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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일지는 환경분쟁시 긴요한 ‘객관적 증거’ | |
■기고/ 동물복지와 가축피해 평가 | |
등록일: 2010-07-14 오전 11:27:56 | |
환경부 소속기관인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건설현장 소음·진동으로 인한 가축피해를 평가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사건현장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동물인 당사자가 말 또는 글로써 자기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사(Medical Doctor)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소아과의사를 연상케 한다. 진료를 위해 소아과의사는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묻게 되고 필자의 경우는 축주(畜主) 또는 대표관리자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소아환자의 보호자가 대신 아파하는 것처럼 동물보다 축주(畜主)나 관리자가 더 피해자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축산도 산업화를 겪으면서 1990년이후에는 전업화, 규모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따라서 산업화된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는 동물의 질병을 관리해 주는 ‘Health Management’의 기능이 강화되었고 이를 통하여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렇다 보니 동물의 사육시설은 현대화된 경우도 있지만 밀집사육에 제한된 환경을 제공하여 생산성만을 추구하여 왔기 때문에 지금은 사육시스템에 의한 질병 즉, ’Diseases Induced Production System’이 주된 위생관리 대상이 되어 아마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내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가축을 사육하다보면 당연히 자연적으로 불임, 유·사산, 폐사, 위축이 일어나는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의 축산학이나 수의학은 이런 예견된 현상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도록 사육 또는 관리의 방법이 매뉴얼화 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화된 대부분의 가축은 자산의 일부로 취급되어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양축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여 보관하게 된다. 흔히 일일작업기록부 또는 일보라고 불리는 이 기록은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이 지내온 시설과 관리기술, 관리자의 태도, 경영자의 의지 등에 대한 반응을 읽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되곤 한다. 어쨌든 이 기록만 확보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양축가나 대표관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객관적으로 가축사육장 인근에서 벌어진 인위적 영향을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당사자인 동물은 배제된 채 양축가와 원인제공자간의 감정이 앞서 진짜피해자가 누구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더 문제이다. 기록이라는 것은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할 수도 있으나 산업화된 양축장의 경우는 사람의 머리로 기억해서 나중에 적을 수 있을 만큼 기억할 내용이 간단치 않다.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가축피해 분쟁사건의 중심에는 과연 원인제공자가 그 만큼의 피해를 주었는지? 동물이 얼마만큼 피해를 입었는지?, 우리나라와 같이 4계절이 있는 경우에도 생산성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관리자의 관리기술에는 부족함이 없었는지? 시설의 열악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지? 제기되는 논점이 한 두가지가 아닐뿐더러 주장하는 의견이 실제 피해당사자인 동물과는 제대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주관적인 논점들을 객관적이고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로 표현해내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 축산선진국에서는 동물의 복지를 매우 강조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세계적 동향으로부터 영향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의 복지가 한껏 누려질 수 있는 사육환경이라면 산업화된 동물의 생산성은 다소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나 외부환경에 대한 동물의 반응은 어느 쪽으로 움직여갈까? 더 주변의 인위적 영향에 긍정적으로 아니면 부정적으로 변해갈까? 아마도 호기심이 많은 동물들은 이런 변화를 사람보다 더 잘 순응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 |
< 출처: 축산신문 > |
첫댓글 항상 적는 버릇을 습관화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