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의 작품
초사 중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 시가라는 구가에서 ‘소사명(小司命) 한 대목을 보자.
가을 난초 파릇파릇 한데
잎 푸르고 줄기 자줏빛 일세.
방 가득히 미인들 찼는데
문득 나와 한 사람 눈이 맞았네.
들어올 적에도 말 없고, 나갈 적에도 말없이
회오리 바람타고 구름 깃발 꽂고 가버리네.
슬픔은 생이별보다 더한 슬픔이 없고
즐거움은 새로 애인 사귈 때처럼 즐거운 게 없다네.
아름다운 문장으로 옮겨놓은 새로운 서정시라 할 것이다. 이에 비하면 이소는 형식과 내용이 모두 장중하고 거창하다. 이소는 중국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서정시이다. 장편 서정시 372구로 되어 있다. 이소의 이(離)는 ‘만나다. 맞닥뜨리다,’라는 뜻이다. 소(騷)는 근심, 걱정이라는 뜻이다.
‘이소’의 끝머리 한 부분을 보자.
아침에 천진에서 수레를 출발시켜
저녁엔 내가 서극에 이른다.
봉황새 공경스럽게 깃대 받쳐들고
높이 훨훨 의젓이 길 인도한다.
문득 나는 이 사막을 지나
적수를 따라 노닐며 가는데,
교룡을 지휘하여 나룻터에 다리를 놓게 하고
사황에게 명하여 나를 건네주게 한다.
길은 멀고 험한 곳 많지만
여러 수레를 먼저 지름길로 가 기다리게 하고
무주산을 따라 왼편을 돌아
사해에서 만나기로 기약한다.
내 자신은 천 대의 수레를 모아
옥 수레바퀴 통에 가지런히 하고 달리는데
수레 끄는 여덟 마리 용 꿈틀 꿈틀 하고
수레에 꽂힌 구름 깃발 펄렁거린다.
욕망을 억누르며 속도를 조절해도
정신은 높이 아득한 곳으로 달려만 간다.
구가(九歌)를 연주하고 소무(昭舞)를 추며
한가한 날 빌어 즐겨도 본다.
하늘의 훤하게 밝은 곳으로 오르다가
문득 고향을 내려다 보니,
내 하인들 슬퍼하고, 내 말도 고향 그리워
우물쭈물 뒤돌아 보며 나아가지 않네.
朝發軔於天津兮 夕余至乎西極
鳳凰翼其承餘兮 高고상之翼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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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는 하늘과 땅 사이를 멋대로 돌아다니는 환상적인 유람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내용이 초현실적이며 변화가 무상하다. 허구적인 환상이나 비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수사와 어우러진 새로운 미를 창조해 냄으로써, 문장의 또 다른 가치를 확인하게 한다. 이것은 문장의 내용으로 사실이나 예교 같은 것만 중시하던 이전의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굴원의 제자로 알려진 송옥의 구변(九辨)은 구가보다 후대의 작품이다. 구변은 수사의 미가 더욱 심하다.
후세의 중국 문인은 굴원을 나라에 충성을 다 하였으나 모함으로 쫓겨난 애국시인으로 존경했다. 문학적으로는 수사에 바탕을 둔 문학적 표현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때문에 초사가 후대의 중국 문학에 미친 영향은 시경만큼이나 크다.
첫댓글 굴원과 초사...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