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밖혀 죽으셨다고 한다. 요즘 닭들이 딱 그짝이다. 인간들이 저지른 죄를 닭들이 뒤집어쓰고 수난을 당하고 있다.
닭들의 하소연이다. 아무죄도 없는 우리를 몸도 움직일수없는 좁은 가두리에 가둬놓고 겨우 목숨만 살려놓고 알을 낳으라고 해서 알을 낳아준 일밖에 없다. 그런데 독감이든 살충제든 무슨일만 생기면 우리탓을 한다.
닭은 옛날에는 사람들과는 수어지교(水漁之交 )간 이었다. 물을떠나 고기가 살수없다는 뜻으로 서로 가까운 사이를 뜻하는 말이다. 인간들은 살아가면서 남녀가 부부인연을 맺는 혼인이 제일 큰 일이다.
그래서 혼인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인륜지대사에 빼놓을수 없는것이 우리들(닭) 이었다. 초래상에는 앎닭을 잡아서 입에 대추를 물려놓았다. 앎닭이 알을낳듯 신부도 자손을 많이 나라는 의미다.
숫닭은 커다란 장닭을 산채로 보자기에 싸서 초래상에 올려놓고 혼례를 치렀다. 장닭은 앎닭 여러마리를 거느리고 살면서 알을낳게 한다. 신랑도 숫닭처럼 정력이좋아 자손을 많이 두라는 의미다.
인간에게 이보다 더 큰일을 해주는 동물이 또 있었는가 시계가 없던시절이다. 새벽에 훼를치고 울어 동녁이 밝아오는것을 알려줬다.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하루일을 시작하게 하는 첨병노릇도 했다.
부모님 생일날이나 제사날이면 효도한다고 우리를 잡았다. 그뿐인가 귀한 손님이 오면 우리를 잡아서 대접을 했다. 그래도 반항한번 못하고 주인을 위해 죽어줬다. 그런데도 은혜도모르고 번듯하면 우리들 탓만한다.
이 때문에 가끔 흙목욕을 해야 하는데 할수도 없다. 그렇다고 가려워 죽겠으니 약좀 뿌려달라고 한일도 없다. 그런데 우리한테 양계농가들이 마음대로 약을 뿌렸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우리몸에 살충제가 있느니 살충제가 있는 계란을 낳았느니 하면서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고 죄인 취급을 한다. 우리가 뭘 잘못 했길래 이제와서 인간들이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옛날 사람들은 우리를 요즘처럼 박대하지는 않았다. 잠자리(닭집)도 마련해주고 아침이면 자유롭게 살아가게 풀어주고 가끔 먹이도 주었다. 우리는 그 보답으로 알을 낳아서 보답을 해줬다.
어르신들 밥상에도 올려주고 자식들 공부도 시켜줬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돈만알고 독살스럽다. 겨울에서 봄철까지는 조류독감(AI)을 옮긴다고 멀정한 우리를 도륙을 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을 낳았다고 계란을 박살을낸다. 닭들은 인간들의 죄를 대신해서 죽어주고 박살난다고 하소연 한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수천 수만마리씩 집단 사육하지 안했다.
농촌에는 집집마다. 작게는 네다섯마리 많게는 열댓마리씩 닭을 키웠다. 닭이 잠잘 집도 만들어주고 모이도 주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라고 방사를했다.
닭들은 마음껏 돌아다니며 곡식알도 줏어먹고 벌레도 잡아먹고 흙목욕도 하고 자유롭게 살았다. 그러면 닭들은 보답으로 알을 낳아줬다. 알을 낳을데가 마땅치 않으니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짚눌이나 부엌같은데다 알을낳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을낳는 퉁수리를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놓는다. 우리는 날아 올라가 그곳에 하루1개씩 알을 낳아줬다. 그시절에는 반찬이래야 푸성귀(채소)밖에 없었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는 항상 밥상을 차릴때마다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래서 식구는 많지만 모아둔 계란 하나를 꺼내 뚝배기에 풀어서 쪽파를 쫑쫑 썰어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밥이 다 되면 뜸을 들일때 밥솟에 넣어 놓았다가 밥을풀때 보면 계란찜이 되어있다. 계란찜은 특찬이다. 계란찜은 부모님 밥상에만 올려놓는다. 그렇게 귀한대접을 받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식들 공부도 시켜줬다.
자식들 국민학교에 다닐때 월사금을 못내면 교무실로 불려간다. 언제까지 가져올것인지 담임선생님과 약속을 한다. 약속 날짜에 월사금을 못내면 월사금 가져오라고 집으로 돌려 보냈다. 돈이 귀한때라 월사금도 제때에 내지못했다.
돈이되는 것은 쌀이나 닭 계란밖에 없다. 쌀은 식량하기도 부족한 시절이다. 닭이나 모아둔 계란을 꾸러미를 만들어 시장날 장에가서 팔아서 월사금을 냈다.
선생님댁에 인사를 갈때도 계란 한꾸러미를 갖고가면 사모님이 귀한것을 갖어왔다고 좋아하셨다. 오늘날 인간들 한테 핍박 받지만 옛날에는 유일한 현금 수입원으로 어려운 가정산림도 도와줬다.
우리들 도움으로 공부했던 증인들이 아직도 살아있다. 70~80대 세대들이다. 우리들을 요모저모 유용하게 쓰고도 이제는 다 늙어 힘이없으니 자손들이 우리를 도륙을내고 박살을 내도 도움을 못받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살충제를쓴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어주고 박살이 나는 것이다.
첫댓글 아성 님 상의도 없이 네티즌칼럼을 차봉규칼럼으로 바꾸었습니다.
진즉 바꾸어야 했는데 늦어져 죄송합니다.
앞으로 차 선생님 쓰시는 글은 칼럼으로 올리시면 귀하게 잘 읽겠습니다.
늘 수고에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나날이 되십시오.
본명을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번 칼럼은 닭과 사람의 관계를 재미있게 써보려고 한것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기원합니다.
이번 글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사람과 닭의 관계를 잘 밝혀 주셨읍니다, 십이지간에 날개 달린 짐승은 닭 하나 뿐인데
사람들 하는 짓이 참으로 유난스럽네요. 올바른 말씀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지기님(善仙) 만류에 홈무랑 날린기분이네요 아주 잘 하셨읍니다.
차봉규 칼럼의 발전을 기대 합니다. 감사 합니다.
산초님 안녕하십니까?
오랫만에 뵙게되네요
그동안 산초님의 힘을입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읍니다.
지기님의 배려로 칼럼 본명까지 찾게되었읍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