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은 해발 5천 미터 이상의 톈산산맥과 카라코람산맥, 쿤룬산맥, 힌두쿠시산맥 등이 종횡으로 모인 고원지대다.
예로부터 페르시아와 중국, 인도를 오가던 실크로드 대상들의 교역로였던 이곳엔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건설되었다. 해발 4,693미터에 이르는 쿤자랍 패스를 가로지르는 이 도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로, 일명 “하늘 길”이라 불린다.
이 길을 따라 파미르 고원으로 향하면 지구상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비경이 펼쳐진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기암절벽과 사막, 만년설을 머리에 인 고봉들과 신비로운 물빛을 자아내는 호수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얀 모래가 쌓여 산을 이룬 백사산과 일명 빙산의 아버지라 불리는 7,546미터의 무스타거 산, 그리고 검은 호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맑고 파란 호수, 카라쿨은 비경중 비경이다.
특히, 무스타거 산과 카라쿨 호수는 파미르 고원의 주인인 타지크족이 신성시 하는 곳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꽃밭이 있는 무스타거산을 지키던 여신이 사랑에 빠져 꽃을 훔치러 온 한 청년 때문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사랑이야기에 감동해 흘린 행복의 눈물은 카라쿨 호수가 되고, 꽃밭을 지키지 못해 천신의 벌을 받게 되어 흘린 비탄의 눈물은 무스타거산의 빙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만년설 너머 어딘가에 천상의 꽃밭이 있을 거라 믿었던 타지크족의 후예들을 만난 곳은 타스쿠얼간. 하얀 피부에 독수리 부리처럼 생긴 코를 가진 타지크족은 만년설에서 흘러나온 물로 습지를 이룬 땅에서 양과 염소를 치면서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타지크족 신화 속에서 충성과 정의, 선량함을 대표하는 독수리를 여전히 사랑하는 타지크족은 선조로부터 배운 독수리 춤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그에 얽힌 신화를 들려주며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