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절기를 보내고 있지요. 입추, 처서, 백로.. 분명 가을절기가 시작된지 오랜데 한여름 같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요. 월요일 오후 산책시간에 대천천을 걸었는데 볕이 너무 뜨거워 오래걷기가 힘들었어요.
지난주에 갈아놓은 옥상텃밭에 배추와 무 모종을 심었어요. 작년까지는 씨앗을 심었는데 올해는 한주 늦어지는 바람에 모종을 심었어요. 쪽파종구도 심고 가을 시금치 씨앗도 심었어요. 농사는 파종시기가 아주 중요하다는데 올해는 시기를 맞춰도 기온이 너무 높아 제대로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요. 햇볕이 너무 뜨거워 심어놓은 모종 이파리가 금방 시들어져요. 그래도 열심히 물을 주었더니 몇 포기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주가 금방 지났어요. 목요일에는 '인성교육센터'와 '안전체험관'에서 희망마중물교육체험을, 금요일에는 하루종일 추석맞이 행사를 진행했지요. 이틀 연이어 전일제로 초중고 모두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올해 추석맞이 행사에서 초등은 송편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정성을 듬뿍 들여서 만들었는데 송편소의 맛이 좀 약해서 아쉬웠다고 해요. 그래도 모양은 그어느때보다 그럴듯하니 예쁘게 되어 상에 올려놓으니 보기가 좋았어요.
지난 6월에 심은 가을옥수수도 수확해서 상에 올렸어요. 아이들은 꿀에 찍어먹으면 맛있겠다면서 나눠먹고도 남은 송편을 집으로 가져갔어요^^ 송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할 것이 많지요. 쌀을 하루종일 불렸다가 물을 빼고 방앗간에 가서 빻아오고, 소로 쓸 팥도 삶고 깨도 사서 살짝 빻아 놓아야 하지요. 송편만들기를 9월 '절기음식도감'으로 정리할때, 과정 전체를 돝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인성교육센터'에 가서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배움의 시간인 것 같아요. 넉넉히 만든 음식을 이웃한 맨발동무도서관, 대천마을학교, 그리고 5층 대천태권도장을 돌며 나누기도 했지요.
물질적으로 모든 것이 너무 흔하고 풍요로운 시대, 그래서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시대에... 먹거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고, 그 먹거리를 허락한 하늘과 땅, 그리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겸손과 사랑의 시간, 그것이 해마다 학교에서 추석행사를 치르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올해도 입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꿀벌을 보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꿀벌은 얼마나 좋은 스승입니까? 꿀벌은 꽃에서 꽃으로, 한 꽃에서 꿀을 조금씩 따면서 날아다닙니다. 어떤 꽃도 "꿀벌이 와서 내 꿀을 가져가 버렸어."하고 불평하는 일이 없습니다. 꿀벌은 꽃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고 꽃과 꿀벌사이에는 완전히 폭력이 없는 관계, 해를 끼치지 않는 관계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인간사회가 땅에서 무엇을 캐내거나 얻어내려고 할 때 우리는 계속해서 빼앗고 빼앗고 해서 마침내 바닥나고 고갈되어 그 자원이 끝장날 때까지 갑니다. 우리는 꿀벌에게서 조금만 얻어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그 이상은 아니고요."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15p)
첫댓글 선생님~ 추석 잘 보내셨어요?^^ 아이들이 자연에 감사하고 이웃에 감사를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