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252
■ 1부 황하의 영웅 (252)
제4권 영웅의 길
제 31장 유랑의 시작 (9)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있다.
재정 담당관 이두수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무일푼 신세가 된 중이 일행에게 또 하나의 위기가 닥친 것은 백적 부락을 떠난 지 열흘쯤 지나서였다.
백적 부락에서 제(齊)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황하의 지류인 분수(汾水)를 건너야 했다.
분수를 건너면 태항산맥이 우뚝 솟아 있다.
당시로서는 태항산맥을 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일단 태항산맥 줄기를 타고 황하를 향해 남하해야 한다.
그러다가 태항의 산줄기가 끊어지는 곳에서 동쪽으로 틀면 옛 은나라의 영토.
지금은 위(衛)나라 영토이기도 하다.
중이(重耳) 일행이 태항 산맥 줄기를 타고 황하를 바라본 채 남하하던 중이다.
숲이 우거진 계곡길이다.
중이의 경호 책임자인 위주와 선진이 앞장서서 숲길을 헤치고 있었다.
한 치의 소홀함도 없는 경계 태세.
언제 자객 발제(勃醍)의 칼날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라!
내가 네놈의 멱통을 끊어놓으리라!“
위주는 가문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 혈기 왕성했다.
우악스런 성격, 거침없는 행동.
이것이 위주이다.
이에 반해 같은 젊은이라도 선진은 냉철한 편이다.
"조용히 해!“
단순히 위주를 억누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오른편 숲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위주도 그 기척을 느꼈음인가.
입을 다물며 몸을 낮추었다.
그와 동시에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퍽!
위주의 숙인 머리 위로 화살 한 대가 날아와 건너편 나무 줄기에 꽂혔다.
"비겁하구나, 발제(勃醍)!“
위주가 소리치며 오른편 숲속을 향해 달려갔다.
"안 돼. 엎드려!“
선진이 외쳤다.
엎어지듯 위주가 바위 아래로 몸을 숨기는 순간 소낙비처럼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이미 몇몇 일행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선진은 기는 자세로 위주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발제(勃醍)가 아니야.“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오랑캐!“
"적적(赤狄)!“
선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랬다.
태항산맥 남단에서 동쪽으로 꺾어지는 이곳은 적적(赤狄)의 영향권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사냥나온 적적(赤狄) 부족의 일부와 마주친 것이다.
위주와 선진은 눈짓을 나눈 후 화살이 날아오는 뒤편을 향해 포복하듯 기어갔다.
약 2,30명의 적적(赤狄)이 막 중이(重耳)의 수레를 습격하려 하고 있었다.
"이놈들!“
위주가 대뜸 칼을 들고 뛰쳐나갔다.
먼 거리라면 화살을 맞을 염려가 있었지만 근거리에서는 화살을 쏠 여유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창과 칼의 대결을 벌여야 한다.
위주는 진(晉)의 최고 명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용사.
그는 닥치는 대로 적적(赤狄) 병사를 베어 넘어뜨렸다.
거기에 선전이 가세하자 적적 병사들은 크게 겁을 먹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달아난 방향이 마침 중이(重耳)의 수레가 있는 곳이었다.
일대 접전이 벌어졌다.
수적으로는 중이(重耳) 일행이 우세했으나, 병장기가 없는 사람이 많았다.
적적(赤狄) 병사 중 하나가 불화살을 날렸다.
수레에 가서 꽂혔다.
중이가 탄 수레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중이(重耳)는 호언과 조쇠의 도움으로 겨우 몸을 피했다.
위주와 선진의 활약으로 적적(赤狄) 병사를 물리치기는 했으나, 이쪽 피해도 여간 심하지 않았다.
사상자가 10여 명.
무엇보다도 단 한대 남은 수레가 불에 타 없어졌다.
불길에 그슬린 중이(重耳)는 처연한 표정으로 죽어 나자빠진 가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언과 조쇠 역시 부서진 수레 앞에 서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 다음에 계속........
출처 – 평설 열국지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