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맛집 / 박응렬
올초 강진으로 내려오면서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먹거리다. 강진 한정식은 맛있기로 유명하여 주말에는 예약이 힘들 때도 있었다는데 금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그 정도는 아니다. 예전 같지는 않아도 갈 때마다 손님이 북적거리고 빈방이 없을 때도 많은 걸 보면 그 명성은 그대로인 것 같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보니 식사 대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 주에는 과천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들이, 이번에는 인천 환경연구단지 후배들이 내려온단다. 처음에는 대부분 한정식 집으로 갔었는데 정말로 대접하고 싶은 식당은 따로 있다. 합해야 20명도 들어가기 힘든 자그마한 보리밥집이다.
순심이네보리밥! 알만한 사람은 알아주는 강진의 맛집이다. 70세가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데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반찬 가짓수가 스물서너개에서 삼십 가지 가깝게 나오고 모두 식물성이다. 굳이 동물성을 찾으라면 토하젓과 게장 갈아 만든 것이 있는데 요즘엔 게장도 안보인다. 인공조미료나 첨가물은 전혀 없고 기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중 최고이다. 재료가 몇가지나 되나 보려고 직원들이랑 종류를 세어본 적이 있다. 배추, 무우, 갓, 도라지, 상추, 죽순, 삼채, 참나물, 연근, 방풍나물, 호박, 토마토, 가지, 이름 모를 나물들... 이런 진수성찬에 가격은 6,000원이다. 이 분은 돈을 벌려고 장사하는 분이 아니다. 맛있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 그런 분이다. 그날 만든 음식은 그날 모두 소비하고 남으면 주변 요양원이나 불우시설에 보낸다.
이번에 내려온 손님은 세명 모두 여성이다.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직행해 밥상을 보더니 입이 쩍 벌어진다. 하나하나 음미를 하면서 맛에 놀라고, 잘 차려진 상을 보고 정성에 감탄하더니 가격을 듣고는 할 말을 잃는다. 이제 단골이 되다보니 하나 밖에 없는 방으로 주고, 멀리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더욱 신경을 써주신다. 아쉬운 건 평일 점심만 영업을 하는 것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하면 그때 오는 손님들과 좀더 자주 올 수 있을텐데 많이 아쉽다.
난 이미 강진 홍보대사가 되어 있다. 주말이면 찾아오는 친구들이 하는 말이다. 보리밥집 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서 즐거움을 찾고, 나는 그걸 먹고 대접하면서 즐거움을 누린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자 특권이다.
첫댓글 말만 들어도 할머니의 정갈스러움이 전해집니다.
직접 보면 더 느끼실겁니다.
봄이 되연 동백 보러 강진 가는데, 꼭 먹어봐야 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요.
순심이네 보리밥,
저도 꼭 가 보리라 수첩에 적어둡니다.
음식을 놓고 상째 들여오는 강진 한정식은 유명하지요.
그런데도 그런 거한 음식 말고 간단히 먹으려고 하면 의외로 맛집이 없더라고요.
강진 홍보대사님의 강진 사랑이 느껴집니다.
남도 답사 1번지가 괜히 되었겠습니까...
간단히 드시고 싶을 땐 미향식당 강추합니다. 백반이 5천원인데 가성비 아주 좋아요.
짧지만 재미나는 글이네요. 그 보리밥 집 찾아가 보렵니다.
꼭 들려보세요. 지금까지 다녀본 중에 국내에서 가성비 최고예요.
글을 맛갈스럽게 쓰셔서 군침이 돕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집이 강진입닌다.
장날 읍내 나오면 언니들과 순심이네 보리밥집에 들러 각종 나물 골고루 넣어 비벼 먹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