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탑
정호순
언제부턴가 내게도
책이 한 권 두 권 쌓이기 시작했다
돈 주고 사서 읽다 만 책도 있고
생면부지의 시인이 보내 준
시집도 쌓여 간다
한 편 한 편 꼼꼼히 읽어야 마땅하지만
어떤 시집은 주마간산 산천 구경하듯
휘리릭 읽은 책도 있음을 고백한다
내 돈 주고 산 책이야 안 읽어도 그만이지만
시인의 마음은 어찌해야 하나
시집을 시집 보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애를 쓴 시인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밥 한 끼도 아껴 가며 책을 찍고
술 한잔도 아껴 가며 책을 보내고
내 손에 온 귀한 시집 앞에서
이 마음 미안하고 송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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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책 탑
언제부턴가 책장에 책이 한 권 두 권 쌓이기 시작했다. 돈을 주고 사 놓고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있는가 하면, 일면식도 없는 시인이 보내 준 시집도 있다. 한 편 한 편 정성껏 읽어야 마땅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넘기거나 책장 한구석에 꽂아 둔 시집도 적지 않다. 문득 시집을 보내기까지 애썼을 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밥 한 끼 아끼고 술 한잔 아껴 가며 어렵게 책을 만들고, 자신의 시가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라며 한 권 한 권 보내는 마음. 내게 도착한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안에는 시인의 시간과 정성,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책 탑' 제목은 어느 시인의 읽은 글에서 따온 것인데 봉투도 뜯지 않는 시집이 책 탑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책장도 아니고 벽 한쪽에 꿔다 만 보릿자루 데릴사위 촌계관청 생각이 들어 미처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애써 시집을 보내 준 시인들을 향한 미안함 마음이 이 시를 쓰게 하였다.
책장에 쌓인 것은 단순히 종이와 활자로 이루어진 책만이 아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마음과 아직 갚지 못한 정이 함께 쌓여 있다. 오늘도 책 탑 앞에 서서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읽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글자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애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고. _정호순
첫댓글
<시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되고>
노래 디카 시집 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책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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