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몽골 여행 후기 및 사진 1

[천박사]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는, 집으로 돌아와 오래되고 친숙한 베개에 누워 쉴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Lin Yutang-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인 오늘까지 저는 제 친숙한 베개에 누워 쉬면서도,

자꾸만 홉스골 호수의 시퍼런 물빛과 서늘한 밤기운에 잠이 깨어 침낭을 파고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여름의 열기를 피해 날아간 몽골에서의 9박 10일.

울란바토르와 카라코람, 쳉헤르 온천, 홉수골 호수, 뜻하지 않던 잠깐의 테를지까지 돌아보았던 그 시간들을

사진으로나마 다시 떠올려 봅니다.

저를 포함해 20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여름의 정점에서 몽골로 떠났습니다.

저에겐 매년 떠나는 몽골이었지만 여름에 떠나는 몽골은 갈 때마다 새로운 재충전의 시간을 허락해주는

넉넉한 초원과 호수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몽골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매년 몽골 항공편의 고질병 중 하나인 막판 스케쥴 바꾸기를 겪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미리 각오를 하고 있던터라, 7월 26일 새벽에 울란바토르에 도착해서 정오까지 호텔에서 쉬다가

원래 예정에는 없던 울란바토르 시내 투어와 함께 멋진 점심식사를 기획했습니다.

울란바토르의 맛집으로 소문난 '실크로드' 식당에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 먹으며

드빙의 이름아래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20명의 멤버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에게 익숙해져갔습니다.

이후 간당사원과 자이승 기념탑 등을 돌아보며 여행 첫 날의 일정을 가볍게 소화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서영이, 효건이, 효인이 등 3명의 아이들이 참가해서 전체 팀의 평균연령이 쫘악 내려가 주었답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계신 회원님의 뒷모습!

아 글쎄.. 여행 출발 전날에 허리를 삐끗하셨는데 병원 가셔서 응급처치를 하시고는 여행을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난 고민을 하셨더랍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용감하게! 인천공항에서 함께 출발했답니다.

야생의 몽골 여행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허리 상태로 이 용감한 회원님은 낙타도 타시고 말도 타시고..

무지막지한 비포장의 열악한 차량안에서도 버티시는 여행고수의 신공을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드빙에서 몽골 여행을 추진하면서 매우 기본적인 컨디션에서 출발해 올해 4번째의 몽골여행에 이르기까지

매년 조금씩 여행의 컨디션을 업그레이드 해 왔었는데, 올해는 국내선을 타고 홉스골까지 갔다 오는 일정을 최초로 넣었습니다.

전체적인 여행 경비가 올라가는 부담스러움에 사실 열악한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5인 1조로 타고 다니는 전용차량만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명 봉고차로 불리는 한국산 미니버스만으로도 지난 3년간의 더 험한 육로 이동이 있던 일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기에 

여행 경비를 올려가며 차량을 바꾸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팀에서 몇 몇 회원님들의 차량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연식이 오래되고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리고 시트의 쿠션도 변변치 않은 전용차량에 대해

시급히 개선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여행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차량으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앞서고..

불편함에도 무조건적인 불평과 비난보다는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로 개선점을 제시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내년 여행부터는 경비가 올라가더라도 차량도 조금 업그레이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입니다.

칭기스칸이 세운 몽골제국의 수도가 있던 카라코람으로 가는 길에 만난 샌드듄에서 낙타도 탔습니다.

한낮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그런 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들 쌍봉낙타에 올라타서 낙타털이 숑숑 올라온 봉을 잡고 가는 낯선 경험에도 모두 즐거워 하시더군요.

사막의 기분을 살짝 느낄 수 있는 샌드듄까지 다녀왔습니다.

저는 회원님들이 두고 가신 가방을 지키느라 샌드듄까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18명의 회원님들이 모두 낙타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고.. 혼자 남은 낙타 한 마리와 허리 아프신 회원님의 눈이 따악~ 마주치는 순간!

용감한 우리 회원님 왈, 타고 죽나 안 타고 죽나 똑같다.. 하며 올라타시고 일행들을 따라가시더군요.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눈물이... ㅠㅠ

근데 낙타를 무사히 타시고 오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 카라코람 가는 비포장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신나게 덜컹거리시다 허리를 부여잡고 저에게 한 마디 하시더군요.

"이런 길을 갈 거면서 낙타를 못 타게 했어~~!!"

  카라코람에서 우리팀이 처음 경험하는 투어리스트 게르의 풍경입니다.

깨끗한 게르와 식당, 수세식 화장실과 온수샤워, 특별난 메뉴는 아니지만 정성스레 세팅된 음식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몽골 야생의 초원에서도 여행 할 만 하겠지요.

카라코람의 옛 영화는 어디로 가 버린지 없고, 초원에는 옛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라는 표시만 곳곳에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에르덴 주 사원과 거북이 바위등을 찾아다니며 푸른 몽골 초원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2편으로 이어갑니다)

[신나아줌마]

와우! 여행의 후기까지도 올려주시니 천박사님 마치 여행을 함께 하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천박사]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여행은 날씨도 참 좋았답니다

[작은형1]

천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운 사진 가져갑니다.

[천박사]

감사합니다. 개별사진들은 곧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릴께요.

[미우]

사진이 넘 좋네요.

[모시]

몽골의 쌉쌀한 맥주맛이 그립네요...

[소리향이]

천박사님! 고맙습니다~ 사진 퍼갑니당~

[숲길을 걷다]

우왕~
사진 보니 며칠전 일이 꿈속 같습니다...
이미 그립고 애틋한 시간들입니다^^

[무대 뽀]

다시 가고픈 너른 초원의 나라 몽골~~~
한국은 더웠지만 시원해서 좋았겠어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masters]

천박사님, 못따라가서 많이 부럽습니다.
10년에 비하면 천국 같아 보입니다.
10년전에는 고비사막을 달리는 차들이 한국에서 10여년 운행했던 차들이라 고장이 잦었어요.
다시 한번 가고 싶네요.
게스트 하우스, 게르 모두가 천지개벽했네요.
역시 칭기스맥주는 최고죠. 흐르헉도요.

[천박사]

마스터님 잘 지내고 계시죠?
저두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몽골도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게르도 일년이 다르더군요.
오랜만에 가시면 정말 감회가 새로우실 듯 합니다.

[재수]

덕분에 몽골 여행기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