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 진천 기행문
김영백
2009년 9월30일(수), 맑음
오늘은 충북 진천으로 여행하기로 한 날이다.
나는 아내와 같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정발산 홈푸러스 앞에서 인천서 온 김치경, 임정숙 집사를 만나 9시30분에 그들이 운전하고 온 차편으로 진천으로 향발하였다. 날씨가 좋고 젊은 여성들과 함께 하는 여행길이라 기분이 몹시 상쾌하였다.
가는 도중에 안성에서 권희로 목사님을 태우고 우리는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택하여 주변에 전개되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면서 목적지 진천(鎭川)에 이르니 12시가 체 되지 않았다. 마침 우리를 마중 나온 박세옥 목사님 부부의 따뜻한 영접을 받아 인사를 나누고 예약해 놓은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진철 쌀로 만든 돌솥밭으로 점심을 대접받았다.
그리고 바로 진천침례교회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교회당 곁의 대추나무에서 풋풋한 대추 열매를 현장에서 따서 먹었는데 그 맛은 그 자리에서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더욱이 우리 일행을 위해서 신자들에게 대추열매를 남겨 두라고 엄명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박 목사님의 그 세심한 마음씨가 크게 돋보였다.
일행은 박 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주변 명승지를 관광하기로 하였다. 진천을 예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고 불리 우리만큼 물이 좋고 풍광이 아름답고 인심이 후한 곳으로 유명한 고장이라 진천이 처음인 나로서는 이 고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진천군 전체의 인구가 7만명에 불과하고 교회는 50여개가 있다고 하며 진천읍은 서울의 일개 동(洞)보다 작은 인구 2만5천명이 사는 소도시지만 우리가 방문하여 본 진천의 첫 인상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풍요로움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먼저 진천 사람들이 자랑하는 유적지 농(籠)다리를 구경하였다. 일명 지네다리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꼭 지네같이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농다리는 삼국시대에 축성된 돌다리로 100미터 길이의 석교(石橋)로 천년의 숨결이 이어온 진천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농다리는 붉은 색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교각을 만들고 그 위에 넓은 상판을 언져놓아 마치 거대한 지네 현상을 한 특이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크기와 역사적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다리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잘 정돈된 그 근처를 산책하고 그 너머에 있는 농수용 큰 저수지 곁에 설치한 휴게소 의자에 앉아 인공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다리 전시관을 구경하고 거기서 농다리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집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이어 진천 종박물관을 관람하였다. 2층으로 아름답게 건축된 종박물관은 개관한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가 않은 아주 깨끗한 건물이다. 박물관 안에는 여러 종류의 대소(大小) 종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옛날에 그 큰 종을 어떻게 주조하는지 제작과정을 모형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거기서 ‘세계희귀종수집품전시회’가 있어서 취미로 종을 수집하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구경거리였다. 여러 가지 종가운데서도 신라의 에밀레종을 비롯하여 한국 전래의 큰 종들이 실내와 실외에 전시되어 있어서 눈으로 구경도 하고 그 종을 쳐서 장엄한 종소리를 들으니 참 옛날로 뒤돌아간 듯싶기도 했다. 지금 한참 밖에는 종을 설치할 전각을 신축 중이라 나중에 오면 더 좋은 구경거리가 될상 싶었다.
이렇게 구경을 하다가 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서 김유신(金庾信) 장군의 생가는 구경을 못하고 그의 사당인 길상사(吉祥詞)를 구경하였다. 김해 김씨인 나는 김해 김씨의 조상인 김유신 장군이 진천 출신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가 15세에 화랑이 되어 김춘추(무열왕)를 도와 67세에 백제를 74세에 고구려를 점령하여 삼국통일을 이룩하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공부할 수 있어서 참 보람이 있었다.
저녁을 화수목(火水木) 식당에서 오리고기로 먹고 교회에 돌아와 저녁예배에 참석하였다. 별안간에 설교부탁을 받은 나는 살전 5;16-18을 읽고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제목으로 즉석 설교를 하였다. 참석인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은혜를 사모하는 20여명의 청중들을 앞에 두고 열심히 설교를 하였고 모두 은혜를 받았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시골교회의 독특한 친근미와 따뜻함이 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바로 그들과 작별하고 오던 코스를 따라 귀경길에 올랐다. 추석을 앞둔 때지만 밤중이라 환히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만인 밤 12시에 일산 우리 집까지 올 수 있었다.
하루의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나니 우리 내외를 태워주느라 애쓴 두 젊은 여집사들 덕분에 오늘 하루가 정말 행복했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동행한 권 목사님과 우리를 정성껏 대접하고 안내해 준 박세옥 목사 부부와 친절하게 대해준 진천교회 교우들에게 고마운 뜻을 두루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