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PET CT를 통해서도 원발암이 확인되지 않았기에, 척추부위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1월 13일(월) 조직검사를 위해서 하루 전날 입원을 하여 시술준비를 진행하고(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진행하기로), 시술 당일 날 회사 점심시간을 빌어 수술실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5분 가까이 ‘수술중’이라는 문구가 사라지질 않아서 걱정이 될 즈음, 회복실 문이 열리더니 김은상 교수님께서 “정순태님 보호자분?”하고 직접 엄마와 나에게 손짓을 해 보이셨다. 쫓아가보니, 아빠가 수술실에서 나와 회복실에 누워있었고, 김은상 교수님은 조직검사가 잘되었다고 엄마와 나를 안심시켜 주시면서, “어디 아픈데 없어요?”라고 아빠에게 물어보시면서 차디찬 아빠 발을 이불로 덮어 주셨다.
암환자라고 해서 3분 진료가 예외가 아닌 한국 의료현실에서 김은상 교수님은 20분도 넘게 모든 질문과 걱정에 최선을 다해 답해 주시는 분이시고, 환자를 ‘아픈 몸’ 혹은 ‘병원 수익모델’와 같이 환원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있는, 구체적인 삶의 맥락을 지닌 ‘인생’으로서 바라봐주셔서, 환자와 가족들간의 관계와 물매, 그 구성의 다이내믹에 대해서도 매우 촘촘히 살펴 응대해 주신다. ‘암’이라고 하는 인생의 큰 위기에 봉착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이 크게 상하지 않도록 환자 앞에서는 가능한 심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려 노력하시고, 보호자들 가운데서도 주보호자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진단과 치료 프로세스를 이야기해 주셔서 환자와 가족 모든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지 않기 위해 배려를 해 주신다. 척추종양 분야의 최고 명의로 꼽히는 실력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이 부분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놀람과 슬픔에 와락 노출이 되었지만, 아빠의 병으로 인해 김은상 교수님 같은 의사 선생님이 지구상에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다.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몸과 마음 모두를 성심껏 어루만져 주시고, 최선 그 이상을 다해 눈높이에서 들어주시고 또 먼저 손 내밀어 주시는 김은상 교수님 덕에, 아빠와 우리 가족 모두 큰 위로를 받았다. 엄마는, 교수님 얼굴만 보아도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까지 하셨는데, 이 표현에는 아무런 과장도 비유도 없음을 나 또한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예수의 옷자락만 만져도 병이 다 나았다던 성경 속 이야기가 실제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벌어졌을지, 그 기적의 ‘기전’을 김은상 교수님의 진료를 통해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순수한 관심과 배려가 그 밀도와 순도를 잃지 않은 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에너지로서 오고 갈 때, 그 에너지에는 믿기 힘들 정도의 치유와 회복의 힘이 발생될 수 있음을 김은상 교수님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 선물 아닌 것이 없다’라던 소공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려보며, 아빠의 병과 함께 선물처럼 다가온 김은상 교수님과의 만남에 대해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김은상 교수님처럼 만나는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진심으로 배려하고, 세상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냉정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겠노라는 작은 다짐과 함께, 이렇게 좋은 의사 선생님을 어렵사리 만나게 된 아빠에게도 온전한 치유와 회복의 기적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