정한 일’이었는지는 의문을 품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청화수 님은 장각이 “과거”에 떨어진 뒤 태평도를 만들고 황건군을 일으켰다는 『 삼국지연의 』 첫머리의 설명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고, 나도 그 말씀에는 동의하나(과거는 한[漢]나라 때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원래는 장각이 효렴(孝廉. ‘효도[孝]하는 사람과 청렴[廉]한 사람’이라는 뜻. 그러니까 지방 관리가 자신이 다스리는 곳에서 두 덕목[효도/청렴]을 잘 지키는 사람을 추천/소개하고, 윗사람이 그를 뽑아서 쓴다는 뜻이다)이라는 후한(동한)의 인재 추천 제도에 도전했다가 탈락하고 야인(野人)으로 살았던 사실이 와전(訛傳. ‘그릇되게[訛] 전해짐[傳]’ → 사실과 다르게 전해지다)되었을 수는 있다는 건 지적하고 싶다.

그러니까, 후세 사람인 당(唐)나라 사람이나 원(元)나라 사람이나 명(明)나라 사람이 제하(諸夏)의 삼국시대를 다룬 희곡이나 소설을 쓰면서 ‘장각이 효렴에 탈락했다.’는 사실을 ‘장각이 과거에 낙방했다.’로 바꾸고(그들은 과거제도에 익숙한 시대를 살았으니, 기억이 그렇게 왜곡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리라.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데, 정사[正史]에는 조조[曹操]가 “치세[治世. 잘 다스려져 태평한 세상]에는 간적[奸賊. 간악한 도적]이지만, 난세에는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 말이 야사이자 소설인 『 삼국지연의 』 에는 조조가 “치세의 능신[能臣. 일을 능숙하게 잘하는 신하], 난세의 간웅[奸雄. 간사한 영웅]”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아마 장각이 벼슬길이 막힌 사연도 이와 비슷하게 왜곡되었을 것이다), 정사(正史)를 읽으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그 시대 사람들이 희곡과 소설을 접하면서, ‘아, 장각은 과거에 낙방한 다음 비뚤어졌구나!’하고 잘못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 김운회 교수가 쓴 글인 「 황건적(黃巾賊), 바람과 풀의 싸움 」 에 따르면, 장각은 원래 문재[文才], 그러니까 글재주가 뛰어났으나, 벼슬아치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못해 여러 번 추천에서 떨어졌다고 하니, 그렇다면 그는 원래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있어 효렴으로 등용되려고 하다가, 집안이 변변찮고 벼슬아치들에게 뒷돈을 주지 않아서 그 시도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바보나 무식한 사람은 아니었고, 원래는 청렴했다고[ 그러니까, 깨끗하고 올곧았다고 ] 봐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처음부터 봉기하거나 혁명을 일으킬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관리가 되어서 나랏일을 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후한의 사회구조가 ‘호족만 유리한 구조’로 바뀐 나머지, 꿈을 이루지 못하자 절망했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때문에라도 장각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진수나 나관중이나 모종강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또 태평도가 신도에게 “부적”을 태운 가루를 탄 물을 주면서 그걸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선전한 것을 단순한 ‘사기’로 풀이할 수는 없는 게, 서기 19세기나 서기 20세기나 오늘날에도 정신장애인이나 암 환자가 종교 지도자의 기도나 환자 본인의 기도/기원/종교 활동으로 차도를 보인 사례는 나오기 때문이다(물론, 약물 치료나 수술은 받으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도나 기원이나 종교활동이 환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태평도 신자들도 자신들의 종교를 바탕으로 치료를 받으면 병이 나을 거라고 굳게 믿었고(당시에는 종교나 미신이 오늘날보다도 더 권위가 있었음을 기억하자), 그것이 때로는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닐까? 장각과 태평도 교단의 처방은 그런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정사(正史)에는 안 나오는 사실이지만, 야사(野史)에 따르면 장각은 벼슬길이 막히자 깊은 시름과 열병을 앓았고, 그 뒤 세상을 등지고 뫼(산)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약초를 캐다가 비를 만나서 동굴 속에 들어갔고, 거기서 비몽사몽 간에 파란 눈을 지닌 동안(童顏. 나이가 든 사람의 어린아이[童] 같은 얼굴[顔])의 노인을 만나 그에게 『 태평요술 』 이라는 책을 받은 뒤 “도탄에 빠진 만백성을 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뫼를 떠나 저잣거리로 나왔고, 사람들의 병을 다스리고 수많은 제자를 키워서 백성들을 구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때 태평도 교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김운회 교수의 설명대로) “이 전설을 다 믿기는 어렵지만, 장각이 산 생활을 통하여 약재(藥材)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쌓았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 야사(이자 전설)이 비록 후대에 몇 가지가 덧붙여지고 부풀려졌을지언정,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각이 만난 노인이 “ 파란 눈을 지닌 동안 ” 은 아니더라도, 속세를 등지고 수행하며 의술도 익힌 한족(漢族) 도사(또는 방사)일 수는 있고, 장각은 “ 비몽사몽 간에 ” 그 노인을 만난 게 아니라 맨정신으로, 우연히 내린 비를 피해 “ 동굴 ” 로 달아났다가 마침 똑같이 비를 피하던(아니면 그 동굴을 ‘집’으로 삼아 살던)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사연을 털어놓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노인(도사)은 장각의 사연을 알고 난 뒤, ‘이렇게 뛰어난 친구가 재능을 펼치지 못하다니, 참 안타깝구나!’하고 생각했을 테고, 그래서 장각에게 자신이 쓴 책(의서)을 주며 “이걸 가져가서 읽고, 이 책에 쓰인 걸 실천하거라. 그렇게 함으로써 백성들을 구해다오.”하고 말했을 것이다. 

장각은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말한 뒤 책을 챙겼고, 비가 멈춘 다음에는 노인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으리라. 김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그가 “입수”한 책은 『 태평요술 』 이 아니라 “당시에 금서(禁書)였던 『 태평도청령서(太平道淸領書) 』” 라고 하고, 그는 “이것을 바탕으로 교의(교리 – 옮긴이)를 편찬했다”고 하니(그리고 그 책의 이름에서 ‘태평도’라는 종교의 이름이 나온 것이라고 하니), 만약 야사가 사실이라면 장각이 받은 책은 『 태평도청령서 』 일 가능성이 높다(이 『 태평도청령서 』 에는 “태평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개인의 실천윤리가 설명되어 있다.”는 김 교수의 보충설명대로라면, 이 책은 의서 겸 경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장각은 정사에 나오는 “부적”을 태운 가루를 물에 타서 나눠주는 것 말고도, 다른 의술들도 환자들에게 베풀었고(정사[正史]를 쓴 사람들이 태평도/황건군과 치열하게 싸운 호족/귀족 출신들이었고 – 이들은 도교의 한 갈래인 태평도와는 노선 자체가 다른 유교를 따르는 이들이기도 했다 -, 그러니 장각을 깎아내리려고 일부러 다른 의술들은 빼 버리고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하는 치료’만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그의 행동이 자신들을 나 몰라라 하고 돌보지 않고 오히려 쥐어짜고 억누르는 지방 호족들이나 조정의 관리들이나 지주들의 그것과는 대비되었기 때문에, 감동한 백성들이 스스로 신자나 제자가 된 게 아닌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장각과 태평도와 황건군은 재평가가 시급하며,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에 물든 무리’가 아니라, ‘원래는 썩어빠진 나라에 등을 돌리고, 민중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 한국 중/고등학교의 『 역사 』 교과서와 한국 대학의 교재는 황건군에 대한 진수/나관중식 풀이를 버리고, 대신 민중의 관점을 따르는 풀이(나아가 정부나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풀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황건군 뿐 아니라 수(隋)나라 말기에 들고 일어난 농민군(이른바 “도적”/“반란군”)들이나, 후기신라 말기(“남북국시대” 말기)에 신라 중앙정부에 반발해서 들고 일어난 농민군(이른바 “도적들”)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리라. 그것을 덧붙이면서 글을 맺는다.

- 단기 4355년 음력 12월 19일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 법안에 "황건적 법이냐?"며 반발/분노/비난하는 한국의 고위관리를 비난하는 잉걸이 올리다

[역사를 알자]

꼭 들어 보겠습니다. 청화수님의 굉장한 지식에 저도 놀라긴 합니다.

[잉걸]

네, 비록 청화수 님과 제가 견해가 다른 부분들도 있긴 합니다만("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합시다), 어떤 부분은 저보다 훨신 더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과 관찰력을 드러내시며, 저는 그 사실에 감탄하며 그 부분들을 이 카페에 소개합니다. 한 번 들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