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웅산 테러 40주기...“부친의 도전 정신,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고유찬 기자
입력 2023.10.09. 03:00
업데이트 2023.10.09. 07:24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 25분(현지 시각).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시 아웅산 묘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얀마를 시작으로 6국 순방을 떠난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한 북한의 테러였다. 대통령 수행원이던 서석준 경제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행원들(왼쪽부터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계철 주 버마대사, 서상철 동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서석준 부총리)이 참배를 위해 도열해 있다. 테러 직전 촬영된 사진으로, 사진 속 인물들은 테러 당시 모두 숨졌다. /연합뉴스
아웅산 테러 40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당시 사건이 아직도 엊그제 일인 것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고(故)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의 큰아들 서병훈(60)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유학 중이었다. 서 부사장은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절망에 빠졌었다”며 “당시 비행기로 한국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그 시간이 몇 배는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서 부사장은 “합동 국민장 당시 막내 여동생이 현충원 나무에 기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TV에 나왔는데 이를 본 어른들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당시 서울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서 부사장의 여동생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딛고 1984년 바이올린 연주로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서 부사장은 과학기술을 강조했던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부사장이 됐다.
故 서상철 장관 추모하는 장남 서병훈씨 부부 - 아웅산 테러 4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故) 서상철 전 동력자원부 장관의 장남인 서병훈(왼쪽) 삼성전자 부사장이 아내 이영진씨와 함께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故 서상철 장관 추모하는 장남 서병훈씨 부부 - 아웅산 테러 4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故) 서상철 전 동력자원부 장관의 장남인 서병훈(왼쪽) 삼성전자 부사장이 아내 이영진씨와 함께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고 김용한 전 과학기술처 차관의 장남 김태균(62)씨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저금 저보다 10살가량 어렸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발표된 사망자 명단에는 아버지가 없었다”며 “당시에는 한 줄기 희망이 있었는데 다음 날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미래가 안정된 교사를 그만두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사명감을 위해 공무원이 되셨던 헌신적인 분”이라며 “비록 아버님은 일찍 떠나셨지만, 부친의 도전 정신은 저와 저희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큰 원동력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과학기술 분야에 몸담아 삼성 SDS 수석컨설턴트를 지냈다고 한다.
아웅산 테러 사건 당시 13세의 나이로 아버지를 잃은 개그맨 심현섭(53)씨는 고 심상우 전 국회의원의 3남 2녀 중 막내아들이다. 심씨는 “아버지는 호탕하고 가정적이며 누구보다도 유머러스한 분이었으며, 어린 시절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어머니와 춤도 자주 추셨던 로맨티스트셨다”며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몇 달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드셨기 때문에, 곁에서 늘 웃겨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1994년 개그계에 데뷔했다. 심씨는 “이번 40주기 추모식을 정부에서 연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를 잊지 않아 정말 감사하다”며 “12년의 병환 끝에 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를 보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고 서상철 장관이 1967년 부인과 자녀들과 찍은 가족 사진. 왼쪽 첫번째가 장남인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 /서병훈 씨 제공
고 서상철 장관이 1967년 부인과 자녀들과 찍은 가족 사진. 왼쪽 첫번째가 장남인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 /서병훈 씨 제공
고 함병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큰아들인 함재봉(65) 한국학술연구원장은 당시 테러로 숨진 고위 관료 자녀 중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그는 ‘맏형’으로서 슬퍼하는 다른 동생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함 원장은 “아버지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돌아가시기 이전에 학자셨다”며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나와 동생 모두 교수가 됐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했던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함 원장은 “당시 미얀마 방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 외교에 앞서 제3세계 수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방위 외교였다”며 “이는 당시 북한에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아웅산 테러 40주기를 맞아 올해 추모식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9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아웅산 테러 추모식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아웅산 테러 유족들도 대거 참여한다. 고 이범석 외무부 장관의 사위인 조태용 안보실장도 참석한다.
☞아웅산 테러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당시 버마)의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순방 중이던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수행 인원 17명과 미얀마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테러를 저지른 북한 정찰국 특공대 3명 중 신기철은 총격전 끝에 사망했고 2명은 붙잡혔다.
고유찬 기자
고유찬 기자
기사 전체보기
뉴스레터
많이 본 뉴스
“영장 없는데?”...집에 찾아온 경찰 음주단속 거부한 40대, ‘무죄’
“영장 없는데?”...집에 찾아온 경찰 음주단속 거부한 40대, ‘무죄’
“40년전 떠난 부친의 도전 정신,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40년전 떠난 부친의 도전 정신,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수액 단식 저격한 호남의 내과 의사 “정율성? 끝까지 막겠다”
수액 단식 저격한 호남의 내과 의사 “정율성? 끝까지 막겠다”
100자평23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흔적
2023.10.09 06:58:38
윤정부 잘하는 것 중 한가지. 당연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찾는 것이다. 세월호나 이태원의 죽음보다 백배, 천배 값진 죽음인데... 국가를 위한 죽음을 제일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답글작성
200
3
낭그래
2023.10.09 06:37:10
당시의 아까운 인재들이 한꺼번에 운명을 달리한것은 국가의 큰 손실이었다. 지금 저러한분들같은 인재가 있을까? 할 정도로 아까운 분들이었다. 북한의 소행을 잊지말고 지금도 정신 바짝 차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한다. 지난정권의 어설픈 종북놀음으로 너무나 많은 것이 무너졌다. 저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방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40년전의 비극을 딛고 고인들의 유지를 따라 훌륭하게 살아온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답글작성
185
0
무수옹
2023.10.09 07:00:19
아웅산테러는 전인류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북괴 김정은집단은 요즘도 하나도 변한게 없고, 오히려 더욱 악랄해졌으며, 문가놈이 심어놓은 집안 불순세력의 준동이 하늘을 찌르려한다. 예방만이 최선이다. 내우외환을 철저 점검하고 일망타진책을 만들어야한다.
답글작성
165
0
뱃심가득
2023.10.09 07:05:13
사건났을때 제1야수교(홍천) 3중대에 막 입교했었었다. 교육생마저 단독군장을 한채로 한밤을 보낸 적이 기억난다. 이후 야간적응훈련등 북괴의 기습(전쟁)에 대비해 긴장하고 군생활을 했었다. 설사 독재라도 나라가 발전하는 박정희, 전두환의 그것이라면 문재인종북좌파들의 나라 망하게 하는 거짓민주보다 낫다.
답글작성
45
0
보수우파 개딸
2023.10.09 07:10:56
국가보훈부에 박수를 보낸다
답글작성
41
0
문재인개새
2023.10.09 07:25:35
훌륭한 영웅들이섰고 자녀분들도 다 홀륭하게 성장하셨습니다
답글작성
36
0
Moondee
2023.10.09 07:25:12
저런 극악한 북한 정권에는 찍소리도 못한 문씨는 언제 총살 당하나
답글작성
34
1
야간비행사
2023.10.09 07:57:02
대토령은 잘 뽑았다. 밑에서 보좌하는 이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답글작성
31
1
Boracaynau****
2023.10.09 07:35:03
참! 오랫만에 기억을 상기시키네요. 잊지 맙시다. 북한은 지금도 시시탐탐 우리의 심장을 노립니다. 상기합시다. 국민여러분!!
답글작성
31
0
빛과 소금
2023.10.09 07:49:16
지금도 우리는 적화통일의 야욕 버리지 못하는 북한을 흠모하지 못해 안달이 나서 위장 평화와 거짓 선동 선전으로 김정은을 추종하는 얼치기 유사좌파 문재인과 이죄명집단들로 부터 무지한 국민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여야 할것이다!!!
답글작성
25
1
신전
2023.10.09 08:40:48
잊지 말자 빨 개이들의 만행! 반공 방첩!
답글작성
19
0
VDSOJVHO
2023.10.09 08:37:47
아웅산 사태, KAL 기 납치, 어부 납북, 판문점 도끼 만행,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괴 집단이 이북이다. 지금은 테러 지원, 마약 공급, 해외 금융 갈취, 사이버 테러 등 치가 ㅡ떨리는 집단이다. 왜 종부기들은 이런 깡패들을 바라기 하는가 / 제 정신이 아닌가 ? 아니면 이북에서 받은 향연 때문인가 ?
답글작성
18
1
느티나무동네
2023.10.09 08:48:50
좌경정부가 묻어두었거나 거꾸로 미화치장했던것을 밝혀 온 국민에게 보여주는것 자체가 애국 애족이다.이땅에 다시는 좌경정부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지금 저 무지막지한 국회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집권여당 각성해야한다.
답글작성
12
1
Collie
2023.10.09 07:15:26
너무 정치인 위주로 나열하셨는데....대통령 주치의셨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민병석 교수님 살아계셨다면 의학계의 발전이 훨씬 빨라졌을텐데 기자의 시각이 너무 좁고 가볍고 냉정하지 못하다...
답글작성
8
21
소시민
2023.10.09 09:53:50
함재봉 원장님은 울산대에서 몇차례 만났던 훌륭한 학자이시지요. 대학 재학 중 서상철이라는 뛰어난 교수님이 부임했다는 소식에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셔서 아버님들 못지 않은 이 나라의 재목이 되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답글작성
6
0
나니아
2023.10.09 09:22:07
아웅산 테러 40주년. 국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전두환의 공과 또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의 국가 재건사업으로 수혜를 입은 자. 나라의 불량배를 삼청교육대로 끌고 가 치안이 튼튼했고 국민은 세상 근심없이 살았다. 아웅산 테러는 어이없는 북한의 공격이었다. 나라 지도자들이 무참히 살해된 경악스런 사건이었다. 지금이라도 이들을 기억하고 참배한다니 반갑다.
답글작성
6
0
바우네
2023.10.09 08:31:12
'국가보훈부는 아웅산 테러 40주년을 맞아 올해 추모식을'(?)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는 '주년(周年)',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주기(周忌)'로 나타낸다. '출생'은 '주년', '사망'은 '주기'로 했으면 좋겠다. 즉 '테러 40주년'이 아니라 '테러 40주기'.
답글작성
6
1
벽방산
2023.10.09 10:12:23
그때당시 아까운 인물들이 북한의 테러로 희생됐었지. . . . . 지금 시대같으면 김어준이나 김의겸이 같은 좌파놈들은 아마 북한소행이 아니고 조작이라고 우겼을 것이다.
답글작성
5
0
lonelycool
2023.10.09 07:38:55
전두환이 참모들은 훌륭했다. 별 외교성과도 없는 버마는 뭐하러갔으며 그 사고에서 정작 본인은 살았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답글작성
3
14
두섭이
2023.10.09 10:57:52
보훈부가 마땅히 해야 할일을 제대로 잘하고 있어 보기좋다!
답글작성
2
0
티롤
2023.10.09 11:02:26
이런 극악무도한 놈들과 뭐? 평화협상이 다 이루어졌는데 윤 대통령이 엎어 버렸다구? OOOO 소리들하는 문 재인과 공산좌파들 모두 오매불망 여기는 북한으로 보내고, 결코 대한민국 땅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한다.
답글작성
1
0
agapao
2023.10.09 11:33:32
북에서 온 최고 권력자였던 황정엽의 ㅣㅈ적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때 남에는 북의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 최소한 5만명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주사파들의 세상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종북 주사파들이 계속 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까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답글작성
0
0
agapao
2023.10.09 11:29:24
더 이상 잊지말아야 할 일입니다. 구국을 위한 귀한 인재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매우 값진 일입니다. 유족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답글작성
0
0
많이 본 뉴스
1
5000발에 구멍난 아이언돔...시간당 1만6000발 北장사정포 대응은?
2
이스라엘 “전쟁 규칙 달라졌다, 하마스 후회할 것”…NYT “지상전 서곡”
3
금메달 군면제 논란… 다시 묻는 땀의 가치
4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판 흔든다, 하마스의 노림수 3가지
5
[단독] 新 셔틀콕 여왕 안세영, 금빛 스매시 뒤에 레슬링 지옥 훈련 있었다
6
윤여정 “오스카상 괜히 받았어… 존경이란 말 무섭다”
7
[태평로] 文 정부 ‘거짓’의 끝, 남북 정상회담
8
안세영 경기 시작도 전에 MVP 투표 끝냈다, 대한체육회 황당한 이유
9
매달 75만원씩 연금 부은 50세... 10년 후 퇴직하면 얼마 받나 보니 [왕개미연구소]
10
[朝鮮칼럼] 법치 국가 판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