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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안동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살아 남은 새끼돼지들이 26일 안동시 남후면 한 양돈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1,100개의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800㏊를 불과 44시간만에 태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마다 봄철 대형 산불 원인으로 거론되는 국지성 강풍이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송곳처럼 가파르고 험준한 산세도 빠른 확산에 좋은 여건이 됐다. 정월 대보름 달집 타 들어 가듯 밑에서 붙은 불은 빠르게 위로 번졌고, 정상의 불은 다시 강한 바람을 타고 뜀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24일 오후3시39분쯤 풍천면 인금리 야산에서 시작됐다. 당일 동쪽으로 인금리 옆 남후면 하아리와 상아리로 번졌고, 주민 300여명이 마을회관과 수련관으로 긴급 대피했다. 산림당국이 헬기 24대와 진화인력 1,600여명, 산불진화차 13대 장비 50여대를 투입해 화마와 사투를 벌인 결과였다. 주불 90%가 잡혀 완진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꺼질 것 같던 불은, 그러나 25일 낮 되살아났다. 초속 8m 안팎의 강풍이 인공호흡을 하듯 죽어가던 불을 살려냈다. 불은 순식간에 하아리와 상아리로 번졌다. 불길은 하아리에서 폭 180여m의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 턱밑까지 왔다. 도산서원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서원이다. 병산서원과 인근 사찰 3곳은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동쪽으로 고하리와 단호리로 불이 확산하자 소방 당국은 30여대 소방차를 동원, 두 마을을 포함 7개 마을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마가 민가로 덮치는 것을 막았다. 안동 유리요양원 입소자들이 인근 야산에서 난 산불로 25일 오후 경북도립 안동노인전문 요양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불은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봄철 서쪽에서 불어오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이 화마를 춤추게 하더니, 오후 4시쯤에는 인금리에서 직선으로 6㎞ 떨어진 중앙고속도로 인근까지 다다랐다. 이 곳에 있던 유리요양원은 입소자 80명을 긴급히 경북도립안동 노인전문병원으로 이송했다. 불길은 폭 50m가 넘는, 왕복 4차선의 중앙고속도로를 훌쩍 뛰어 넘었다. 중앙고속도로 인근 마을 주민은 “설마 불티가 도로를 넘겠나 싶었는데 정말 도깨비처럼 뛰어 넘는 걸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며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번졌다. 2시간 만에 발화 지점에서 동쪽으로 직선 거리 8㎞가 넘는 검암리까지 확산됐다.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부는 양간지풍은 해마다 봄철 국지성 강풍으로,‘양강지풍(襄江之風)’ 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북으로 자리한 양양과 강릉 중간 지역이 서쪽으로부터 맞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그보다 내륙이고, 남쪽인 안동이지만 서쪽의 소백산맥이 대관령과 비슷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봄철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 상황에서 서풍의 기류가 형성될 때 주로 발생한다. 국지적으로 강한 돌풍을 동반하며 산림이 우거진 영동지역 봄철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4일 강원도 고성의 산불도 양간지풍 영향을 받아 초속 35m의 강풍을 타고 속초ㆍ고성 지역으로 확산했다. 안동 산불 현황 강풍과 함께 무엇보다 신록을 힘겹게 피워내고 있던 바짝 마른 나뭇가지가 연료 역할을 했다. 해당 지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여기에 또 송곳처럼 험한 산세도 ‘도깨비 불’이 활개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했다. 이 같은 산세가 소방 당국의 진화 작업에 방해가 됐음은 물론이다. 남후면 일대는 산이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화재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산림당국과 경북도는 진화가 완료되는 대로 발화 원인을 본격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산불 진화의 어려움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불이 산발적으로 퍼진 데다 건조한 날씨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산세까지 험해 인력 접근이 쉽지 않았던 등 큰 산불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고 말했다. [40년 터전 무너지고, 돼지 800마리 불타죽고..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안동] 경북 안동 남후면 고하리에서 김익동씨가 불 타버린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40년 전에는 댐 때문에 집이 침수가 돼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불에 다 타버렸네. 좀 살만하다 했더니…” 26일 경북 안동 남후면 고하리 마을에서 만난 김익동(72)씨는 산불로 형체가 사라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김씨 주택 좌측 벽은 화마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마당에 있던 트랙터와 건조기도 전소됐다. 침구와 책장 및 가전제품 등 가재도구는 화재에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소방 당국의 재빠른 대처로 피해는 최소화했다지만 산불을 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삶의 기반을 잃고 망연자실해했다. 10 가구가 살고 있는 고하리는 피해가 가장 큰 마을 중 하나. 주택이 전소된 김익동씨는 “강한 바람을 타고 온 불똥이 뒷산으로 번진 뒤 집까지 옮겨 붙었다”면서 “30분만에 집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40년간 고하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씨는 당분간 지낼 숙소가 마땅치 않은데도 고추 농사부터 걱정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한 가정집 내부가 검게 그을려 있다. 고하리의 한 양돈 농가는 이번 산불로 돼지축사 건물 4동과 돼지 800마리를 한꺼번에 잃었다. 축사 주변엔 온몸에 화상을 입은 돼지 서너 마리가 바닥에 누워 간신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불에 탄 수백 마리 돼지가 풍기는 악취에 마스크를 착용한 방역 관계자들도 표정을 찡그릴 정도였다. 주민들은 “산불이 돼지축사로 번지는 바람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고하리의 한 돈사가 전소돼 돼지 800마리가 소실됐다. 야산과 인접한 밭에 심은 농작물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고하리 인근 단호리에서 유독 피해가 컸다. 안동 산불로 대규모 산림 피해가 발생했지만 주민들의 직접 피해는 크지 않았다. 산불이 발생한 24일부터 3일내내 소방당국이 마을마다 소방차를 배치, 물대포와 방수포를 활용해 마을 내부로 산불이 접근하는 걸 사전에 방지한 덕분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