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文學觀 노수민 원작 '사랑이 보입니까'
노수민 작가의 <사랑이 보입니까>를 리뷰했는데 그 작품도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닦고 지위를 향유하는 부부의 위기와 불륜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호텔을 배경으로 삼아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것조차 지금 이 작과 닮았습니다.
저자 한말숙은 교과서에서도 이름이 언급되는 중요 작가들 중 한 사람입니다. 아직도 생존 중이며 그의 배우자인 고 황병기 씨는 서울 법대 출신에 국보급 가야금 연주자로 유명한 분이었죠. 제목인 여수는 전남의 부유한 도시 이름은 아니고, 여행 중에 느끼는 우수(憂愁)라는 뜻이며 1950년작 조언 폰테인 주연 미국 영화 September Affair가 우리 나라에 이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 적 있으나 물론 이 작품과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주인공은 중년 여성으로 화단에서 이름을 날리는 성공한 인생이지만 옆구리가 허전한 탓에 채워지지 않는 커다란 아쉬움을 견딜 수 없습니다. 이 화가는 어느 남성 사업가와 불륜 관계이며 더 심각한 것은 이 사업가가 기혼 남성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은 그런 사실보다는 이 남성을 향한 자신의 감정, 또 사업가가 자신을 향해 갖는 감정의 정체에 대해 확신이 안 선다는 게 괴롭습니다. 사업가는 주인공을 배려하고 사랑한다기보다 뭔가 일방적인 드라이브를 펴는 듯하고 주인공에게는 그 점이 내내 불쾌하거나 괴롭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호텔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는 어느 청년과 잠시 묘한 관계를 갖습니다. 이 작이 1970년대 후반에 쓰인 걸 감안하면 이런 설정이 매우 파격적일 뿐 아니라 당대에는 대단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만합니다. 결국 이런 파격의 사랑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는데...
이 작품은 한말숙의 소설 원작이 있고, 김지헌의 각색이 공동 명의로 표시되었습니다. 김수용 감독의 영화판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라서인데, 영화판 외에 KBS TV 문학관으로 영상화한 적도 있습니다. 주인공 역에는 현재 투병 중인 윤정희씨가 기용되었으며 TV판은 황정아 씨가 해당 역을 맡았습니다. 불륜 상대인 사업가 역에 박근형씨(TV에서는 한진희씨), 연하의 청년 역에는 강석우씨(TV에서는 전광렬씨)가 나왔으며, 영화판에서는 문제의 호텔이 경남 충무 소재였으나 TV판에서는 제주도라는 게 차이입니다. 결정적으로, 영화에서는 주인공 여성이 독신인데 TV판에서는 어느 다른 사업가와 혼인 관계라는 게 큰 차이이죠.
첫댓글 노수민 작가의 <사랑이 보입니까>를 리뷰했는데 그 작품도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닦고 지위를 향유하는 부부의 위기와 불륜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호텔을 배경으로 삼아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것조차 지금 이 작과 닮았습니다.
저자 한말숙은 교과서에서도 이름이 언급되는 중요 작가들 중 한 사람입니다. 아직도 생존 중이며 그의 배우자인 고 황병기 씨는 서울 법대 출신에 국보급 가야금 연주자로 유명한 분이었죠. 제목인 여수는 전남의 부유한 도시 이름은 아니고, 여행 중에 느끼는 우수(憂愁)라는 뜻이며 1950년작 조언 폰테인 주연 미국 영화 September Affair가 우리 나라에 이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 적 있으나 물론 이 작품과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