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비교적 포근한 오늘의 날씨입니다. 어제는 운행하다가도 곳곳에 빙판이 되어 차가 미끄러지곤했는데, 오늘은 그럴 걱정이 덜할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늘 첫 코스에는 유제품을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 평소보다 유제품을 더욱 많이 담아가봅니다. 요구르트, 우유, 비피더스.
9시 20분 장동마을 윗쪽
"어디 손주 먹을거 뭐 없나?"
매번 손주에게 주시려고 불닭볶음면 컵라면을 사시던 어르신. 오늘은 육개장 컵 한 박스를 사시곤 추가로 더 여쭤보십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오리훈제 한 봉지 권해드렸습니다. 손주에게 호빵 사주는것보다 오리훈제 요리를 해주는것이 좋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결국 함께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1kg 24,000원하는 오리훈제, 어르신에게는 부담이 가는 금액이었지만 손주 좋아하시는 마음을 담으셨습니다.
9시 40분 장동마을 아래쪽
오늘도 어르신들은 명절 준비에 계란 사기 바쁘십니다. 오전 장동마을에서만 6판 갖고 갔던 계란이 4판이나 나갔습니다. 한 어르신은 오시더니
"지난번에 많이 샀으니, 이제 명절 다가오면 후참에 사야지~" 하시면서 요구르트 5줄 달라고하십니다.
요구르트 5줄 받자마자 바로 1줄 도로 주시는 어르신
"갖고 다니면서 먹어~" 하시며 회관으로 가시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붙잡고 요구르트 한 줄씩 주십니다. 어르신들에게 요구르트는 요즘 세대들에겐 커피와 동일한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한잔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요구르트 한 줄 어떠세요?
10시 당산 마을
당산마을은 요즘에 통 사람이 없었습니다. 회관에도 안계시고 마을에도 사람이 안보이고 인적이 드물다 싶었는데, 오늘은 어쩐일로 코너에 계신 어르신이 손을 번쩍 드십니다.
"두부 만원어치 주쇼"
6개하면 9천원데, 천원 뭐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생각이 났습니다.
"어르신 요구르트 한 줄 어떠세요?" 어르신의 잔돈은 그렇게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10시 20분 운암마을
2주에 한 번 단위로 돼지고기를 사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오늘도 점빵차 소리에 바로 나오시는 어르신. 어르신 연세가 100세가 넘으셨는데도 아주 정정하십니다. 주문하신 대패삼겹살과 더불어 아부기리도 하나 사신다고 합니다.
아부기리?
일본말로 어묵을 표현하는 말이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일본말을 자연스럽게 듣고 배우시다보니 생활에서 일본말이 종종 나옵니다.
물건을 모두 사신 어르신께서는
"나 인쟈, 설까진 서울에 가있을 것 같으니 돼지고기는 후참에 삽시다."
자녀들 집에서 따뜻하게 손주들과 함께 잘 지내다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10시 40분 매화촌
매화촌에서 물건을 사고 싶다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학교 뒷편에 사시는 어르신.
"울집은 차가 못들어갈란가?"
어르신 댁은 모닝으로 가기에도 매우 비좁은 골목인지라 차가 들어갈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제설이 되지 않아 어르신 집까지 들어가는 일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어르신께선 걸음 보조기에 물건 넣어달라고 하시며 들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십니다.
그러곤 떠날무렵 정면에서 천천히 오는 세단 한대. 어르신이었습니다.
"어이~ 울 집에 막걸리 하나 놓고 가~"
매주 물건을 사주셨던 어르신인데 어쩐일인가 여쭈니, 그간 몸이 안좋아서 못먹었다고 하셨습니다. 동전 500원까지 같이 주신 어르신. 어르신 집에 잔돈과 함께 물건 놓고갑니다.
11시 15분 효동마을, 몽강마을
어제는 회관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은 한 분도 안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장날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장날되면 꼭 읍 장을 가서 장을 봐오십니다. 명절 다가오는 장엔 더 필수로 가곤하십니다. 오늘따라 조용한 효동회관. 이어서 바로 옆에 몽강가니, 몽강회관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잠깐 있다보니 어르신 바로 오십니다. 함께 회관들어가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아주 뜨뜨한 방에 주말 같았으면 누워서 자고 싶을정도였습니다. 어르신께 커피 한잔 얻어먹고 오전 장사 마치고 돌아옵니다.
13시 30분, 흑석회관
"아구 어째 눈이 안보여~~~~"
어느분께 전화를 해야하는데, 전화번호부에 적힌 글씨가 안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얼마전 백내장 수술을 하셨는데, 시력이 많이 저하가된건지, 어르신 옆에가서 조용히 번호 누르고 전화 걸어드렸습니다.
우리 어르신들, 자녀들 사랑에는 술이 빠질수가 없나봅니다. 자녀들 온다하면 늘 술을 먼저 사시는 어르신.
"울집에 물건 한 박스랑, 커피 , 부탄가스 놓고 가~"
자녀들보고 사오라는 주변 어르신들 말씀에, 자녀가 사오지 않고 달라고 해서 본인이 산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카드는 아들 계좌로 연결되어있는 카드. 그래서 아들은 엄마에게 사달라고 요청했나봅니다.
14시 00분 석전
어르신이 집에 안계셔서 늘 가시는 곳에 가보니, 그곳에서도 안계셨습니다. 읍에 나갔다는 어르신, 우유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차에 실고 돌아가자 싶었습니다.
다시 출발하던 그 시간, 어르신 손 흔드며 두부 2모 달라하십니다.
"우리 집사람, 안샀지?" 라고 하시며 들고 들어가신지 얼마 안되 회관 방향에서 아내되시는 어르신 오십니다.
"샀디요?"
서로 챙겨주시는 모습에 내심 흐뭇해하며 돌아왔습니다.
아까 우유를 놓지 못한 집에 다시 넘어서 갖다놔야겠다 싶었는데, 대문에 자물쇠가 풀려있습니다. 잠시 들어가보니 어르신께서 계셨습니다.
"안그래도 나갈려고 했는데, 금새 와버렸어?"
어르신께서는 읍에 당뇨약을 받으러갔다오셨다며 우유값을 바로 주십니다. 이제 그 집에 가시는지 여쭤보니, 밥 먹고 간다고 하십니다. 점심때가 한참 지났는데, 어르신들은 일 보러다니시느라 버스 시간을 맞춰야하다보니, 끼니를 놓치는것도 자주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4시 30분 가리
가리 회관을 보니 신발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기다려봅니다. 오랜만에 얼굴 비춰주시는 어르신. 지팡이 짚고 오시기에 마중가서 손잡고 함께 옵니다. 지난번엔 계속 병원 가느라 못오셨다고 합니다. 필요하신것들 두부, 커피 등등 한 번 사실 때 많이 사주시는 큰손 어르신입니다. 어르신은 물건 사시면 항상 집안에 제가 갖다드립니다. 오늘도 갖다 놓으며
"커피 한 잔 타먹고 가~" 하십니다.
그 와중에 걸려온 한수원 설명절 납품 전화. 아쉬움이 있지만, 서둘러 이동해야해서 어르신께 다음에 마신다고 하며 인사드리고 나섭니다.
14:40분, 장등
콩나물 두부 정기적으로 사시는 집에 놓고 가려고 하니 저 멀리서 뛰어오고 계시는 삼촌.
"요즘 라면 맛들려서, 라면으로 바꿔주게나"
그러곤 2월달치 정기결제를 해주십니다. 금액이 크던 적던 매월 정기적으로 구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막해와 영촌을 들려야하지만, 눈길에 골목이 어려울 것 같아 오늘은 잠시 넘어갑니다.
다음주에는 명절 되기 직전 주입니다. 더 바쁜 한주가 될 것 같아 긴 호흡으로 긴장 바짝 하고 가보고자 합니다.
다음주도 어르신들과 좋은 만남이 이어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