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에 간다고 나갔는데, 지하철이 금방 지나가고 나더니 10분 후에나 왔다. 늦지 않으려고 지하철에 내려서 부지런히 올라갔지만 시작 시간이 지났다. 강의실 앞에서 유현식샘이 같이 가자고 불렀다. 강의실에 들어가니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샘들이 다 와 있었다.
심샘은 열심히 음료를 준비하고 계셨다. 교수님께서 준비한 자료를 나눠주고 나니 교수님께서 몇 가지 공지사항을 말씀하셨다.
1. 지영호샘 출판기념식을 다음 주 월요일에 한다.
2. 초우 작가회를 11월 19일 토요일에 안성에서 한다. 8시30분 가천대 출발 예정
초우 7집 출판기념 및 시화전을 겸한다.
3. 육필전은 할 것이니 육필자료를 안 낸 사람은 11월초까지 가져온다.
4. 지영호샘 전시회(시, 서예, 사진)는 11월26일 오후 3시에 인사동 하나로갤러리에서 한다.
이어 수업을 시작하셨다.
이번 학기는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에 대해 계속 공부를 한다.
지난 시간에 5번째 “유머 감각의 산물이다”에서 안도현의 ‘봄똥’을 공부했는데, 그의 시 ‘똥차’와 ‘똥개’ 두 편을 더 가져오셔서 공부를 했다.
똥차
두어 달에 한 번씩 학교에
똥차가 온다
햇볕이 변소 지붕에 골고루 널린 날을 택해
부릉부릉 운동장을 힘차게 질러온다
개도 안 먹는다는 선생 똥을
교과서나 공책 찢어 쓰윽 닦은 아이들 똥을
빨대로 콜라 빨 듯 시원히 바닥낸다
수업 시간에도 냄새가 교실을 적시지만
우리 어디 제 코만 싸잡을 일이다냐
비우면서 그리하여 가득 채우는 일
대명천지에 똥차는 와서
진정 참다운 일
가르쳐주고 간다
비움과 채움이라는 자연의 원리, 자연의 순환을 똥의 미학을 통해 가르쳐 준다.
똥개
똥개가 되고 싶어 봄날에는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따뜻한 똥을 찾아
동네방네 쏘다니다가
복숭아같이 엉덩이 굵은 암캐 만나면
그녀와 함께 킁킁대며
오랑캐 꽃 들길 따라 걷고 싶어
모락모락 김이 나는 혀 끝에 침이 도는
똥을 찾아 어슬렁거리다가
물어뜯고 싶어 손이 하얀
가슴에 똥이 가득찬 어느 놈이
냄새 난다고 똥 치운다고 법석 떤다면
그놈 손목부터 물어뜯고 싶어
부르르 치떨며 팽개치며
우리들 귀한 밥을 지키고 나면
그녀가 아지랑이처럼 꼬리 흔드는 것을
보고 싶어 봄날에는
똥개가 되고 싶어
이 시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해준다. 현대 도시인들은 똥냄새로부터 멀어지면서 참다운 고향을 잃고 있다.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일곱 번째, “시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노래한다.”로 교재 16쪽 작품을 감상했다.
상가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 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 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초우 문학회가 추구하는 생활 속의 문학으로 제목 자체가 하나의 시이다.
수미상관법을 사용였으며, 눈을 감으면 그림으로 나타나는 시이다.
생로병사 시의 한 예로 제 졸시 ‘대나무의 기도’도 소해해 주셨다.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이야기 하고 함께 낭독하고 해설을 해 주셨다.
대나무의 기도
채기병
대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나무라 부르지만
마디가 있는 풀이다
마디는 생장점(生長點)
양분을 쌓아 성장하기 위해
잠시 멈춘 흔적이다
죽순(竹筍)은 쉼터
눈에 띄게 빨리 자라는
성장 비결이다
쉼은 기도
기도는 영혼의 양식
쉬어야 더 빨리 자란다
이제 즐거운 간식시간 오늘도 많은 분들이 맛깔난 간식을 가져오셨다.
이봄표 떡, 류숙자표 고구마, 김영주표 과일, 김옥희 표 감자, 허복례표 꽈배기
기념사진은 필수, 사진을 찍어야 먹을 수 있다. 찍사인 홍긍표샘이 늦게 오시면 우리는 꼼짝 못하고 기다린다. 사진을 찍고 나면 선착순으로 집어 먹는다. 하나씩만 먹어도 배가 불룩해진다. 꽈배기가 뭐 같다는 oo샘, 거기에 호응하는 oo샘, 웃다 먹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그래서 2교시는 항상 짧다.
“시를 잘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중에
첫 번째, “시는 우리말의 보물창고이다.”와 관련하여 ‘별’과 ‘잠’에 대한 우리말을 알려주셨다.
별-샛별, 개밥발라기, 어둠별, 꼬리별, 살별. 별똥별, 별똥돌, 별무리, 붙박이별, 닻별, 여우별, 잔별, 짚신할아버지(짚신할아비), 짚신할머니(짚신할미), 좀생이, 말굽별, 미리내, 살차다
별에 관련된 것이 참 많기도 하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도 있다.
잠-꽃잠, 나비잠, 말뚝잠, 헛잠, 뜬잠, 노루잠, 토끼잠, 괭이잠, 벼룩잠, 첫잠, 발편잠, 개잠, 두벌잠, 등걸잠, 칼잠, 갈치잠, 새우잠, 돌꼇잠, 멍석잠, 발칫잠, 쪽잠, 풋잠, 선잠, 겉잠, 속잠, 귀잠, 이승잠, 도둑잠
잠에 관한 것은 더 많다. 각각 어떤 뜻이 있는지 사전을 찾아 써오는 것이 숙제이다.
오늘 수업의 끝으로 ‘친구의 의미’에 대해 ‘도마뱀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마뱀 이야기>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된 건물을 헐게 되었습니다.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뒷다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집 주인을 불러 그 못을 언제 박았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집을 짓던 3년 전 이후엔 수리를 한 적이 없다고, 3년 전에 박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도마뱀이 못에 박힌 채로 3년 동안이나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신기한 사실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도마뱀은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못에 박힌 친구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이를 가져다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외국의 어느 한 출판사에서 '친구' 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밤이 깊을 때 전화하고 싶은 사람, 나의 아픔을 진지하게 들어 주는 사람,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렸지만 그 중 1등을 한 것은 바로 이 도마뱀 내용이었습니다."온 세상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줄 수 있는 사람"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지만 다시 읽어도 감동을 준다. 교수님께서는 다음 시간에 각자 친구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라는 숙제를 내 주셨다. 발표하고 나서 시상을 하시겠단다. 오늘은 2가지 숙제가 주어졌다.
간식을 배불리 먹어서 바로 합평회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더 많은 분들이 시를 써오셨다.
김영주샘의 ‘칠순에’부터 시작하여, 김옥희샘의 ‘가을 편지’, 조형자샘의 ‘부부’와 ‘한 길’, 류숙자샘의 ‘우수 짙은 여인’과 ‘독수리여행 같은 사냥’, 채기병의 ‘모기’, 심양섭샘의 ‘족구장’과 ‘이쁘다!’, 홍긍표샘의 ‘DDP의 아담과 이브’ 순으로 낭송하고 의견을 나눴다. 오늘 가장 잘 쓰신 분은 홍긍표샘이라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람한 생명 전달 도구’라는 표현에 감탄하면서 한 글자도 수정의견을 내지 않았다. 성남시민 백일장에서도 수상하시더니 날로 시가 향상되는 것 같다. 홍샘, 축하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다시 만나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회장님 뱅기 태워주셔서
신앙시라서 틀린말이 없으니 수정할게 없었던게지요 ㅋ
그렇지 않습니다. 노력하시는 것 만큼 향상 되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채선생님~
되씹어 먹는 맛은 더욱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늘 관심 있게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복습을 잘 해야 우등생이죠~~
숙제가 두 가지네요 ^^
심샘은 원래 우등생이잖아요.
숙제 하기 바빠요.
가천시창작반 선생님(학생)들 모두 모두 멋지십니다.
도여 채기병 선생님의 글과 홍긍표 선생님의 사진 감사합니다...
교수님 제자들은 다 멋지죠.
첫째 두째 주 좀 바쁘고요
방콕을 하다가 신나는 아침 드라이브 하는 날입니다.
만나고 글에 취하는 좋은 시간을....
이렇게 복습을 겸한 칼라들이 너무 좋습니다.
수고하심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이 예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