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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찻잔 속에서 아른거리는 그대 / 수봉배달메, 김상철 그대여, 파르르 떨어지는 낙엽들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결혼날처럼 커피잔 속에 비치고 있습니다 그때처럼 오늘도 그대는 금방이라도 박꽃같은 얼굴로 초인종을 누를 것 같습니다 그대가 낙옆처럼 갈거라는 걸 진즉 알았더라면 그대와 나란히 서서 같이 설거지 하는 걸 좀 더 일찍 해볼 걸 그랬습니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같이 가을여행도 더 많이 가볼 걸 그랬습니다 이렇게 빈자리가 휑할 줄 알았더라면 화장품도 더 좀 자주 사다주며 다가가 위로도 더욱 해 줄 걸 그랬습니다 긴 머리에 청바지만 즐겨입으며 오직 가정만을 생각하던 그대, 남들처럼 미장원, 백화점도 다니며 멋도 내보라, 진즉 한번쯤 권할 걸 그랬습니다 인생은 그 모두 가냘픈 나뭇잎, 새도 찾지 않는 쓸쓸한 이파리 살만하면 어느날 갑자기 겨울을 맞는 이파리... 아, 찻잔 속에서 파르르 아른거리는 그대 가을 오후 오늘도 내게 힘 주려 "까꾹!" 하며, 해님얼굴로 걸어나옵니다. 2016. 10/03 |
2.외짝 단풍잎 /
누구의 님인가가
별달빛 깊어지는 밤에 나뭇가지 위에서 홀로
붉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님아, 너는 이러는 내 맘 아니? " 독백 하며,
야위고 야윈 얼굴 기린 목처럼 쳐들고
님이 갔던 길만 초조히 바라보고 있다
귀뚜리도 서릿발 무서워 집으로 들어갔건만
목련같은 순정 준 님 기다리면서
추워 곱아드는 손 호호 불며 밤 지새우고 있다
이 밤 점점 차가워지는데
아아 그 님께서도 저 의리를 지키려나
이 밤 더욱 서리가 내릴 것 같은데
외짝 단풍잎
오늘 밤은 어떻게 견디며 기다리려나
아오
내일 아침에도 저대로 살아는 있을까...
2017. 10/27 .
3.우리 맘 구태여 말할 필요 있나요 /
그대여, 우리 오늘도 저번처럼 평소 차림으로 만나요
어제 입었던 그대로의 차림도 좋아요
그대는 평상시 옷차림이 오늘도 예쁠 것 같아요
그간 너무 수고 많았어요, 은파 호수에 가
山川공기 마시며 우리 서로 마주보고 그냥 미소 지어요
그대는 은은하게, 나는 잔잔하게 그저 미소 지으면
그간의 피로가 싸악 풀려요
만나서 호숫가에 기도하듯 앉아,
고갤 내 어깨에 대고서 세상사와 자녀들의 일 잊고,
달과 별들이 내려앉은 호수의 이야기와
그 호수 속 달과 별들의 이야길 오늘도 듣도록 해요
그것 구태여 말할 필요 있나요
우리는 서로 눈빛을 보아도 알 수 있고,
이따금 짓는 미소로도 알 수 있잖아요
그대의 은은한 미소보고 내가 행복하고,
내 잔잔한 미소보고 그대가 행복해지면
우리는 저절로 피로까지 풀리잖아요
별달빛 달리기 하는 호숫가에
아, 우리 둘 벌써 가
새콤달콤 서로를 이미 간지럼 먹이고 있네요
우리의 맘 구태여 말할 필요 있나요
그대도 지금 이글 읽으며 울고 있잖아요
호숫가에 앉아 달과 별들을 보며 풀벌레 소릴 듣노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지고
피로까지 싸악 풀리니, 열일 제쳐두고 어서 갑시다요
그대는 평상시 옷차림이 참 예뻐요
당신은 청바지 차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 호숫가에서 달빛에 비치는 당신의 그 해맑은 미소
오늘도 벌써 무척, 또오 보고 싶네요.
4.사랑은 왕모시듯 모셔 정원에 심지요/
이젠 알테지요, 이젠 알테지요
펴본 꽃은 모두 알테지요
즐김과 사랑함 다름을...
즐김은 결국엔 버려짐을...
즐기는 벌나빈
꽃의 아픔 어떻든
잠시만 보려
기어코 꺾어 꽃병에 꽂지요
그리곤 며칠 후 개울에 버리지요
그러나, 그러나 사랑은 다르지요
잠시만 보려는 꺾꽂이가 아니라
100년간 보려 정원에 심지요
왕 모시듯 모셔 정원에 심지요
하나도 상치 않게
꽃가마로 모셔 정원에 심지요
서로 100년간 보려
왕 모시듯 모셔 정원에 심지요.
2012. 2/06
위에서,
벌나빈: 벌나비는
5.삶이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
삶이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사는 게 힘들다고들 하나
알고 보면 삶은
구태여 인수분해가 필요 없는 것,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경우있게 하면 되는 것
사는 게 살벌하다고들 하나
구태여 미적분이 필요 없는 것,
내가 먼저 상대에게
더하기 곱하길 되도록 많이 하고
빼기 나누긴 안하면 되는 것
오, 삶이란 알고보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내게는
더하기 곱하길 덜하면서
빼기 나누긴 많이 하면 되는 것,
그래야 내 나무가 잘 크는 것.
2013. 8/25
*위에서,
더하기, 곱하기: 배려, 칭찬, 관대, 이득
빼기, 나누기: 엄격, 평가, 양보, 손
6.여전히 배신자인가요 /
해 질 무렵 이슬비 오는 창밖 보며 커피를 마시는 데
결혼을 약속한 두 기러기가 짝지어 그림처럼 날아간다
두 기러기가 그렇게 쭈욱 같이 날더니 그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한없이 날아간다
같이 날다 왜 갑자기 혼자서 저렇게 다른 쪽으로 날아갈까
다른 쪽으로 날아갈 때 갑자기 기우뚱거리는 걸 보면
틀림없이 사랑하는 사이인데 왜 그랬을까
아, 나처럼 견디고 견디다 계속된 양쪽 엄마아빠 반대로
결국 수컷이 이별을 통보 했나보다
부모들의 반대로, 너무 힘들어하는 그녈 위해
나처럼 끝내는 "헤어지자" 맘 없는 소리를 했나보다
나에게 "배신자" 라며
울먹이면서 뺨싸대기 허천나게 때린 뒤,
뒤돌아보지 않고 간 그 님처럼
저 기러기도 백년낭군 뺨 때리고서 졸도할 듯 나나보다
내 속도 모르고 뺨 때리고 간 그녀처럼 그랬나보다.
정말 내 속도 모르고 그렇게 간 그녀처럼 그랬나보다
저 기러기도 그러면서 백년낭군을 떠났나보다
정말, 내 맘도 모르고 간 그녀처럼 그렇게 떠났나보다.
2016. 9/19
7.배달메 산골짝 엄마물들이 아기물들을 데리고 /
아버지, 배달메 산골짝 엄마물들이 아기물들 데리고
배달메 산골짜기를 내려가네요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시름을 덜 수 있다며
줄지어 ‘콸콸콸 콸콸콸’ 낮은 곳으로만 계속 내려가네요
마을 언니들이며 친구들과 같이 내려가는 아기물들은
“오직 십자가위 님만 바라보자”는 엄마물들의 말에
수십 번씩 돌부리에 부딪치고 넘어져 절룩거리면서도
언니들 및 친구들과 님만 바라보며 골짜길 내려가네요
낮은 곳에서 살아야 근심걱정이 적다며
꽃과 새들이 가무하며 시중 드는 높은 자리 마다하고
아기물들이 배달메 산골짝 아래로만, 아래로만
엄마물들과 ‘콸콸콸 콸콸콸’ 오직 님만 보며 내려가네요.
2008. 5. 18
위에서,
배달메: 지금의 군산시 대야면
골짜길: 골짜기를
님: 하느님, 주님
위 시는 전에 이명박, 전두환 대통령께
보낸 시이지요.
산의 정상을 정복한 빗물들이
그 정상에 있지 않고
그 정상에서 아래로만, 아래로만
계속 내려오는 걸 보면
그 정상 높은 곳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듣기완 달리,
마음 편히 지낼 자리는 못되나 봅니다.
이 순간,
“농사짓는 게 제일 맘이 편하다” 는
제 아버님 말씀이
왜 자꾸만 떠으르는지 모르겠습니다.
8.두 정자나무의 사랑 /
님이여,
창밖의 저 두 정자나무는 만난 게 운명인가 봅니다
눈보라치던 지난 겨울에도 저 두 나무는
서로 100도의 눈빛으로 사랑을 보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저 두 나무는 우리처럼 더 다가가지 못하고
여태껏 그대로 처음 그 간격으로 서있습니다
두 정자나무는 누가 봐도 연인사이인데
왜 옆에 바짝 같이 있지 못하고 처음처럼 10미터 간격으로 떨어져
서로 눈빛만 주고받는지, 난 처음엔 몰랐습니다
적어도 반년 전부터
안아주고, 업어줄 사이였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처음엔 어떤 깊은 생각이 있어 저러는지는 몰랐습니다
눈보라치던 한겨울에도
사랑의 눈빛이 100도 였으니,
등조차 다독여주지 못하고 저렇게 떨어져 바라만 보는 건
바보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쯤은 서로 손잡고 백화점도, 가구점도 같이 다녀야 하는데"
하면서, 난 바보짓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 정자나무들은
"사랑은 거리를 그렇게 갑자기 좁히는 게 아니라,
서둘지 않고 맞춰가며 차츰 좁히는 것이다" 말합니다
너무 사랑하기에 보기조차 아까워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가슴 속에는
새까맣게 탄 숯이 적어도 1톤은 들어 있을 거라 말하면서도
아, 저 정자나무들은
처음처럼 아껴주고 있다며, 서로 윙크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진짜 사랑 아느냐? 정말 아느냐? 물어보면서
저 두 정자나무들이 서로에게 윙크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아 우리에게도 초승달 눈짓하며
우리에게
진짜 사랑 아느냐? 정말 아느냐? 물어보고 있습니다.
2017. 7/11
9. 8월에 태양이 하는 독백 /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 가슴에 천개의 대못이 안 박혀본 이는 가소可笑가 나오니 사랑이란 말, 절대 입밖에 내놓지도 말라 그런 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참사랑 모른다 해마다 8월이면 누굴 향하여 저리도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걸까 도대체 누굴 얼마나 사랑하기에 눈빛이 구만리까지 저렇도록 강렬할까 그 사랑, 그 눈빛, 정말 아무도 모른다 종아리 알배기도록 그간 얼마나 혼자 서성거리다 찾아냈기에 저리도 제 몸 불살라가며 러브 콜을 저렇도록 줄기차게 보내는 걸까 그 사랑, 그 심정, 그 누구인들 알리가 없다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 천번의 음독자살을 맘먹지 않은 이도 가소로우니 사랑에 대해선 절대 '이러쿵저러쿵' 아는체 말라 그런 이도 죽었다 깨어난들 참사랑 절대 모른다 외눈 통째로 빠질 위험 무릅쓰고 왜 그가 하필이면 이 불볕 8월에 저렇도록 온종일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걸까 그럭저럭 사랑하다 그냥 결혼해본 이는 더구나 절대 모른다 2012. 8 /04 |
10.봄에게 눈 흘기지 말자 /
우리 대한의 사람들아,
우리들은 봄에게 절대 눈 흘기지 말자
봄이 와야 꽃이 피고, 님도 만날 수 있다
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눈보라 속이라도, 쏘낙비 속이라도
짜증 내지 말고, 핑계 대지 말고, 뚫고 가야 한다
봄이 겨울처럼 춥더라도 원망 말자
봄에 겨울처럼 추운 날이 더러 있는 건
지난 날의 피눈물을 교훈 삼으라는 게다
봄이 여름처럼 더운 것도 짜증내지 말자
봄에 여름처럼 더운 날이 더러 있는 건
미래엔 땀이 비오듯 바쁠 호기가 반드시 있다는 게다
그러니, 우리 대한의 사람들아,
봄이 겨울처럼 눈보라를 치더라도,
봄인데 날씨가 여름처럼 찌는 듯하더라도,
우리들은 봄에게 절대 눈 흘기지 말자
봄 날씨가 어쩌네저쩌네 해도
봄에는 봄다운 날씨가 훨씬 많지 않은가
그래서 겨울 이겨낸 저기 산과 들,
매년 잎과 꽃들이 펴 새들이 저리 노래하지 않는가.
2012. 4월25일.
11,.목련꽃 /
동장군한테 그 모진 매 다 맞고 영영 죽었다 했더니
올해 우리 마을에서
가장 먼저 부활을 체험하는 목련꽃이여,
보기완 달리 그대들은 기도를 피 쏟도록 했고
님 말씀에 부지런하며 생활력이 막내 누나같구려
이 세상에 핀 꽃이란 핀 꽃은 그 모두 활짝펴
그 꽃 지기를 악쓰며 싫어하는 데
작년에 우리 마을에서 가장 먼저 순종하여
백제의 삼천궁녀처럼 그 꽃잎 장렬하게 지더니만,
올해 그대들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먼저 부활의 축복을 받았구려
올해도 그대들의 자태는
주일학교적 들었던 마르다 마리아 누나들처럼
새하얀 얼굴이 귀티나게 너무 예쁘면서도
일편단심 님만 위해 피고질 갓 목욕한 여인 같구려.
2008년 4월5일
12. 중년의 기다림 /
전지전능하신 이여,
난 나의 바램이 이뤄져 행복하기보다는
외롭더라도 이대로 기다림으로만 살면 좋겠습니다
힘이 좀 들지라도
기다림 중에서도 이왕이면
님 만날 기다림으로만 살면 더 좋겠습니다
그 님도, 님 만나 당장 행복하기 보다는
현재는 외롭더라도 맘 설레며
나처럼 님만날 기다림으로 살면 참 더 좋겠습니다.
13. 6월의 산천山川
당신은 6월이면
하늘을 얼마나 사모하기에
늘 하늘만 우러러보며
푸르디 푸른 행함으로 살고 있나요
당신은
어떠한 가슴을 지니었기에
6월25일 그 포성을 다 용서하고
6월이면 어찌 그리도
소망의 실록들을 수놓으며
가슴 찡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나요
당신의 어깨는
삼손의 어깨보다 떡 벌어져
혈기부리며 떵떵거릴 만도 한데,
당신의 속은 얼마나 깊기에
6월이면 몸 낮추어
싱그러운 냇물 소리로 감사하나요.
2007. 6 / 03
14, 봄이 오면 /
전지전능하신 이여, 봄이 오면 어릴 적 그 시절처럼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내 고향 들녘에서
논갈이하는 어미 소와 그 뒤 따라다니는 새끼 송아지를
나는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봄이 오면 싱그러운 보리밭을 거닐면서
그 시절처럼
종다리들이 노래하면서, 날고 앉고 서며 지내는 모습도
정말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개나리꽃 핀 지푸라기 울타리 밑에서
병아리들이 어미닭 날개 밑을 드나들며
엄마아빠 닭과 함께 모이 쪼는 모습도
부모님과 마루에 앉아 그때처럼
정말 단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정말로 참 좋겠습니다.
12. 마지막 12월 달력 /
전지전능하신 이여,
우리 아버님도 아닌 것이,
우리 어머님도, 아닌 것이
날 보자마자 정색하며 혼줄나게 날 나무랍니다
누굴 믿고 저러는지 벽에 걸린 저까짓 게,
아무 힘도 없고 그나마 혼자된 저까짓 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올 해 제대로 한 게 무어냐며 마구 대듭니다
올해는 그 기개 꺾인 줄 알았더니만,
다 잃고 나이 든 홀아비 주제에
그 방을 뛰쳐나와 피해버려도
내 고막을 계속 올라타며
금년도 오금이 저리도록 날 호통칩니다
출세라면
어떤 아부도 마다하지 않는 세상,
죽음 앞에 서있는 12월 달력 한 장만이
자기 소신 잃지 않고 겁도 없이
자기 소굴서 두목인 내게 사정없이 호통칩니다
하느님,
우리나라에 이러한 이
단 한분만 있어도, 정말 한분만 있더라도
칼바람 부는 이 겨울 밤에 난
나의 눈물손수건 영원히 날리겠습니다.
2010. 12/20
13. 허름한 슬레이트 집 /
허름한 슬레이트 집 조손가정 담벽에서
평생을 벽 타며 살아가는 호박 줄기
호박꽃 나팔들을 입에 물고
세상을 향해 나팔을 신나게 불고 있다.
돌담 벽 타다 손발 다 문드러졌지만,
자기 사전엔 포기란 절대 없다.
맨몸으로 수직 벽 타면서도
어깨에 호박 매달고 나팔을 불고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쩔쩔매고 있다.
그 허름한 슬레이트 집 단칸방에서도
"벌써 담벽에 호박 한 덩이 열렸다" 며
할머니와 손자들의 웃음소리
담벽의 나팔소리처럼 쏟아지고 있다.
14. 당신다운 당신이 또 보고 싶습니다 /
발이 퉁퉁 붓도록 불철주야 서서 일만하던 군산의 바다가
취업에서 번번이 미역국을 마신 우리의 젊은이들처럼
한쪽에 고개 처박고 이젠 눈이 퉁퉁 붓도록 잠자고 있다
그간 낮은 곳에서 늘 묵묵히 황소처럼 일만 하던 바다가
믿었던 두 님들한테 배신당한 후에는
365일이 세 번이나 거의 지나도록 저리 자빠져 자고 있다
얼마 전까진 방바닥에 등 붙여볼 날 없었던 우리의 바다,
예수 같은 정치꾼들이 찾아와 달콤한 말 하더라도
그들 속셈 아는 듯, 꼼짝도 않고 그러고만 있다
어쩌다 깨더라도,
보릿고개를 맞이하고 우리 어머니들이 우실 때
담뱃대 빨며 오직 생각에만 잠기시던 우리 아버지들처럼
그냥 파도치며, 그저 생각에만 푸욱 잠겨 있다
오, 하늘보다 장하게 용광로처럼 활활 살았던 大洋이여,
손발톱이 문드러지고 오장육부가 썩어가면서도
우릴 밝히 먹여왔던 우리의 장한 어머니 군산의 바다여,
당신다운 당신이 또 보고 싶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2019. 10/27
*위에서,
두 님 : 군산 오식도동에 있던 GM과 현대조선소를 뜻함.
15. 햇살을 불러들이는 여인./
수족의 진기가 빠진 오동리 방죽의 연잎들이
자기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한기寒氣를 내쫓으려
간신이 고개 치켜들고 동녘의 해 기다리고 있는 11월 첫새벽,
스스로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칠팔 명의 배달메인들이
어서 가라 새벽을 축구공처럼 뻥뻥 차며 광법사 산 향해간다.
어둠 들이키며 동녘 태양이 제 살 불태워 막 햇살 보내는 시간
덩치가 산만한 남잔 하나 남은 자존심만 푯대처럼 움켜쥔 채,
이불속에서 갖가지 핑계와 늘 연애하였다.
아내는 그때마다 창문 열고 응원군인 햇살을 방에 불러들였다.
"당신 재활될 수 있어요, 포기는 암보다 더 큰 병입니다" 하며...
설득하고 사정하기를 5, 6개월
그 후 남편은 그 알량한 자존심 내던졌고
아내는 63빌딩 같은 남편 재활 위해 손발 쥐나도록 움직였다.
부축하며 매일 조석으로 2번씩 걷기운동 하기를 만5년
녹슨 양철 같던 좌측다리가 드디어 근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마다
서로 몸도 맘도 하나로 엮어 광법사 산 정상에 선 부부,
온 세상 얻은 듯 동녘 해 향해 “야호” 하며 손나팔 분다
온 산 나팔소리 가득하더니, 금세 나무마다 햇살 다닥다닥 붙는다.
만약 저 부인이 해를 그려 그간 그림일기 써왔다면
매일 그린 그 일기장엔 얼마나 수두룩한 해들이 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