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강민준은 창밖의 참새 한 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실 유리창 밖 화단에서 참새는 부지런히 무언가를 쪼아 먹고 있었고, 강민준은 그 무심한 움직임이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밟혔다.
"선배, 또 그러고 계세요?"
이수연이 서류 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강민준은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저 새는 자기가 쪼아 먹는 게 벌레인지 씨앗인지 신경 안 써. 그냥 눈앞에 있는 걸 먹을 뿐이지. 근데 사람은 안 그래. 뭘 골라서 처벌할지, 그것부터가 벌써 판단이거든."
"또 그 사건이군요."
이수연이 책상 위 서류를 펼쳤다. 표지에는 '형평성 불균형 규제 의혹 사건'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물류 기업 한 곳이 정보기관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곧이어 해외 의회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감독 기관은 이 기업에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불과 얼마 전, 반도체 대기업에서 발생한 정보유출 사건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과징금의 무게가 지나치게 불균형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사람들은 "목줄이 잡혔다"며 격앙했고,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강민준과 이수연은 이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받았다. 표면적인 죄목이 아니라, 그 처벌의 '무게'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용의자는 사람이 아니야." 강민준이 말했다. "이번 사건의 진짜 용의자는 저울 그 자체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저 저울추를 올렸는지가 문제야."
첫 번째 참고인은 감독 기관의 실무 담당자였다. 그는 두 사람 앞에서 진땀을 흘렸다.
"저희는 규정대로 했을 뿐입니다."
"규정대로라면," 이수연이 서류를 짚으며 말했다. "왜 앞선 사건과 이번 사건의 처벌 수위가 이렇게 다르죠? 정보유출 사건은 솜방망이였고, 이번 건은 최고 수위였는데요."
담당자는 대답을 망설였다.
"사안의 성격이… 다릅니다. 이번 건은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라서요."
강민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외교적으로 민감하다는 게, 처벌을 더 무겁게 하는 이유가 됩니까, 아니면 가볍게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합니까?"
담당자는 답하지 못했다.
두 번째 단서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해외 정부 기관의 보고서 원문을 검토하던 이수연이 강민준을 불렀다.
"선배, 이거 보세요. 이 보고서, 처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라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요."
강민준은 보고서를 훑어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우리 내부에서는 '외교 문제니까 강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저쪽에서는 '이건 우리 기업 차별이다'라고 항의하고 있다는 거네."
"완전히 반대 방향이죠."
강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화단의 참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건 범인이 따로 있는 사건이 아니야. 판단 기준이 애초에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이번엔 세게, 저번엔 약하게, 그때그때 손이 가는 대로 저울추를 올린 거지."
셋째 날, 두 사람은 사건을 담당했던 상급 결재라인을 조사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예상했던, 그러나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명문화된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안마다 담당 부서의 재량과, 그때그때의 여론과, 외부의 시선이 뒤섞여 결정되고 있었다.
"용의자를 찾았어요." 이수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네요."
"그래." 강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의 진범은 기준이 없는 시스템이야. 형평성이라는 원칙 없이, 그때그때 힘의 크기와 여론의 온도로 저울을 조작해온 구조 그 자체."
이수연은 서류를 덮으며 물었다.
"그럼 누구를 기소하죠?"
강민준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창밖의 참새가 포르르 날아오르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소할 사람은 없어.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야. 이 기준 없는 시스템을 낱낱이 밝혀서, 다음번엔 저울추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보고서를 제출하던 날, 강민준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었다.
이번 사건에서 처벌받아야 할 대상은 특정 기업도, 특정 개인도 아니다. 공정한 기준 없이 그때그때 무게를 달리해온 구조 그 자체가 진짜 문제였다. 국가의 안보와 기업의 책임, 그리고 외교적 신뢰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저울을 세우는 일—그것이야말로 이 사건이 남긴 진짜 숙제다.
사무실을 나서던 이수연이 문득 물었다.
"선배, 아까부터 그 참새는 왜 그렇게 보세요?"
강민준은 옅게 웃었다.
"저 녀석은 눈앞의 것만 보고 먹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잖아. 사람이 만든 저울은, 사람이 똑바로 세워야 하니까."
두 사람은 나란히 저녁노을이 물든 거리로 걸어 나갔다. 화단 위 참새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텅 빈 하늘에는 옅은 붉은빛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