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자 대동관 사장이 가게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청주=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마음껏 퍼주려고 장사합니다. 그래봤자 하루에 밥 한 통 더 나가나요. 춥고 배고픈 사람 더 주고, 오고 가며 배고프다는 사람 더 주는 게 우리 집 인지상정입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대동관'의 유소자 사장(76)은 후한 인심으로 44년째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동관은 고인이 된 남편 정용화씨가 1974년 차린 식당이다. 결혼 후 부부가 함께 운영하다 30년 전 사별하고 유 사장이 가게를 이어받았다. 젊을 때부터 해온 미용사 일을 포기하고 식당 경영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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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는 짜장면(3000원), 간짜장(4000원), 짬뽕(4000원), 우동(4000원), 볶음밥(5000원), 탕수육(8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밀가루보다 속이 편한 홍미(紅米) 면을 사용한 짜장면, 짬뽕 등 신메뉴를 개발해 손님을 더 끌어왔다. 홍미 짜장면ㆍ짬뽕은 2000원씩 비싸지만 당뇨와 소화 등에 이롭다고 해 인기가 많다.
대동관 짜장면, 짬뽕, 탕수육
이미 남는 게 없는 장사이지만 유 사장은 음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더 달라는 대로, 하다못해 커피 한잔이라도 타줘야 직성이 풀린다. 밥은 알아서 더 갖다 먹도록 밥솥째로 내뒀다. 유 사장은 "원래 남 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학생들이 오면 보통을 곱빼기로 준다. 아까운 걸 모르고 산다"고 말했다.
이러니 단골들은 '남편 때보다 낫다'라고 한다. 유 사장은 "남편 때 몰래 주던 서비스를 내가 식당을 맡고 나서 마음껏 퍼주니 한 사람한테만 잘해도 손님들이 물고 물고 들어온다. 손님이 한 번 오면 나갈 줄을 모른다"며 내심 자부했다.
어려운 형편에 짜장면을 먹으러 온 동네 노인들에게 술을 무상으로 주다 경쟁 업소의 신고로 세무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동네에 미담이 익히 알려져 속사정을 안 조사관이 도리어 미안해하며 형식상 1만여원의 세금을 물리고 끝났다. 이제는 주류 판매를 신고하고 '짜장면보다 비싼' 술을 팔고 있다.
손님들은 이렇게 싸게 해서 가게가 되겠냐며 걱정한다. 사업 초창기에 건물을 매입해 임대료 부담이 없다지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만큼 일반적인 장사는 아니다. 유 사장은 "이 가격으로는 아무리 잘해야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며 "봉사를 목적으로 40년 넘게 문 한 번 닫지 않고 열렬히 해왔다. 최선을 다하니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고 털털하게 말했다.
손님들의 사랑과 걱정에 유 사장은 요즘 더 살맛이 난다. 그는 "돈을 벌든 못 벌든 오랜만에 보는 사람, 새로 보는 사람, 손님들 만나는 재미로 장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어찌 견디다 보니 백년가게로 선정돼 경기 불황에도 공치지 않고 면했다. 이제는 전국 동서남북에서 손님들이 온다"고 뿌듯해했다.
대동관의 영업 비밀은 이렇듯 주고받는 선순환이다. 유 사장은 "사실 공짜는 없다. 주는 게 있으니 오는 게 있는 법"이라며 "한눈팔지 않고 소신대로 열심히 하니 손님들도 계속 찾아준다. 죽을 때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남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즐겁게 장사해왔다"며 "자식들이 이제 그만 쉬라며 말리지만, 지금까지 이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온 만큼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싸게 좋은 음식을 베풀겠다"고 다짐했다.
유소자 대동관 사장과 두 주방장이 가게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첫댓글 짜장면 지금도 엄청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