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시---------―안개꽃 외 1편/ 정선우 시인
시산맥작성시간09:56 조회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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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너는 너를 모르지
앞을 보여주지 않고
갈대처럼 휘기도 하지
파스를 떼어내도 남는 흔적 같은
긁을수록 부풀어 오르는
가벼운 바람을 위장한 안부들이
너를 의심하지
가렵고 사라지지 않는
반쯤 가려진 관심 따위는 모르는척하지
완벽한 가면을 쓴 줄 알지
오직 꽃이기를 바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겹겹이 포장한 표정을 지은
애매모호한 몸짓
가까워서 먼 옆모습 같은
언제나 덥석 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잡히지 않는
너는 어쩌다
꽃이었다,
안개였다
그녀마네킹
그림처럼 앉아 있는 나무의자에
누가 두고 간 꽃 한 송이
시든다
눈빛은 비눗방울처럼 사라졌다
바람에 날리는 시폰원피스
도돌이표 같은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길 건너 왕벚나무는 깜짝 세일이 끝났다
맛보기처럼 맛있게 지나간 봄날은
왕벚나무 언저리에 잠깐
그 환한 표정을 그리워한다
슬픔을 목구멍에 건 목이 긴 쓸쓸함은
바람이 꽃잎을 날려 보내듯 부질없다
사랑니를 뽑았다
함부로 물들지 않으려고
꽃 한 송이 샀다
어제보다 시든 가슴을 달랜다
흩어지고 모이는 오후의 표정들
수피가 엷어지는 봄의 전언
가다가 돌아서는 그림자 서 있다
2017년 <시에>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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