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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황사 막는 사람들(NGO황막사) 원문보기 글쓴이: 황사 人-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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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지난 14일 한국에 드라이빙센터를 건립하면서 국내에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같은 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해외법인장을 소집해 하반기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기자는 불현 듯 BMW와 현대차가 머릿속에 겹쳐졌다. 이내 크게 한숨을 내뱉어야 했다. 이유가 뭘까.
공교롭게 이날은 독일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은 이른바 ‘의리’ 축구로, 졸전 끝에 16강에 오르지도 못하고 짐을 싸서 돌아왔다. 여러 가지로 대조되는 상황이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를 직접 본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부러웠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에서 약 115만대를 판매했다. BMW그룹코리아는 약 3만3천대를 판매했다. 판매 규모만으로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BMW가 수입차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둥이다.
BMW가 설립한 드라이빙센터 같은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은 현대차가 이미 진작에 만들어야 했다. 판매와 성장에만 너무 올인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TOP5의 자동차 생산 회사다.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를 교통수단 이상의 가치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기자는 2009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꿈의 테마파크가 있다. 온 가족이 찾아와 직접 출고되는 차량을 인도 받는다. 가족은 이런 과정을 축제처럼 즐긴다. 테마파크도 함께 마련돼 있다. 각종 시승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다. 어린이들이 자동차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쉽게 말해 에버랜드 같은 곳을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둘러보고 즐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BMW가 이번에 설립한 드라이빙센터도 비슷한 개념이다. 아빠는 트랙에서 드라이빙을 즐기고, 아이들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동차를 친근한 장난감으로 받아들인다. 엄마는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독일 전통 음식들을 즐기며, 남편과 아이를 바라본다. 이것이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 생각한 드라이빙센터의 그림이다.
물론 현대차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있다. 자칫 삐끗하면 끝없는 추락을 할 수 있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무언가를 고민하고 챙겨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측면에서 뒤늦게 시작한 모터스포츠는 고무적이다. 모터스포츠처럼 지금이라도 의미 있는 현대차의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BMW의 이번 드라이빙센터 건립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