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회 시스템 변신 빨라야 AI시대 일자리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2023.07.04
인공지능 챗봇이 위협하는 일자리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로부터 시작된 인공지능 챗봇 열풍이 성숙함에 따라 세상의 관심은 인공지능 챗봇 혁명이 가져올 경제와 사회적 충격에 쏠리고 있다. 과거 자동화 로봇은 근로자들의 힘들고 어려운 반복 작업을 대체했다. 생성형 AI는 인간 이상으로 논리적인 글을 순식간에 완성하고 음성으로도 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 응대와 정보 분석 분야처럼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은 가치를 잃은 산업과 일자리들을 사라지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가져왔다. 스마트폰의 출현이 물리적 거리의 소멸을 가져왔듯이 AI 챗봇은 일자리의 소멸을 가져올 것인가.
인공지능기술 기하급수적 발전
새로운 산업·일자리 생기지만
일자리 50% AI로 대체될 수도
미래를 준비하는 열쇠는 교육
기술과 규제 간 균형 잘 잡고
AI시대 상응한 교육개혁 해야
“10년 후 챗봇 성능, 지금의 100만 배”
AI 챗봇의 도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AI 챗봇 기술의 발전 속도다. 이와 함께 사회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핵심 요소다. 역사적으로 기술발전으로 인한 생산 시스템 변화가 이에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 변화보다 월등하게 빨리 진행되는 경우, 기술이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기술의 파괴력’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따라서 AI와 사회 시스템의 속도 경쟁이 일자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AI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챗GPT2(2018년)보다 챗GPT3(2020년)의 계산능력은 100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출시 예정인 챗GPT4는 계산능력으로는 챗GPT3의 100배, 매개변수(파라미터) 수는 970배 커졌다. 즉, 계산능력이 2년마다 100배 향상되고 있어, 앞으로 10년 후 AI챗봇은 지금의 챗GPT보다 100만 배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는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전망(3월)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림 1〉 박경민 기자
AI 발전의 다음 단계는 범용 인공지능(AGI:사람처럼 ‘일반적인 사고’를 갖춘 AI)의 출현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한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그림 1 참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팀은 지난 3월 발표한 인공지능 모델인 GPT-4가 AGI의 초기 버전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한편 352명의 AI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카티야 그레이스, 2022년)에 따르면, 2040년 이내에 상당 수준의 AGI가 개발될 확률이 50%에 달했다. 특히 인간 수준의 AI가 2061년 이전에 출현할 가능성은 50%, 100년 이내는 90%인 것으로 나타났다.
WEF “5년 내 1400만개 일자리 감소”
AI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경제성장·고용·소득은 물론 일하는 방법과 개인 생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오픈AI 팀의 보고서는 “대형언어 모델의 도입으로 미국 노동력의 80%는 작업량의 최소 10%가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AI를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19%의 직업에서 작업량의 최소 5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범위한 일자리가 AI 기술 발전의 영향권 아래에 있고, 상당수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줄어들 일자리만 14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에 달한다. 6900만 개가 새로 생기지만, 8300만 개는 없어진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하는 고용시장 충격 규모는 훨씬 크다(3월). 일자리의 67%가 AI의 충격에 노출되어 있으며, 최대 50%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고, 세계적으로 3억 개의 정규직이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도 AI 챗봇과 기계 로봇을 결합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 기술의 발전은 서비스업과 육체노동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화이트칼라도 예외가 아니다. 티켓 판매원, 데이터 입력 사무원 등 단순 사무직은 물론 각종 데이터나 수치를 다루는 은행원, 회계사, 분석가, 법률가 등도 일자리를 위협받을 직종으로 꼽힌다.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 밀어낼 것”
챗 GPT로부터 위협 받는 10대 직종
반면 스마트폰의 등장이 플랫폼 산업의 출현을 가져왔듯이 AI 사용이 보편화함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의 출현이 예상된다. 예컨대 챗GPT는 질문의 적합성과 수준에 따라 해답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질문을 전문적으로 입력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개인 콘텐트 제작자, 디지털 장례사업, 사물인터넷 데이터 전문가, 기술 윤리 변호사 같은 새로운 직업도 각광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비관적인 입장도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히라리는 “AI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새 직업을 만들어도 결국 AI가 그 일을 인간보다 잘해낼 테니 해결책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경제모델이란 인간이 일자리에서 퇴출당하는 대신, 일하는 로봇이 내는 세금으로 조성된 기본소득을 받는 시대를 말한다.
샘 올트먼 “AI 쓸 줄 알면 놀라운 기회”
AI 시대는 돌이킬 수도, 붙잡아둘 수도 없다. 각국 정부가 AI 규제를 논의하는 순간에도 AI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 시스템이 AI 기술 발전을 수용하는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AI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사회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은 “AI 혁명은 대부분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할 것이다. 그에 따르는 변화를 설명하고, 해석하고, 체계화하는 개념들을 확립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만다”(『The Age of AI』, 2021년)고 경고한 바 있다.
기하급수적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 혁신에 대응하는 사회시스템과 규제는 국가마다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것이며, 이 대응속도의 차이가 AI 혁명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시장의 충격도 불가피하다. 당장은 AI 혁명 속에 일자리 창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도 AI 기술 혁신이 노동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음을 인정한다(5월 17일 미국 의회 청문회). 동시에 그는 “AI라는 효율적인 도구를 쓸 줄 아는 근로자에겐 놀라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근로자의 기술 역량을 제고하는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AI 챗봇 사용에 대한 재교육이 실업을 막는 최선의 대책이라는 것이다. AI 활용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영 성과가 높아지면 새로운 고용 창출 기회가 열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손정의처럼 AI 활용법 익혀야
AI 혁명이란 거센 시대 흐름에 길을 잃기 전에 시급히 준비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수반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양자 간의 적절한 균형과 지속가능한 틀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AI 혁명이 노동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비하여 근로자 재교육 지원 등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AI 시대에 상응하는 교육 시스템을 모색하고 교육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중 하나로 대입 수능시험과 국가 주관의 각종 자격시험이 당장 혁신되어야 한다. 지식을 암기로 습득하는 교육과 그것을 확인하는 시험은 더는 필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교육과 이를 자극하는 시험 제도가 필요하다.
소프트뱅크 CEO인 손정의 회장은 자신이 챗GPT의 충성 사용자임을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은 챗GPT를 사용해 무엇을 얻는 걸까.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다.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인간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창의성, 공감 능력, 직관력 등이다. AI를 수단으로 장악해 자신의 창의력과 직관력을 높이고 효율적 대안을 찾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AI 혁명이 오고 있다. AI 활용 역량이 개인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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