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부가 전국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공문을 내려보냈다. 내용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정규수업 후 학교의 돌봄 및 방과후 참여율을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것이다. 아마 높은 비율로 3시 이후 하교하는 것으로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1학년 우리반 26명 중 9월 현재 9명이 돌봄교실에 간다. 13명은 학교 방과후에 참여한다. 나머지는 집으로 가거나 태권도차를 타고 학원에 간다. 아파트 밀집지역이지만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1학년이 되면서 하교시간이 빨라서 휴직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부모는 없다. 오히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중국에 유학을 가 있어서, 어린 동생이 있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정말 내가 겪는 이런 실태가 아주 특수한 것인지 궁금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돌봄에 대한 요구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에 매우 공감하고 동의한다. 아직도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어쩔 수 없이 학원차를 타고 돌게 되거나, 부모가 직장을 포기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전국 모든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하교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본다. 이것은 필요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열어두는 것이 옳다. 저출산위에서 대표사례로 제시한 독일의 전일제 학교도 의무형이 아니라 선택형이다.
3. 그러나 이런 선택형 돌봄이라도 있는 수요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지원, 재정, 예산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수요 조사와 예측, 예산 확보다. 각 학구별 만5세 학부모(내년 초1)와 현행 초1(내년 초2)의 돌봄교실 참여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모든 계획이 나와야 한다.
4. 1-2학년 교실을 모두 돌봄겸용교실로 사용하면 100%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요조사 결과 100%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1-2학년 담임교사를 위해서는 교사 연구실을 따로 만들어 책상과 컴퓨터를 주고, 거기서 수업 연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돌봄과 교육환경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단 돌봄교실은 바닥 온돌을 비롯해 공간을 바꾸는데 1실당 2천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돌봄을 위해서 쓰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아까워 하지 말고 1-2학년 아이들의 교실 환경을 바꾸는데 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해야 한다. 공기정화시설, 방음시설까지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금상첨화다.
6.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돌봄센터에서는 20명당 3명의 돌봄교사가 배치된다. 저소득층 아이가 1명 포함되면 교사 1명이 더 들어오고, 특수아동이 포함되면 교사 1명이 더 들어온다. 그 돌봄교사는 지자체가 양성, 선발, 관리한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현재 교사 1명당 25명을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25명당 2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 스케쥴 관리형 돌봄교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돌봄교실에만 가두어두지 않고 운동장으로, 마을로 다닐 수 있다. 일반교실 수업 뿐 아니라 돌봄교실도 25명을 교사 1명이 감당하는 구조는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의 탐색이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7. 자, 여기까지 매우 이상적인 제안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복병은 "돈"이다. 이 돈을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생활형 SOC 확충을 얘기했다. 그걸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 사용하면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고용 창출을 얘기했다. 그걸 학교의 돌봄교사 양성-선발-관리에 집중하면 어떨까? 기재부와 행자부는 이걸 받을 의향이 있는가?
8. 나는 이렇게 투명하고 분명한 재정과 인력 확보 방안이 마련된다면 교육청도 학교도 교사도 합의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이제 이 문제로 얘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