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이해와 감삼
이 시는 인식의 주체로서의 화자가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꽃’이 사물의 본질을 상징한다면, ‘미지, 어둠, 무명’ 등은 사물의 본질을 깨닫지 몸ㅅ하고 있는 상태를 뜻하고, 화자는 그 무명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 즉 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몸부리치는 존재이다. 사물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할 능력이 없는 ‘나(위험한 짐승)’는 ‘너(꽃)’를 인식하려고 시도하면 할수록 ‘너’는 더욱 미지의 세계로 숨어 버린다. 그리하여 ‘꽃’은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존재하고 있다. 3연의 ‘무명(無名)의 어둠’은 이처럼 존재의 의미와 본질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가리킨다. 이 무명의 상태를 보다 못한 ‘나’는 의식을 일깨우는 불을 밝히고 인식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연에서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시적 화자의 ‘안타까움’이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라는 표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핵심정리
주제 : 존재의 본질 인식에 대한 소망
◆작품 연구실 : 김춘수 시의 실존주의적 경향
김춘수는 광복과 전쟁이라는 사회적 격변기에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존재 자체에 대한시인의 비극젂 태도는 전쟁 이후 한국 문학의 일반적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의 대표작인 ‘꽃’ 연작으로 나타나는데, 존재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통해0 추상과 관념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나) 고은 <눈길>
◆이해와 감삼
시적 화자는 눈이 가득 내리는 한겨울의 풍경을 보며 지난날의 고통과 번뇌가 정화된, 마음 속의 평화를 느낀다. 삶의 고통과 번뇌의 끝에서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덮은 눈을 보며 벅찬 감격을 느끼게 된다.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시적 화자는 ‘마음속의 눈과 마음속의 귀’로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보고, ‘대지의 고백’을 듣는다. 이러한 정신적인 체험을 통해 시적 화자는 ‘눈길’과 어둠의 함축하는 명상의 세계에 도달한다. 그리고 시적 화자는 눈에 의해 경험하게 되는 명상의 경지를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집약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지난 날의 온갖 상념, 정신적인 고뇌와 대비되는 無念無想(무념무상)의 내면 풍경을 표상한다. 이렇게 이 시는 ‘눈’이라는 상징적 사물을 통해 마음 속의 평화, 평온을 노래한 작품으로 명상적이면서 관념적인 성격이 강한 시이다.
◆핵심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성격 : 명상적, 관조적, 상징적
제재 : 눈 내리는 풍경
주제 : 명상을 통해 다다른 무념무상의 경지
출전 : <피안감성> 1960
◆작품 연구실 : 시어의 창조적 해석
‘눈’은 일반적으로 차가움, 시련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를 갖지만, 이 시에서는 겨울로 상징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과정에서 시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포용의 이미지로 사용되었다. ‘어둠’ 또한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시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평화로운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눈길’과 서로 조응되고 있다. 즉, ‘어둠’은 절망적 암흑이 아닌 평화의 경지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