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실에도 터어키에서 유학온 여학생이 하나 있는데 오빠가 터키에서 다이얼패드로 전화를 합니다. 처음 몇 번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거의 돌 뻔 했습니다. 전화를 해 놓고 말을 안 하더군요. 전화를 끊으면 불과 몇 초 후 다시 벨이 울리죠. 첨엔 휴대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내를 갖고 기다렸는데 말이 흘러나오더군요. 그 애절한 "헬로"를 목이 터져라 외치더군요. 받으면서 그게 다이얼패드인줄 알았네요. 말이 끊어지거든요. 휴대폰보다 더 심하게. 그래서 요즘은 말을 안하면 대충 감으로 때려잡지요. 처음 몇 초가 그렇더군요. 일단 터지면 불편하지만 알아 먹을 수는 있겠던데. 하는 쪽에서는 처음부터 소리가 들린다는데 엔젤누나는 하는 쪽에서 안 들린다니 좀 이상하군여. 설마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실수는 단순한데서.. 체크 한 번 해보시죠.
하나 더 있군요... 길어지는데.. 읽거나 말거나...
컴맹 형하나가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하겠다고 나보고 다이얼패드 어떻게 쓰느냐고 묻더군요. 공짜로 전화된다니까 컴퓨터까지 사서....알았으면 말렸을텐데... 말로는 도저히 못 알아먹겠다고 겁부터 내서 집에까지 갔었죠.
신호가 갔습니다. 딸깍. 아내가 전화를 받습니다. 신기술에 놀라워하며 무겁게 입을 엽니다. "여보세요?" 상대도 "여보세요?" "나야!" 상대는 역시 "여보세요?" "나라니까!" 상대는 여전히 "여보세요?" 형은 다시 "여보세요"로 되돌아옵니다. 아내가 못 듣는 다는 걸 안거죠. 목소리가 점점 올라갑니다. "여보세요?" 아내의 목소리엔 이젠 핏대까지 보입니다. 형도 거기에 질세라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나 그순간. 땡! 아내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됐을텐데.... 보기에 안스러웠지만 한 편의 코메디였습니다. 형은 잠깐동안 씩씩거립니다. 이따위로 만든놈이 도대체 언놈의 회사냐면서. 그러더니 바로 전화통을 듭니다. 엄한 아내한테 소리를 지릅니다. 안들리는 걸 우야겠습니까?
그리고 한 달 쯤 후, 형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젠 다이얼패드 잘 쓴다고. 참 해피하다고. 단순하더군요. 이젠 한국에 있는 아내가 안거죠. 처음 목소리가 안 들리면 아내는 남편의 전화인 줄 알고 기다리는 거죠. 국내전화는 다이얼패드로 쓰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다이얼패드의 대부분은 국제통화용이라는데... 그만큼 더 그리운 사람들의 통화에 다이얼패드가 쓰이는 거겠죠. 너무나 그리운 사람으로부터의 전화.... 누구일까 생각할 여유와 가슴두근거리는 기쁨의 시간을 주기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 안하신다면 흠... 돈 써야죠. 이번 달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