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죽(風竹) 창랑(滄浪) 성문준(成文濬)
老竹故參差(노죽고참치) 늙은 대나무에 가지도 많은데
風枝一時擧(풍지일시거) 바람이 불자 일제히 일어나네
蕭涑欲動人(소속욕동인) 쓸쓸한 마음 이를 데 없는데
遺響覓無處(유향멱무처)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찾을 수 없네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풍죽도(風竹圖)에 덧붙여진 시(詩)다.
바람에 힘없이 흔들리는 늙은 대나무 밑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백발의 쓸쓸함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는데 늙은 대나무는 가지도 많다.
그리고 찾아올 아무도 없는데 이따금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혹시 누군가 하고 귀 기울이는 늙은 시인의 마음이 애잔하다.
나 역시 수많은 세월 거센 바람에 맞서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고를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기력이 다한 탓인지 이상하게 창랑(滄浪)의 시(詩)가 자꾸만 내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래서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 보며 창작 중인 노래 가사 몇 소절을 적어본다.
< 바람이어라 > 열운(洌雲)
1.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세상사 모든 것이 바람이어라
불타는 청춘도, 애끓는 사랑도, 피 솟는 젊음도
한순간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
바람일 뿐이어라
2.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인생사 모든 것이 바람이어라
꿈꾸던 소망도, 불타는 열정도, 빛나는 영예도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 같은
바람일 뿐이어라
3.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살아온 모든 것이 바람이어라
뼈아픈 좌절도, 한 맺힌 슬픔도, 벅차던 환희도
강물에 쓸려가는 모래알 같은
바람일 뿐이어라
모두 다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어라
모두 다 부질없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2024년 8월 30일 바람 부는 양재천 대나무 숲에서 창랑(滄浪)의 시를 음미하며 내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
열운(洌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