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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구석구석까지 이 사회의 시스템이 낳은 도저히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 '암'적 상태에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뜨거운 한 여름 8월에 마지막 날. 다시금 길을 나서기로 작심하고.
올해는 오롯이 혼자서 지내며 해온 농사. 마무리 달이 다가오고.
폭염으로 인한 흉작 가능성에 마지막 확증을 던져 주는 듯 10월에는 태풍에 이어 잦은 비를 동반했다.
자연의 기운은 정치사회경제의 기운과도 그물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는 법.
마법에 걸린 듯 무기력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사드에서 한 지역민이 일어서고, 권력의 정점에서 전국민이 일어섰다.
9월 어느날, 전희식 선생이 나에게 뭔가를 요청하던 날, 나는 그의 얘기에 답변은 이랬다.
"사드배치로 성주민이 다 나선것처럼, 전 계층이 나설 수 있는 것. 그것이 작금의 처한 여러상황의 변화를 만들거예요."
"그게 뭐지?"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막장드라마와 같은 정치권과 민중의 무기력은 100년이 넘게 지배한 권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봐요"
" 그래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해야잖아."
" 그렇죠. 대안은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속에서 실현하는 거구요. 싸움은 싸움대로 해나가고...그런데 그 싸움은 뭘지..."
그날 이후, 난 '싸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내가 해야 할 싸움을.
그리고 지금, 그 날 내가 얘기했던 '전국민이 공감해서 분연히 일어서는 것'은 역시 누군가에 의해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과정 속에서 극점에 이르면 일어나는 '자연스런' 일임을.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자연스런 운동과정에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직시하고 해결하는 지혜를 평상시에 길러야 함을.
이제 껍질에 불과한 '막장드라마'지만, 그것은 여전히 우리 곳곳에서 보이며 농촌 이 구석에서도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공익을 위해 쓰일 세금들이 공익으로 가지 않고 사익에 복무해온 정부의 지원과 그 시스템은
'내가 안 써도 어디론가 흘러갈 거라며 열심히 온갖 지원금을 신청하는 농촌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오늘 콩수확을 마지막으로 밭에 있던 대부분의 작물들을 거두었다. 이젠 겨울농사의 시작이다. 밭을 다듬고, 밀을 파종하는 일이
남았고 콩타작과 몇가지 갈무리가 남았다. 올해 실험해 본 것도 나름 성과가 있었고, 이 밭의 구석구석 내 손끝이 닿았고 성질을
파악했다. 내년도 작부계획은 정해졌다.
작년에 참나무에 종균을 넣고 윗산에 15개 정도 놓아두었는데...10월, 버섯들이 나오고 있다. 5년은 따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매일 버섯 반찬을 하면서...'내년에 봄에 또 해놓아야지...' 혼자 중얼거린다.
된서리가 올 것 같은 일기 예보에 따라 밭에 남은 호박잎과 지붕위 박잎을 거두었다.
내년도에도 지붕 위로 박을 올려야지....또 중얼거린다. 물론 지붕 위로 올린 박 덩굴은 박 두 개가 달렸지만 성장 끝에 썩어 버렸다.
청팥부터 각종 동부들...밭을 돌며 거두어들인 것들. 맨 윗밭 100평을 검정동부로 해서 풀하나 매지 않고 검정동부로 덮었으나 고라니와 맷돼지가 번갈아 가면서 오셔서 충분한 식사를 하고 떠났다. 게다가 폭염과 잦은 비. 성한 동부는 가뭄에 콩나듯. 대부분 곰팡이가 슬어버린 것들이었다. 밭의 거름으로 들어가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 들깨는 한 쪽 귀퉁이에서 자란 것을 수확. 큰 댓박 수확했다.
씨나 얻을까 작두콩 있던 것을 심었다. 몇개가 주렁주렁. 차를 만들었다. 두번째로.
작두콩은 말랑말랑한 꼬투리를 따서 잘게 썰어 후라이팬에 덖는다. 살짝 덖은 것을 말리것을 보관해 두고. 가끔씩 우려서 차로 먹거나
한 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두고두고 마시기도 한다. 간경락에 작용해서 간기를 보충해준다.
금전초. 봄에 밭 정리하면서 금전초를 차로 만들었고, 그것은 몇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 금전초가 여기저기 널렸는데 딸 여유가 없어서 있다가 내년 봄까지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아 부랴부랴 땄다. 잎들을 따서 씻어 물기를 빼고 말리면 된다. 말린 것은 차로 먹는데
한 웅큼 다기에 넣어 우려 먹는다. 이뇨작용이 크다. 담석증에 잘 거리는 사람이나 부종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저녁에 몇 잔 마시면 밤에 요강에 자주 앉게 된다.
올해 박을 두 종류 심었다. 이것은 곡성 대박이다. 작게 나온 편이다. 박나물 하기에 좋은 크기다. 박나물을 하려면 겉이 물렁일때
수확해서 얇게 저밀어 말리거나 사용한다. 시기를 놓쳐 바가지용으로 수확했다. 역시 폭염으로 조금 일찍 수확한 편이다.
겉 껍질이 이쁘게 나오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쓸 만 하다.
괴산대박이다. 괴산토종종자 수집시, 내가 두 팔로 안았던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엄청 컸다. 남은 종자 두 알로 다시 복원했는데
그 정도는 안되지만...거름을 더 충분하게 주었으면 그 크기가 나올 듯. 한 그루 박 하나가 나온다.
괴산 대박이다. 두 그루 중에서 각 하나씩 얻었다.
이것은 크게 흠이 없다.
곡성 대박이다. 높이가 55센티? 이건 종자용기를 만들예정. 이번 박을 재배하며 여러가지 비교를 한 결과 앞으로 박을 많이 재배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kbs정기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박은 오래된 재래 작물이며, 정말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나는 약용에 주목한다.
농부가 된 이래로 두번째로 바가지를 만들었는데..첫번째는 내가 직접 한 것은 아니고 옆에서 지켜보고 보조를 한 것이었다.이번에는 나 직접 했는데....
작은 것을 톱으로 썰다가 오른손 엄지를 썰 뻔 했다. 두번째날 톱으로 쓱싹 쓱싹. 대박이었다. 박 속이 둥글게 쏙 빠져나왔는데 사람 뇌를 닯았다. 첫번째 박은 탁색에 썩어 들어가는 중이라 몰랐다가. 하얀 속에 뇌를 닮은 박속이 나오고. 그 박속의 겉은 뇌의 뼈처럼 딱딱했다. 종자를 골라내는데 얼마나 손가락이 아프던지....딱딱하면서 벌집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벌집을 벌리듯이 열어 종자를 빼냈다.
박속 흰살은 부드럽고, 맛은 밋밋했지만 뭔가....신비로왔다.
예전에 괴산에서 종자를 달라고 했을 때 할아버지가 반쪽을 갈라서 통째로 준 이유를 알았다. 그 때 종자를 어떻게 골라냈는지
기억이 없었는데...그러니까 혼자 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니까 ...알게 된 사실들이다. 그 전에는 여러사람과 같이 했으니
기억이 없는 게...
박을 톱으로 타고..이건 분명히 타는 것이 맞다. 타서 박속을 긁어내고 큰 솥에 넣어 삶았다. 충분히. 그리고 꺼내어 겉과 속을 긁기 시작. 소주 한잔 걸치고 열심히 긁었다.
긁으면서 '바가지 긁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숟가락으로 박의 겉과 속을 긁어내는데...슥슥...잘 긁혔다. 잘 긁히더니이렇게
예쁜 모습이 나왔다. 남편들은 마누라한테 바가지를 긁히는 것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괜히 바가지 긁지는 않는 것이니까.
내 엄지에 톱질 자국을 준 바가지다. 이것은 삶긴 삶았는데 오랳동안 안 삶은 탓인지 오늘 보니 한쪽이 쭈그러들었다.
요 사진으로는 말짱하다.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햇볕에 바짝 말리면 잘 깨진다.
박...난 앞으로 박을 노래하리라...박 먹자고....박잎도 먹고...박 속도 먹고...바가지를 만들어 쓰자고...박 속은 뇌를 닮았으니
뇌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바가지는 종자 있는 뇌를 덮었으니 종자를 파종할 때, 그 기운을 줄 것이리라.
바가지를 긁을 일 없고. 긁히는 일 없으니..정말 바가지를 이틀 걸쳐 긁어 만들었다.
나의 툇마루는 이렇게 이러저런 것을 갈무리하고 말리고 두는 곳이다.
유일하게 헨드폰이 터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늘 햇살은 겨울햇살인지 가을햇살인지 정말 따뜻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툇마루에서 점심을 먹었다.
농부들에게는 툇마루가 정말 필요한 장소다. 쉬는 장소. 옷을 터는 장소. 이것저것 놓는 장소. 잠시 눕는 장소.....무엇보다도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짐을 놓고 엉덩이를 걸치는 장소다.
괴산대박 2 종자다.
색깔이 진한밤색으로 나온다.
곡성대박, 색깔이 진갈색으로 나온다.
지금 마르고 있는 데 색깔이 이쁘다.
괴산대박 1이다. 다른 괴산대박과 같은 종자인데 작은 크기라 따로 받았다. 종자 상태를 비교해봐서 차이가 없으면 합칠 예정.
서양와사비잎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여름에는 잎이 죽고 가을에 다시 나온다. 된서리에 폭삭하지 않았다. 잎을 오랜만에 쌈을 싸서
먹었다. 우앙...맛있다. 늦가을 탓인지 잎줄기는 세서 잎줄기는 입을 타고 다시 나왔다.
여름에 우엉씨앗 채종을 했고, 남은 세 그루가 있었는데, 우엉차를 만들기 위해 어제 캤다. 경사진 곳이지만 너무 깊어 뿌리르 짤랐다. 인삼이나 더덕과 비슷하다. 향도 그랬다. 우엉을 깨끄시 씻어 작두로 썰어 말리고 일부는 반찬을 했다. 껍질은 벗기지 않았다.
껍질째 먹어야 사포닌...그 향과 맛이 그대로 약이 된다.
다음주 kbs라디오 정기인터뷰에서 우엉을 소개할 예정이다. 우엉은 자연농에서 매우 중요하다.
몸이나 토양에....다음주말에 우엉편에서 긴 말을 할 예정. 여기선 끝.
수세미. 별로 안달리는 듯 했는데...늦게 수세미가 주렁주렁. 역시 토양 수분이 많은 곳에서 잘 된다. 수세미 또한 이번주에 청취하게
될 게다. 일단 수세미로 쓸려면 삶아야 한다. 삶으면 위 껍질이 잘 벗겨진다. 저 상태로 충분히 말리면 수세미를 오랫동안 쓸 수 있다.
난 수세미를 수세미오이로 만든 것을 쓴다. 기름기도 잘 닦인다 내년도 수세미....충분하게 확보했다.ㅎㅎ
깜박있고 수세미 하나는 씨앗을 빼지 않고 삶았다. 나중에 씨앗을 빼내서 분쇄를 할 예정이다. 수세미도 씨앗까지 모두 약응로ㅗ 쓴다.
수세미도 줄기와 열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거다. 수세미를 수확하고 남은 줄기를 잘라서 말려서 나중에 삶아서 마시면 수세미의
약용효과를 똑같이 얻을 수 있다. 특히 손이 건조한 사람은 반드시 수세미를 수세미로 ㅆ는 것이 좋다. 수세미를 쓰고 난 뒤에
ㅋ크림 같은 것을 바르지 않아도 손이 부드럽다.
수세미가 보습제니까....
사진이 여러장 겹친다. 잘 못 올린 것 같다. 암튼....버섯을 말리고 있다. 대박은 특색에 따라 씨앗 3종으로 나누었다.
부랴부랴 생강을 수확했다. 거름도 주지 않고, 풀도 한 번도 메지 않았다. '풀을 매는 날은 수확하는 날이었다.
조선생강 답게 향이 찐하게 닿았다.
그럭저럭. 무강-종자로 쓰였던 것-을 따로 떼어내어 오늘 갈았다. 생강차 끓여 먹고. 김장 때 쓸 요량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나의 약용과 종자로 .....내일 생강 잎은 따로 정리해서 동치미에 넣을 예정.
토종토란. 작년에 음식물 퇴비가 들어간 땅. 세 그루에서 나온 토란이다. 역시 알갱이가 많고 크다.ㅎㅎ
퇴비의 힘..... 잘 말려졌다. 종자용으로 보관만 남았다.
가지잎을 모두 갈무리.. 말리는 중이다. 항염제로 뛰어나므로 .....본 줄기는 밭에 두고. 나중에 태워 재로 만들 예정.
역시 상처 치료제로 쓸 예정...
바즐...겨우 두 그루....된서리에 죽을까...잘라서 말리는 중....
바즐..올해 나의 향신료로 톡톡히 몫을 했다.
풀 한번 매지 않고 풀을 이긴 콩. ...폭염 후유증에 덜 익은 상태에 태풍에 쓰러졌고..10월에 잦은 비로...곰팡이 피는 듯 했는데...
그래도 올해 콩 농사...만족할 만하다. 3일에 걸쳐 수확을 완료했다.
콩 털기가 남았다. 그 옆에 미자 새끼...수돌이. 요즘에 수돌이가 조랑조랑 쫒아다닌다. 순이와 산이가 묶여 있으면.
콩을 널려놓고...내 자신에게...'수고 했다'...중얼거렸다.
대봉감...그냥 버려두듯이 한 대봉감나무. 그래도 장바구니 두 바구니 나와서...오늘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저녁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 맛있다. 잘 먹을께. 고맙다" "아버지두 자식한테 고맙긴..." 난 부모님이 먹고 싶은 것 있으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드린다고 내 스스로 약속했었다. 나머지 남은 삶, 병상에 있는 엄마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먹는 즐거움이 최고일 터...
둥근호박. ...저렇게 멀쩡한데....쪼개보니.....호박과실파리로 .....두개 다 유충이 엄청........
곡성애호박 ..애호박으로 사용한다. 아직 뚜껑을 안땄다.
단호박...많이 했다. 이것은 검정 단호박. ...단호박은 된장찌개용으로 사용한다. 개량종보다 당도가 떨어져서....
단호박죽으로 남겨두었다.
9월의 오이 사진인듯...세 개의 다른 오이. 왼쪽은 나의 짦은 오이. 내 밭에서 나온 것. 가운데는 곡성오이. 한약찌꺼기로 자란 오이.
오른쪽은 유기물퇴비가 들어가서 순천에서 자란 오이. 한약찌꺼기를 사용한 오이는 역시 쉽게 무르다. 양파는 단맛이 강하고 매운맛이 없다. 건강원찌꺼기를 퇴비로 사용한 토양은 단맛을 강화시키고 식재의 고유맛을 감소시킨다. 야물기가 떨어진다. 역시 일반 퇴비를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무퇴비를 한 나의 것은 오래 야물고 식재의 맛을 살린다.
씨앗 갈무리할 긴호박..... 이번 주말, 늦은 오후에는 .....서울 한복판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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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
위 사진의 박은 삶아서 말리시는 건지요?... 삶아서 그늘에 말리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올해 딱 1개가 열려 따다가 속을 파고 삶지 않고 말려볼까합니다. 작년에 조롱박 삶지 않고 그냥 말렸더니 좀 탄력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요 몇 일 추운 날씨에 콩 잎이며 가지 잎들이 다들 서리 맞은 것 처럼 축늘어져 있는데... 수확시기가 늦었구나 하는 생각이 ... 농사일은 목욕탕 주인처럼 때를 잘 만나야 하는데... ㅡ,.ㅡ"
환절기 몸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
삶지 않고 말리면 금방 깨져요....콩은 지금 수확시기죠.
찬바람에 자란 채소에 입맛이 돌아오는 계절입니다.
얻어지는 것에 만족하면 그것 또한 기쁨이니, 억만금 쌓아놓고 뒷일을 걱정하는 이들의 팔자에 비할바가 아니지요.
찬바람이 좋네요.ㅎㅎ
아~박~톱으로 자르셨네요~저희도 박이 생겨서 어떻게 자르나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장갑끼고..한쪽 잘 잡고...쓱싹쓱싹 해야..안그러면 손 다칩니다.
그래두 콩이 제법 많은디유~~
넹...그럭저럭 잘 됐슈....
일손 돕기하러갈 때 대박씨나 몇알 주이소.
가지 잎을 말려 약으로 쓰는 군요. 우리엄마가 말려달라해서 나는 주로 가지에 치중해 말렸는데...
이것저것 좋은 정보 감사해요. 쑤세미 줄기까지 같이 삶아라는 것도....
오랜만에 뵙네요^^ 갈무리 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