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고양아람누리음악당은 아담하고 깔끔해보였다.
전에 짧은 영상으로 보았던 구자범이라는 지휘자, 개인적으로 그가 해외에서 더 오래 활동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제 연주회에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국내악단의 한계를 넘어선 감동의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넘실대는 소리에 온몸을 맞겨버리게되었는데, 경기필에서 이런 소리가 가능하다는 충격과 감동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돌고있다.
첫곡 슈트라우스의 "일곱개의 베일"은 오묘한 목관악기들의 솔로 패시지가 매력적인데, 오보에 수석은 최고였고 다른 목관파트들도 열심히 준비해왔음을 잘 알수있었다. 지휘자의 해석도 곡의 낭만적인 농염함을 잘 표현해내는데 악단과의 호흡도 잘 맞아 즐겁게 들었다.
휴식시간에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홀 밖으로 나가야했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말러 1번를 기대하며 2부에 참석했다.
말러1번은 구자범지휘자를 잘 나타낸 연주였다.
악단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가려했다.
첫악장부터 곡의 자연스러운 흐름보다는 부분적인 디테일에 더 집중해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템포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져 악단이 쫒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나왔는데, 전악장 다 이런 스타일이었다.
부분적인 디테일을 강조하는 점은 지휘자의 고유 해석인 점은 인정하지만, 악단이 지휘자를 쫒아오기 벅차하고, 어제처럼 상임이 된 후 리허설 기간이 짧았던 점을 생각하면 취임연주회에서 보여주기 버거운 면보다 곡 자체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있었다. 특히나 빠른 템포에서 더 질주하는 듯한 연주로 현파트는 어느정도 쫒아갔지만, 금관파트는 가끔씩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고, 특히 트럼펫은 쭉 뽑아주며 악단속을 뚫고 나와야 하는 부분에서도 답답하게 갇혀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현파트의 고른 기량으로 괜찮은편이었고, 팀파니를 비롯한 타악파트가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팀파니수석은 어제연주를 빛낸 연주자였다.
어제 연주는 분명 청중을 감동으로 이끌어낸 연주임은 분명하다. 어제처럼 연주회장이 뜨겁게 달구어진 경우는 처음이었다. 악단과 청중의 교감이라는 실황연주의 절대과제를 훌륭히 완수해냈고, 앞으로 구자범과 경기필이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연주였다.
첫댓글 공감가는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종일님,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해요~~ㅎㅎ 가장 훌륭하고 깔끔한 요점정리가 아닐 수 없네요!
역시나 많은 분들이 바그너에 깊은 감명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ㅎㅎ
훌륭한 리뷰잘 읽었습니다.
저는 음악에 풍덩 빠져서 아무 생각도 안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