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모임에서 이동수업을 하기로 합니다.
부산대유아교육과 교수의 강의와 부산대부설어린이집 원장의 강의,
장애통합숲유치원을 운영하는 여수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 원장의 강의를
부산과 여수에 내려가서 듣고 수업참관도 하고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서요.
세번의 강의와 수업참관, 교사워크샵등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입니다.
금요일 새벽5시에 집을 나섭니다.
새벽의 바깥세상을 나와 본적이 없는지라
버스는 다니는지,
아니면 택시는 잡을수 있는지 전날 여기저기 찾아보고 알아봅니다.
다행히 택시가 금방 와서 여의도 모임장소에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합니다.
전날 저녁 강의로 늦게 집에 갔을텐데 지각하는 사람없이 정시에 모여서 출발합니다.
아침일찍 나온 사람들을 위해 차안에서 아침거리를 나눠줍니다.
콩떡, 복분자떡, 백설기, 약밥이 들어있는 모둠떡 한상자,
바나나 1개, 오이 반개,
우유나 쥬스, 생수 한병..먹거리가 한 보따리입니다.
오전수업을 참관하려면 서둘러 가야해서 휴게소에 한번 쉬고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11시가 넘어 드디어 부산대학교에 도착합니다.
원장님과 교사가 나와서 기다리고..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고, 강의하러 서울올라가는게 더 낫다고 하십니다. ㅎ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의 활동장소로 들어갑니다.
학교뒷쪽으로 나와서 오르막 산길을 꽤 높이 올라갑니다.
아이들걸음으로 40~50분쯤 걸린다고 합니다.
드디어 계곡을 건너니 키큰 나무들이 여기저기 서있는 산기슭,
한쪽에는 아빠들이 만들었다는 '반디불이 집'과 화장실,가방걸이가 있고
여기저기 밧줄이 매여있고,
줄을 타는 아이
나무배를 만드는 아이,
통나무를 눕혀놓고 톱질하는 아이, 망치로 못을 박는 아이,
떠들며, 의논하고. 집중하고, 웃으며.. 놀고 놀고 또 놉니다.
생활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주변의 나무처럼 단단하고 편안해보입니다.
이제 밥 먹을 시간,
밥 먹으로 계곡을 건너가면서 거침없이 물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참을 놀다 건너갑니다.
계곡건너에선 선생님이 밥을 가지고 오셔서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합니다.
밥과 국, 반찬에 수박까지, 선생님이 수레에 싣고 끌고 산까지 올라오셨어요.
이제 우리도 배가 고파집니다.
교직원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부설 어린이집으로 모입니다.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이 둥글게 설계되어있는 넓은 1층 마루교실,
테이블마다 수박이 놓이고 점심밥에 수박까지 먹고나니 나른해집니다.
앉아있다가 시원한 마루바닥에 저절로 눕게됩니다.
하나둘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신 원장님께서, 피곤하시죠? 좀 누어 쉬세요.. 여기저기서 누워 잠시 눈을 감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아이들이 없는 교실을 둘러봅니다.
4층 건물의 2,3,4층과 옥상이 수업공간
특히 4층은 미술대학같습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물감과 먹, 그림을 그리는 천들, 재봉틀, 바느질실들,
그림도구와 재료, 작품들이 유치원 아이들의 솜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0세부터 5세까지 아이들의 그림을 연령별로 길게 붙여놓고 보니
연령이 한살씩 높아지면서 변화해가는 그림이 아이들의 성장발전을 보여줍니다.
강당으로 이동해서 원장님의 강의를 듣습니다.
확고한 철학과 현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단호하고 당당한 말씀들..
3년차 어머니의 증언도 듣고
선생님이 준비한 솔방을로 팔찌, 목걸이 만들기를 배웁니다.
다른 워크샵도 준비하셨는데 여수로 이동할 시간이 되어 간단히 마치고 나옵니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여수에 도착합니다.
바닷가에 있는 어느 장어샤브샤브 식당,
딱 요맘때만 바다에서 잡히는 바다장어, 때를 잘 맞쳐야 맛볼수 있는 별미랍니다.
장어를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술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술없이 장어를 먹다니.. 쪼~옴 기다리다가 참지못하고 여울각시가 술을 청합니다.
기다렸다는듯이 여기저기서 술을 청하고, 전체적으로 건배를 하고..
술을 권하며 마시며 그동안 얼굴만 보고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과도 인사를 틉니다.
10년동안 술을 끊었다는 사람도, 술을 한번도 마셔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모두 파계를 시킵니다.
식당을 나오니 짠바닷바람냄새가 확 들어옵니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쉬워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 아이스크림을 사서
바닷가 바닥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밤바다의 내음을 맡으며 얘기를 나눕니다.
오랫만에 집을 떠나본다는 사람,
결혼후 혼자 여행이 처음이라는 사람.. 성실한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살지 말자고 여울각시가 또 부추킵니다.
숙소는 베타니아복지재단,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내일의 일정을 듣고나니 밤12시가 넘습니다.
배정된 방으로가서 짐을 풀고 씻은후 다시 식당으로 모이기로 합니다.
하루종일 땀흘린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시원한 방에 누우니 몸이 일어나려고 하질 않아 그대로 잠을 잡니다.
이튿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갑니다.
깔끔하고 맛깔스런 반찬들이 한상 가득합니다.
깻잎, 오이장아찌, 취나물, 메밀나물, 숙주나물, 오이무침,무슨젓갈, 무슨젓갈, 잡채, 오징어채무침, 잔멸치볶음,배추김치, 갓김치, 생두부와 깨간장, 매실효소뿌린 야채샐러드, 미역국, 밥, 숭늉까지 와우~
밥상이 약상,
아침을 먹지 않는 여울각시도 놓치면 후회할 보약밥상에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후 잠시 시간을 내어 베타니아에서 친환경물품을 만들어서 파는 '에코베타니아'샵에 들립니다.
치약과 양치소금, 차가버섯으로 만든 비누
유기농 우유와 강력분으로 만든 빵과 비스켓,
생활한복.. 시원한 인견으로 만든 편한 바지가 인기입니다.
몇분들이 사서 바로 입고 나오시니 단체복이 되었습니다.
이제 숲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 갑니다.
마당에서 열기를 한후 숲으로 들어가는 중간 모임 장소에서 걸어오면서 본것, 느낀것을 얘기하고
본격적으로 숲에 들기전 마음을 가라앉히는 라이겐을 하고 들어갑니다.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장애통합숲활동을 베타니아는 꾸준히 실천해오면서
장애아에게는 놀라운 치료, 비장애아에게도 훌륭한 치유가 되는 수업형태임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내려와서 큰 나무아래서 2모둠으로 나눠서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나뭇가지연필로 그림그리기와 우리들의 성쌓기..
워크샵후 강당에서 베타니아 원장님의 강의와 원감님의 아이들의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 일행을 환대해주신 원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베타니아를 떠나옵니다.
이제 공식일정을 모두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게장을 잘한다는 식당으로 갑니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멍게젓갈, 오징어젓갈, 서대구이, 굴비찌게등 바닷가 도시답게 반찬이 거의 해물입니다.
서울에서는 한가지씩 만나기도 어려운 해물들이 모두 한상에 모여 있습니다.
인심좋아 늘 밥을 사주시는 어느 유치원 이사장님께서 또 점심을 사시기로 합니다.
점심식사후 이후일정에 대해 몇가지안이 나왔으나 바로 서울로 올라가자는 의견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좋은곳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서 송광사만 잠깐들리기로 합니다.
무더운 날, 송광사 올라가는 편백나무숲에 들어서자 신선하고 서늘한 기운으로 바깥세상을 잊게해 줍니다.
내려오는 길에 내내 따라오는 계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내려가 바위에 앉아 차갑고 맑은 물에 발을, 무릎까지 푹 담급니다.
그 시원함이 온몸을 휘감아 퍼지면서 순식간에 머리까지 시원해집니다.
물소리 들으며 조금이라도 더 앉아있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일행이 내려올때까지 그대로 있습니다.
이제 차를 타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갑니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8시쯤되고
저녁을 먹으로 대전부근의 묵밥 잘한다는 집으로 갑니다.
큰 양푼이에 8인분 보리밥과 나물이 담겨나오고
묵국은 개별로 나옵니다.
밥을 비벼서 옆 테이블은 각자 그릇에 담아서 드리고
우리테이블은 따로 담지 않고 함께 먹기로 합니다.
서로의 침을 양념삼아 각자 들락거리는 숟가락이 분주합니다.
맛있는 파전과 묵전, 입에 짝짝 붙는 막걸리맛이 일품입니다.
맛있는집으로 안내해주신 유치원 원장님께서 저녁까지 사신다고 합니다. 와우~
갈길이 멀어서 아쉽게 막걸리잔을 내려놓고 일어섭니다.
차안에서 이번 이동수업과 남은 일정에 대한 얘기,
이후 네트워킹에 대한 의논을 하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즐겁게 보내며 올라옵니다.
양재역이 편리한 분들을 내려드리고 차는 출발점인 여의도까지 갑니다.
양재에서 내리는 민들레가 여의도까지 가야 하는 여울각시에게 같이 내리자고 합니다.
덕소에 사는 민들레 남편이 데리러 나오면 여울각시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방향이 반대라 늦은밤에 폐가 될것같은데 민들레의 힘(?)에 끌려 내리고 맙니다.
민들레 남편을 기다리며 맥주집에 들어갑니다.
흑맥주와 시원한 복숭아화채로 마무리를 하고..
선비같은 민들레 남편의 배려로 집까지 편안하게 옵니다.
집에 오니 밤12:30분. 1박2일이 아니라 2박3일이 되어버렸네요..
따져보면 겨우 1박2일이었는데
지구를 떠났다가 돌아온듯한,
일상을 잊어버린
유익하고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