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옵는 강영호 재판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오며
개발로 훼손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십시오
지난 15일 재판장님께서는 새만금 사업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방조제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먼저, 재판장님의 용기와 현명함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의 뜻을 전합니다.
새만금 사업은 환경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논란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환경단체 간에 그러했고, 심지어는 전라북도 주민들끼리 서로 갈등하는 데까지 이르러 많은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던 사안입니다.
저희들은 재판장님의 새만금 사업 집행정지 소식을 듣고 참으로 크게 기뻐했습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란에 마침내 합리적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희들은 재판장님의 결정을 접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재판장님께서는 결정문을 통해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면 방조제 토석 유실에 따른 보강 공사에 비용이 소요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방조제 공사 완공으로 입게 될 수질오염이나 갯벌파괴 등 환경피해에 비하면 집행정지를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잘못된 행정집행일지라도 일단 시행하면 바로잡지 못하는 그 동안의 행정관행에 경종을 울린 대목이며, 행정편의에 의해 환경 등 무형의 보전 가치가 폄하됐던 개발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을 대변한 것입니다. 사법부가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사법적극주의를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사법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결정이라는 평가에도 저희들은 크게 공감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지금 국민과 국민들 사이, 국민과 정부 사이에 갈등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 사법부가 재판장님처럼 적극적으로 판단해 주신다면 갈등은 조기에 합리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사법부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겠다는 기대와, 그런 사법부를 가진 대한민국은 분명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국민들의 문제 제기에 정부는 성실하게 응해야 합니다. 국민과 정부의 고귀한 의무이며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사업을 보며 저희들은 정부의 태도에 실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거나, 문제 제기를 겸허히 수용하는 성숙한 정부이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호도하거나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했습니다. 저희들은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구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가치관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개발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 그나마 산지가 60%를 넘고 3면이 바다인 조건에서 환경의 훼손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이제 개발로 인한 폐해를 헤아려보아야 할 때입니다. 금수강산은 옛말이 되었고, 마시는 물과 숨쉬는 공기조차 안전하지 못합니다. 산천은 무너지고 물길은 끊어지고 막혀 썩어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북돋우며 조화로움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훼손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때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야 개발이 진정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은 한편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터인 자연환경을 과도하게 유린했고, 성장만능주의에 오염되어 이익되는 것이라면 인간성의 파괴마저 주저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안타까워 하지만, 문제 해결에 선뜻 나서는 경우는 불행히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들은 사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여기서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재판장님께서 이미 저희들의 간절한 뜻을 충분히 헤아리고 계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재판에서 저희들은 재판장님을 통해 두 가지 바람이 꼭 이뤄질 수 있기를 크게 기대합니다.
첫째, 국민들이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훼손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흔쾌히 가질 수 있도록 하여주십시오. 새만금 사업은 국민들이 새로운 마음을 지니게 되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신뢰받는 정부를 가졌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도록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주십시오. 국민들의 문제 제기에 성실하게 응하고, 잘못을 흔쾌히 수용하는 성숙한 정부를 국민들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존경하옵는 강영호 재판장님과 사법부에 든든한 신뢰의 마음을 전하며, 재판장님의 앞날에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밝은 지혜가 언제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