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맛!]지리산 기운 가득 산청 약선요리
최소한의 외출과 야외활동의 단절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
입맛도 없고 면역력은 떨어지고 기력이 쇠하다면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집콕, 방콕 탈출을 시도하라! 산천초목이 생기가 돌고 물오르는 계절,
지리산 산청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 집 나간 입맛을 되찾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묘안이 기다리고 있다.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놀라운 밥심! 음식과 약의 근본은 같다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 내에 자리한 동의약선관으로 향하는 여정은 청량한 공기와 풍광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한옥(330m²)으로 들어서자 멋스럽게 정돈된 장독대부터 눈에 들어온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대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입구를 지나자 손광식(45) 대표와 최금자(73) 여사가 맞이한다. 동의약선관은 ‘식약동원(食藥同原·음식과 약은 근본이 같다)’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리산 자생 재료를 이용한 건강 밥상을 만들고 있다. 매일의 식사가 약과 같은 효능이 있어 균형 있는 식사로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놀라운 밥심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산청에서 꽃핌! 약이 되는 음식, 약선(藥膳)
최 여사는 1972년부터 산청군 시천면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했다. 그런 탓에 한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손 대표는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다. 깊이 있게 우리 음식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운명처럼 약선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약이 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의 약선은 음식 재료에 약재를 넣은 것이 아니라, 약이 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개최와 함께 이곳에서 약선 요릿집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약초로 이름난 지역적 특색을 접목해 약선 요리를 꽃피웠다.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도 약선 요리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1. 버섯들깨찜 2. 느타리초석잠 3. 흑임자연근샐러드 4. 삼채튀김 5. 지리산흑돼지육전·보리등겨장
6. 무당근전과 7. 삼채 8. 표고버섯강정 9. 노루궁뎅이버섯·참송이 숙회 10. 한우모듬버섯약선쟁반
11. 수수부꾸미 12. 해초곤약무침
오색에 반함! 알아두면 쓸모있는 ‘오색 요리의 비밀’
대표 메뉴인 ‘약선 수라한상’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진다. 육해공을 망라하는 상차림은 화려함과 정갈함이 공존한다. 손 대표가 음식 소개에 앞서 빛깔을 먼저 보라고 권한다. “모든 음식은 저마다 고유한 색(色)을 지니고 있고 그에 따라 몸에 미치는 효능이 다르다”며 색을 찾아내라는 숙제를 내어 주신다. 당황한 것도 잠시, 희한하게 오색이 눈에 들어온다. 비트와 같은 빨간색 음식은 심장과 혈관에 좋고, 호박처럼 노란색 음식은 위장 같은 소화기를 튼튼히 한다. 녹색 채소는 간과 체세포 기능을 좋게 하고, 더덕과 버섯 등 흰색 음식은 폐와 기관지 기능을 도우며, 검은색 음식은 신장 계통을 튼실하게 만들어준다고 찬찬히 일러준다. 현대인 누구나 꼭 알아두면 득이 될 상식이다. 다채로운 색감에 반하고 정성 더한 밥상에 양반댁 규수가 된 듯 대접받는 기분이 절로 든다.
맛에 취함! 집 나간 입맛 찾아주는 건강한 맛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과는 다른 담백함과 깊은 맛이 있다. 최 여사는 “비결이랄 게 뭐 있나. 지리산 자연이 다 하는데” 란다. 우문현답이다. 우리 콩으로 빚은 메주로 장을 담가 2년 이상 발효시킨 된장과 간장,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산야초로 만든 발효효소가 조미료를 대신한다. 천혜의 자연에 손맛과 시간이 더해져 곰삭고 농익은 맛. 바로 약선 요리의 비결이 아닐까.
모양도 이름도 독특한 노루궁뎅이 버섯을 참기름 장에 콕 찍어 맛보니 탱글탱글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뇌 기능과 신경계 건강을 증진해 치매 예방에도 좋다. 누에를 닮은 초석잠 역시 뇌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씹을 때마다 총명해지는 듯하다. 귀한 산삼 배양근 뿌리로 만든 삼채는 꼭꼭 씹으면 입안에 향이 확 퍼지면서 이름처럼 단맛, 쓴맛, 매운맛이 난다. 입안을 싹 정리해주는 맛으로 지리산 흑돼지로 부친 육전과 곁들이면 찰떡궁합이다. 덕분에 수명이 훌쩍 늘어나는 건강한 느낌이랄까. 손 대표가 보리등겨장을 곁들여 먹으라고 한다. 보리등겨장은 도넛 형태의 메주로 만들고 숯불에 구워 발효시킨 것이라는데 생소하다. 짜지 않고 구수하면서 단맛이 나는 게 전통 된장과 청국장의 중간 맛 정도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당뇨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당 잡는 된장이다. 더덕구이의 신선한 향이 추억을 소환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산에서 캐온 더덕을 나무 칼등으로 툭툭 두드린 뒤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주던 맛. 쌉쌀한 맛에 양념장의 매콤달콤함, 불맛과 정성이 더해진 바로 그 맛이다. 풍부한 사포닌 함유로 기관지 질환 완화에 탁월하다. 비트로 물들인 양파초절임은 마치 연꽃이 핀 듯 화려하게 변신했다. 한우모듬버섯약선쟁반은 장시간 우려낸 육수의 깊은 맛과 갖가지 버섯을 맛볼 수 있다. 밥과 국을 비롯해 육류, 채소, 뿌리, 절임, 나물, 전 등 20여 가지의 영양 가득한 밥상이 집 나간 입맛을 제대로 잡아 올 것 같다.
약선 바람! 가정에도 산청에도 약선요리
“연인으로 이곳을 찾았던 남녀가 결혼도 하고, 나중엔 자녀와 함께 찾아올 때 뿌듯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는 손 대표는 한의학 정보와 손님의 반응에도 귀 기울이며 약선 요리의 대중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약선 요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며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 몇 가지도 알려준다.
덧붙여 ‘동의보감촌’의 기체험 관람코스와 출렁다리, 철쭉 군락 등 즐길 거리를 추천하며 많이 찾아와 달라고 한다. 건강한 식자재로 약이 되는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그의 바람은 2023년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에서 다시 한번 꽃피울 예정이다.
산청 동의약선관
위치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로 555번길 150
메뉴 약선 특한상 2만 8000원
약선 수라한상 3만 8000원
약선 장수한상 5만 8000원
영업 11:30~21:30
문의 055) 972-7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