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월 24일 월요일 맑음
늘어지다 보면 한이 없다. 몸을 풀려면 움직이는 게 좋다.
충희를 깨워놓고 제일 먼저 집을 나섰다. 거름 수집 대장정이다.
백제당을 제일 먼저 들렀다. 항상 바쁜 집이라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거름을 들어내야 서로가 편하다. 그런데 이 집이 대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집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들릴 때마다 거름 간이 꽉꽉 차있다.
농부에겐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보약을 다린 거름이니 더욱 기쁘고....
역전에 나간 김에 흥화에 들러 버섯나무 구멍을 뚫는 기계도 수리했고,
다음은 도명당, 전화를 해보니 9시에나 문을 연단다.
문 앞에 차를 대놓고 30분을 기다려서 거름을 만났다. 일곱 푸대나 된다.
도명당 안 주인께서 너무 깔끔한 분이라 거름을 꼭 두 번씩 싸고, 테이프로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물이 흐른다든가, 거름이 새어나오지 않아서 나르기 편하다. 거름을 싣는 일도 날씨가 더워지면 고역이 된다.
거름이 썩어서 구더기가 버글대거나 물이 줄줄 흐르면 냄새도 고약하다.
그 냄새가 몸에 배면 비누칠을 몇 번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마누라도 피한다.
다음은 송촌 건강원, 운사모 1분회 형제님이다. 이 집은 꼼꼼하게 정성껏 치워주게 된다. 내가 들를 때마다 커피 한잔을 주시는데 오늘은 집을 비우셨다.
가나안건강원이 마지막이다. 이 집은 우리 집 앞으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인데 일주일마다 거름이 많이 쌓인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이다.
어느새 한 차 가득 더 실을 수 없을 정도다. 이제는 바를 매고 그물을 씌워 마무리를 한 후 길옆에 세워 놓는다. 내일 끌고 떠나면 내 재산이 된다.
중간에 안사람 전화다. “여보 오늘 방울토마토 심을 사각 화분 14개에 흙을 담았는데, 삽질 몇 번 했다고 팔이 아프고 허리도 아프대. 그 때 ‘당신이 칡뿌리 캐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구”
벌써 몇 번째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 옷을 사주면 한 나절, 귀걸이를 사주면 한 시간이나 갔을까 ? 그런데 칡뿌리는 아니다. 오래 간다.
‘햐, 올 겨울에도 칡뿌리는 꼭 캐야겠다’
집에 들어오니 벌써 10시 반. 오늘 일정이 바쁘다.
부조금을 몇 군데 계좌이체를 해야 하고, 핸드폰을 수리해야 한다. 농사 일을 할 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하다 보면, 먼지나 이물질이 끼어 들어 고장이 난다. 충전도 안되고, 사진 작업이 되질 않는다.
12시에 점심 약속이 있어 아침도 굶은 채 집을 나서야 했다.
농협에 들린 후 삼성서비스센터를 거쳐 식당으로 가기도 빠듯하다.
17분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순씨를 만났다.
한참을 얘기하는 동안 미순씨가 운사모를 생각하는 마음의 두터움이 절절이 느껴졌다. 고마운 일이지.
지나온 인생살이의 희노애락이 화제에 오르다 보니, 누구의 인생이나 순탄함 보다는 질곡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란 말이 진리였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어땠을까 ? 나나 남들이나....
17분회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섰다. 다음은 김순예 부회장님의 상가다. 며칠 사이에 부모님을 모두 여읜 그 마음이 어땠을까 ?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뵈었다.
먼저 와 계신 고영락, 김택식, 박은수 분회장님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이 게 운사모의 형제애이다. 반갑고, 고마운 이야기를 나누다 바삐 일어섰다.
‘바쁘다는 것은 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행복하다는 이야기 아닌가 ?’
나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농수산시장에 들러 충희 간식으로 참외를 사고, 온 김에 지정인 분회장 사업장에 들렀다.
직업장에 수북이 쌓인 돼지 족발을 보니 미음이 흡족하다. 할 일이 많으니 사업도 잘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 사모님도 반갑게 만났다. 운사모 발전을 위해 두 분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손가락을 걸면서....
정인이 소개로 비닐가게에 들러 비닐봉투도 사고 집으로 향했다. 4시.
이젠 고구마를 구워 동창들의 배구 모임에 가야 한다. 바쁜 하루다.
잘 익은 고구마를 싸 들고 내동초등학교로, 모처럼 왔다고 모두가 반긴다.
그래서 친구 좋다는 이야기지. 내 고구마를 잘 먹어주는 것도 고맙고....
무거운 몸이라 내키지 않던 배구도 하다 보니 몸이 풀린다.
파이팅 소리를 지르다 보니 마음도 풀리고....
저녁으로 차려진 동태탕은 어제 먹은 술 속도 말끔히 씻어주었다.
‘내일은 거뜬한 몸으로 일터로 떠날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