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차부하면 어떤 단어가 떠 오르나요. 기다림, 만남, 쉼, 설레임, 여행, 추억, 친구, 휴식 등등
어떤 사람에게는 잠깐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고, 반가운 친구를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행복한 장소가 버스정류장인데요.
서민들에게 버스 정류장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따뜻한 위로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이자, 이야기가 있는 장소가 아닐까요.
기지시 차부에 갔다 정류장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승객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어머나! 버스정류장 벽면에 멋진 싯구가 적혀 있네요.
당진시 교통과에서는 관내 71개소 버스정류장에 지역 특색과 정서가 드러나는 시(詩)를 시화 작품으로 설치해 버스정류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당진시는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시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이용률 높은 버스정류장 150개소를 대상으로 불법광고물 제거 및 고압세척기를 활용한 물청소 등 환경정비 용역을 실시했다고 하네요.
이후 당진수필문학회(회장: 이시연)에서 제공한 당진시 문인들의 지역 특색과 정서가 드러나는 시를 시화 작품으로 제작해 버스정류장에 설치하는 협업을 결과로 버스정류장 내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시와 수필화를 읽다보니 다른 정류장엔 어떤시가 있을까 궁금해 버스 정류장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지시 차부에 있는 시, 수필화 감상을 마치고 당진 신터미널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신터미널 앞 스마트 정류장에도 시, 수필화 작품과 함께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지부장: 심장섭)에서 설치한 작은 서가가 있네요.
스마트 정류장 서가 안에는 지역 문인의 출판 도서와 도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외버스를 놓쳤거나 약속시간이 남아 친환경 버스 정류장에서 독서를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원당마을 앞에도 시, 수필화 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구터 해나루 농협 앞 정류장에는 고대, 정미, 석문방향의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데요.
한 승객이 시를 읽고 당진에서 활동하는 문학단체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이런 소소한 활동들이 모여 문화도시 당진으로 거듭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구터 기업은행 앞에는 합덕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연호시문학회 회원들의 시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옥하 시인의 냉이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노란 입덧으로 아른거리는 봄날
차례를 기다렸다 묵직한 등을 떠밀고
울 밖 낮은 기침소리에
잠을 깬 키 작은 너
꽃대궁에 하얀 점들을 모아 넓은 여백 만들어
오가는 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용기
아침이슬로 세수를 마친 너에게서
순결한 내음이 난다
구터 새마을 금고 앞에도 감성을 깨우는 호수시 문학회 김미향 시인과 김순옥시인의 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심장섭 시인의 버스 정류장이라는 시를 읽다보니 문득 어릴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장날이면 엄마를 마중하곤 했는데요.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자식들 먹이고 입힐 반찬거리와 옷을 한보따리 이고지고 버스에서 내리시는 엄마의 이마에는 한겨울에도 비지땀이 흐르곤 했었지요. 그 무거운 보따리와 시장바구니를 들고 30분 넘게 걷던 시골길도 엄마가 슬쩍 내민 군것질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코로나19로 지친 당진시민과 당진을 찾는 관광객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에 설치된 시화 작품을 읽으며 힐링의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진시 교통관리과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버스정류장 여행을 마치며 이종미 시인의 '해당화 연가'라는 시가 눈길을 끕니다.
수많은 사연 토렴한 파도가 모래톱 향기로 피어나듯이 버스정류장 내 문화예술 공간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문학의 향기로 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