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서로 너무 좋아해도 그거 좋은 게 아녜요.
그러다가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습니다. 이거 정신병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정신병에 속해요. 사로잡힘 병, 편집증에 속해요.
남편이 아내를 끔찍이 보살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 하면
아내는 힘들까? 안 힘들까? 살기 힘들겠죠?
그래서 나 같은 사람 가면 붙들고 뭐래는지 아세요?
'이제 저는 남편 죽고 혼자 어떻게 살아요?' 그래요.
죽은 남편 걱정해요? 자기 걱정해요? 자기 걱정하고 있지. (대중들 웃음)
그게 사랑의 대가예요.
그런데 남편이 맨날 술 먹고 돈도 안 벌고 그러다가 죽으면
그런 집에 가 보면, 내 걱정할까? 남편 걱정할까? 남편 걱정해요.
'아이고, 스님. 그 인간 술 먹고 싶다고 할 때 실컷 먹게 놔 둘 껄.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뭐 그냥 실컷 먹게 나 해 줄 껄..'
이건 내 걱정이 아니고 죽은 사람 걱정이에요.
그러니까 여기 남자들.. 죽은 뒤에 아내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면
부인 애를 먹이다 죽어야 돼. (대중들 폭소)
이게 참 묘한 아이러니인데, 남편이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다 죽은 경우에
아내는 그 사랑의 과보로, 평생토록 고통 속에 지내야 합니다. 왜 그럴까?
죽은 남편이 따라다니면서 혼자 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여자 분은 재혼할 확률이 높아요? 혼자 살 확률이 높아요?
누가 다른 남자 소개해 줘도 사귈 확률이 높아요? 못 사귈 확률이 높아요?
못 사귈 확률이 높죠? 그러니까 죽은 사람이 산 사람보다 더 위에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을 움켜쥐고, 죽을 때 까지 혼자 외롭게 살게 만들어요.
이게 좋은 일일까? 여러분들 잘 생각해 보세요.
인생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녜요.
그래서 우리가 가장 행복의 절정에 왔다는 게
어느 순간에 불행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좋다는 게 정말 좋은 지는
한 번 뒤집어 봐야 알아요.
그래서 부부가 서로 사랑하더라도 각자의 취향이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게 좋다..
왜 싸웁니까? 같아야 된다고 해서 싸우잖아요?
같이 살아도 취향은 다른데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할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에요.
상대에 대한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성추행이라는 게 뭐예요? 상대방의 뜻에 반(反)한 사랑 아닙니까?
자기는 사랑한다잖아? 그죠? 상대는 싫다는데.. 그럼 성추행이에요.
부모가 자녀에 대한 이해 없는 사랑이 자녀에게 폭력으로 가고 있어요.
애들 만나 얘기하면, 전부 누구 때문에 괴롭다고 할까?
엄마 때문에 괴롭다고 해요. 엄마가 철천지원수야.
그런데 또 부모들 만나면 누구 때문에 죽겠다고 그럴까?
자식 때문에 죽겠다고 그래.
이렇게 부모 자식 간에 서로가 괴롭히는 공적의 1호입니다.
부부를 만나도, 딴 남자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 남편이 나를 괴롭힌다고 그래.
딴 여자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 아내가 나를 괴롭힌다고 그래.
그래서 남자들이 보통 엄마와 부인 사이에 끼어 머리가 아픕니다.
부인 말을 들으려니까 엄마가 '이게 어디 여자한테 꼭 쥐어 가지고?' 이러고
엄마 말을 들으려면 부인이 '에이구, 마마보이..' 이러고..
그래서 꼼짝 못하잖아? 그래서 남자들이 빨리 죽어요. (대중들 폭소)
이런 게 모순이에요. 우리 인생에서 부부사이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게 아녜요.
영화 보고, 소설 보고. 그런 걸 그려 가지고
사실 현재의 삶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건데도 불구하고
환상에 젖어서 자기 행복을 놓치고 살아요.
그래서 행복을 좇다가, 한 번도 행복 못 해보고 죽어요.
그런데 눈을 딱 내리깔고 바라보면,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예요. 바로 이 순간 지금이
항상 현재 주어진 상태에서 행복할 줄 알아야 내생까지도 행복할 수 있어요.
지금 불행하면 다음도 불행해요. 지금 행복하면 전생도 내생도 행복해요.
출터 : 법륜 스님 <즉문즉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