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4). 소화의 첫 관문, 입
간단한 기계를 하나 사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 구조와 작동 원리와 사용 방법을 자세히 알려고 합니다. 우리 몸은 기계보다도 훨씬 소중한 존재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몸이 없으면 정신도 없고, 여러분 자신도 존재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몸을 아무렇게나 다루다가 건강을 해치고 나서야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 몸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입니다. 그래서 ‘신비한 작은 우주’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
소화의 첫 번째 단계는 입에서 일어난다. 입에서는 음식물을 목구멍(인두)으로 삼켜 위로 보내기 위해 잘게 쪼개는 일이 일어난다.
음식물을 잘게 쪼개고 가는 일은 이가 담당한다. 튼튼한 근육 덩어리인 혀는 음식물을 이 사이로 보내고 침과 섞는다. 침은 턱 밑, 혀 밑, 귀 앞에 각각 자리 잡은 세 쌍의 침샘에서 나온다. 침은 대부분 물과 점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탄수화물을 엿당과 같은 간단한 당류로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도 들어있다.
소화의 첫 번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침으로, 음식물을 씹는 데에도 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점액은 음식물을 축축하고 미끄럽게 만들어 식도를 잘 통과하게 해 준다. 침에 젖어 부드러워진 음식물은 혓바닥 여기저기에 있는 미뢰에 잘 들러붙는다. 침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많이 나오지만,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하루 동안 분비되는 침의 양은 약 1.5리터로 추정된다.
침은 음식물을 씹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침에는 세균을 죽이는 항균성 물질이 들어있고, 늘 청소작용을 하므로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침은 또 구강을 늘 축축하게 유지하는데, 이것은 소리를 내는 데 꼭 필요하다.
음식물은 침과 섞이고 혀로 뒤적여져 삼키기에 적당한 둥근 덩어리로 바뀐다. 혀가 음식물 덩어리를 인두(목구멍)로 밀어 넣으면, 음식물은 거기서 식도를 지나 위로 들어간다. 음식물을 삼키는 일은 아주 정교한 작업인데, 인두(목구멍)는 공기가 기관을 통해 폐로 들어가는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이 기관으로 들어가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를 막으면 질식을 일으킬 수 있다.
입은 소화관 중에서 음식물이 맨 먼저 지나가는 곳이다. 입은 또한 말을 하는 주요 발성 기관이며, 면역계 일부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편도선은 우리 몸을 지키는 세포들을 만든다. 입 뒤쪽에 있는 편도는, 입을 통해 몸속으로 침입하려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혀와 입술은 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혓바닥에 나 있는 미뢰는 맛을 파악한다.
어른의 이는 모두 32개이며, 역할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어금니는 음식물을 갈고, 송곳니는 음식물을 찢고, 앞니는 음식물을 끊고 자른다. 육식동물은 이빨을 고기 깊숙이 찔러 찢으므로 우리의 송곳니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고, 초식동물은 질긴 섬유를 짓이기고 갈아야 하므로 우리의 어금니와 같은 납작하고 넓은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설치류는 주로 열매를 먹고 살기 때문에 우리의 앞니와 같은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고, 사람은 고기, 열매, 야채를 모두 먹는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이를 가지고 있다.
턱 근육 덕분에 앞니는 25kg의 힘으로, 어금니는 80kg의 힘으로 깨물 수 있다. 혀가 음식물을 인두(목구멍)로 밀어 보내면, 연구개가 올라가면서 코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는다. 인두를 따라 내려가는 음식물은 후두개라는 막을 아래로 눌러 기관의 통로를 막게 한다. 이렇게 하여 음식물은 기도를 막지 않고 식도로 내려간다. 후두 안에 성대가 있다. 성대는 폐에서 나오는 공기의 힘으로 진동하며, 열리는 폭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바르바라 갈라보티(저), 이충호(역). 사람의 몸.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