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38-4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8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39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40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41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42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그리스도의 시 / 공생활 둘째해
170. 산상 설교. 진복팔단(the beatitudes)(제1부) 중에서
‘만일 내가 자비롭다면, 나는 지극히 행복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는 자비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옛 율법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으나 새 율법에서는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자비를 얻을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용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용서는 사람의 생각이 둔하기 때문에 주어진 외적인 상징에 불과한 판에 박은 형식들(formulae)이나 의식(rite)의 형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비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의 내적인 의식(internal rite of love)을 통하여 얻어집니다. 염소나 어린양의 희생제물과 동전 몇 푼의 봉헌이 규정된 이유는 모든 악이 탐욕과 교만이라는 두 가지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탐욕은 제물을 사기 위한 비용지출을 통하여 벌 받고, 교만은 ‘저는 죄지었기 때문에 이 제물을 바칩니다’라는 의식에서의 공개적인 고백으로 벌 받습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와 시대의 상징들을 예표하기 위하여 행해졌는데, 희생제물의 피는 사람들의 죄를 취소하기(cancel) 위하여 흘릴 피(the Blood)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굶주리고, 헐벗고, 집이 없는 사람들, 나쁜 기질을 가진 사람 자신과 그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불행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자비로운 사람들은 복됩니다. 자비로우시오. 용서하고, 사람들을 견디고, 그들을 도와주고, 가르치고, 지원해주시오.
여러분은 수정 탑에 들어앉아 ‘나는 깨끗하다. 나는 죄인들에게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하지 마시오. ‘나는 부유하고 행복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에 대하여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마시오.
여러분의 부와 건강, 여러분 가족의 재산이 강풍에 흩어지는 연기보다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오. 여러분이 군중 가운데 섞여 있었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터인데, 여러분 혼자 외따로 떨어져 수정 탑에 들어앉아 있다면 그 수정이 렌즈로 작용하여 사방에서 들여다보여서 숨어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시오.
지속적이고, 은밀하고, 거룩한 속죄의 제사를 드리려면, 그리하여 자비를 얻으려면, 자비가 필요합니다.
171. 산상 설교. 진복팔단(the beatitudes)(제2부) 중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옛말은 십계명 중 하나가 아니라 사람이 은총이 없어 복수밖에는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짐승처럼 되었기 때문에 덧붙여진 말인데, 이제 옛말은 취소되었고, 다음의 새 말로 대체되었습니다 .
‘너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너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고, 너를 중상하는 사람을 변호하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을 축복하며, 너를 해치는 사람을 도와주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너를 성가시게 하는 사람에게 고분고분하게 대해주고, 너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착취하지 말고 기꺼이 도와주고, 비판하지 말고, 판단하지 마라.’
여러분은 사람들의 행동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모든 종류의 도움을 베풀 때 관대하고 자비로우시오. 여러분이 많이 주면 많이 줄수록 여러분은 많이 받을 것이고, 하느님께서 계량 용기(容器)에 가득 채우고 꾹꾹 눌러 너그러운 사람의 품에 부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준 것만큼만 주시지 않고, 훨씬 더 많이 주실 것입니다. 다툼은 우호적인 해결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고, 호의는 꿀과 같아서 그 맛은 혀에 오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시오, 사랑하시오! 친구와 원수를 다 사랑하시오. 선인과 악인에게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고, 의인들과 불의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태양을 비추어주시되, 추수한 곡식 단에서 이삭을 가려내는 것처럼 착한 사람들을 가려내신 다음에 영원한 햇빛과 이슬, 지옥의 불과 우박을 주시는 여러분의 아버지처럼 되시오.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분이 보상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만을 사랑하는 것은 충분치 못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공로(merit)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쁨이고, 자연적으로 정직한 사람들도 할 줄 아는 일입니다. 세리들과 이방인들도 그렇게 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여러분의 원수이거나 여러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창조하신 하느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인하여 사랑해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사랑이 완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말합니다. ‘하늘에 계시는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하시오.’
여러분의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과 그 계명의 완성은 참으로 중대한 것이기에 나는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들어온 것처럼 ‘사람을 죽이지 마시오’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살인자는 사람들에게 단죄될 테니까요.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 ‘화내지 마시오.’ 왜냐하면 더 높은 심판이 여러분 위에 있고, 그 심판은 비물질적인 행동들(immaterial actions)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형제에게 욕한 사람은 산헤드린에게 단죄되겠지만, 자기의 형제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하느님께 단죄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을 위하여 먼저 마음속의 악감정을 제물로 바쳐서 지극히 거룩한 용서의 의식을 완성하지 않는다면, 제물을 바치는 것은 무익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려고 할 때 여러분의 형제에게 잘못을 저질렀거나 형제의 잘못으로 인하여 여러분이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제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여러분의 형제와 화해하여 여러분의 자존심의 희생을 바친 다음에 제단으로 돌아오시오. 그제야 비로소 여러분의 제사가 거룩할 것입니다.
완전한 합의야말로 항상 최상의 사업입니다(Full agreement is always the best business). 사람의 판단은 변덕스러운 것이고, 그 판단에 고집스럽게 도전하는 사람은 패소하여 동전 한 닢까지 상대방에게 지급하게 되거나 감옥에서 고통당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에 있어 하느님을 바라보시오. 이렇게 자문해보시오. ‘하느님께서 나에게 하시지 않는 것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할 권리가 나에게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처럼 완고하고 비타협적이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그런 분이시라면, 여러분은 불행할 것입니다! 아무도 구원받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한 묵상을 통하여 여러분이 온화하고, 겸손하고, 동정심 많은 감정을 가지게 되기를.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틀림없이 현세에서와 내세에서 하느님에게서 상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기 내 앞에 나를 미워하는 자기의 생각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를 고쳐주세요’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말합니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되기를. 그리고 당신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듯이 당신의 마음에서 악감정과 어둠이 떨어져나가기를.’
모두들 내 평화를 가지고 가시오. 나는 내일도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