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로 성장하기
양상태
카바이드 램프 불, 심지 위에 뛰는데
깊이 생각에 빠진 목도리 아주머니
포장 들치는 소리에 놀라 벌떡
손등으로 재빨리 콧등 훔치고
마음마저 둥글고 보조개 들어간
노오란 양은 주전자 들고
삶의 현장으로 나선다
“어서 오세요”와 함께
호주 밀밭을 떠날 때
날씬한 바게트를 꿈꾸던 밀알은
배를 잘 못 탄 이유로
여기 와 있네
파리에 가도 마차를 타도
모냥만 좋으면 무얼 해
호화로운 오븐보다
강렬한 연탄불에서 강해지는 거야
팥 알갱이 달콤함을 유지하려면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천천히 익어가며 때를 보아
돌아누울 줄도 알아야 해
겉은 바삭
속은 쫀득
쫀득
우리네 명운은 지켜야 해
풀빵으로 지내며 국화 이름을 얻고
무럭무럭 자라 붕어빵이 되었어
잉어가 되고 나니 10원 빵이 나왔어
주전자 입을 떠날 때는 눈을 감아버려
너와 나는 물과 밀을 섞은 혈육이야
침대 따라 잠시 운명이 바뀔 뿐
밀 씨 집안 풀빵이야
동행하자며 줄 서는 것 봐
지내보니 그저 사는 게 아니었어
변해야 살아
슈크림 머금고 초콜릿 바르고
고구마 껴안고 김치도 품어
추억의 포장마차에서
베이커리카페로 거듭나야 해
따끈한 어묵 국물 국민 간식 떡볶이
시, 후, 미각을 즐겁게 준비하고 있어
생각해 봐
첫댓글 ㅋㅎ 살아 남으려면 변하기는 해야 겠지요? 그것이 어떤 길일지 모르지만 ,,, ,,, .
돌연변이가 많네요
밀의 용도는 다양하고 무수하지요.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만드는 모습을 모티로로 전개되는 상황들이 흥미롭습니다.
잉어로 성장하기까지 겪어야했던 세월의 흔적은 현대문명을 생각하게 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