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국립중앙박물관/정동윤
유월 더위에 지친 날
가벼운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이런 날은 박물관 가기 좋은 날,
아내도 선뜻 따라나선다.
최근 손주들 방문으로
뒷바라지에 지친 아내에겐
좋은 휴식이라 여기고
지하철 이촌역에서 내렸다
기획전시실부터 찾았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살던 사람들"
인디언은 1492 년 콜롬버스가
북미 땅에서 처음 만난 원주민으로
인도 사람이라고 오해해서
생긴 말이다
지금 미국엔 570 개 넘는 부족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인디언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전시된 공예품 미술품 조각품
일상으로 사용하던 생활용품
곱게 치장하던 노리개 등에는
인디언들의 애환이 묻어난다
땅과 하늘을 숭상하고
불과 물을 생활 속에 끌어들여
자연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엔
깊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전해오는 그들만의 정서를
잠언과 그림과 사진으로 공감하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생의 충실함을 골고루 보여준다
기획전시실만 관람하고
용산 가족 공원 일대를
맨발로, 비 오는 날의 환희처럼
촉촉히 걷다 오려고 하였으나
상설전시실의
디지털을 이용한 역사적인 전시를
놓칠 수 없어서 들어섰으나
1층 선사 고대관을 보다 지쳐,
누적된 피로에 몸살 기운이
느껴진다는 아내의 한 마디에
모든 일정을 접고
귀가하기로 하였다
진흥왕 순수비의 정품 관람과
광개토대왕릉비의 해설문 등
당장이라도 보고싶었으나
다음 주로 미루고
식당을 찾아 신용산역으로 나와
점심을 먹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