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면 얼마쯤 걸릴까? 물론 출발점이 어디냐, 어떤 루트를 잡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긴 하다.
미국 앨래스카주 출신으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사는 여성 울트라 사이클리스트 라엘 윌콕스(38)가 시카고를 떠났다가 2만 9169km를 돌아 시카고로 돌아오는 데 108일 12시간 12분이 걸려 2018년 스코틀랜드 여성 제니 그레이엄이 작성한 124일 11시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영국 BBC가 12일 전했다. 윌콕스는 지난 5월 28일 출발해 사대륙 21개국을 거쳐 11일 밤 9시 시카고에 돌아왔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14시간씩 안장 위에 앉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녀와 같은 울트라 사이클리스트들은 자전거를 타며 하루에 6000~1만 칼로리는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사이클링 위클리 북미판 편집장인 안느마리에 룩은 "그녀는 그냥 믿기지 않는 스태미나와 정신적 강인함, 결단력을 갖고 밖으로 나가 극단으로 치닫는다. 108일 동안 날이면 날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윌콕스는 미국의 동서 길이에 해당하는 4000마일을 횡단하는 트랜스암 대회를 우승한 최초의 여자 라이더였다. 그녀는 또 로키 산맥을 따라 아메리카 대륙판이 갈라진 것을 횡단하는 투르 디바이드 대회에서도 여러 기록을 작성했다.
그녀의 최근 기록은 기네스의 "세계 일주 라이드"로 등재된다.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오되 한 방향으로 계속 가야 기록으로 인정된다. 라이더의 전체 여정은 비행과 항해, 대중교통을 합쳐도 되는데 지구 적도의 길이 4만km가 되거나 최소한 2만 8970km는 돼야 한다.
이에 따라 시카고를 출발한 윌콕스는 뉴욕에서 배를 타고 포르투갈로 떠났다. 암스테르담과 독일, 알프스를 거쳐 발칸으로 건너가 튀르키예와 조지아에 이르렀다. 비행기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날아가 퍼스에서 자전거로 남부 해안을 따라 브리즈번까지 가서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뒤 고향 앵커리지로 날아간 뒤 태평양 연안을 따라 로스앤젤레스까ㅣ 간 뒤 루트 66 도로를 따라 시카고에 이르렀다.
현재 기록 보유자인 그레이엄은 윌콕스가 완주한 날 승리의 감격을 함께 나눴다. 그레이엄은 "자신이 하는 스포츠를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는 여성들을 보는 일은 아주 환상적이다. 난 그냥 엄청 팬"이라고 말했다.
룩은 윌콕스와 그레이엄의 노력은 다른 이에게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제니 그레이엄과 라엘 윌콕스, 그들 같은 여성들이 하고 있는 일은 경계를 밀어내는 일이다. 사이클이란 점에서 뿐만아니라 여성 선수에게 따라붙는 경계도 밀어내야 한다."
윌콕스는 여정 내내 동성 아내이며 영화 제작자 루질 칼라다이트가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왔다. 커플은 또 매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그날 있었던 좋은 일과 궂긴 일을 공유해 왔다.
윌콕스의 새 기록은 벌써 도전자가 뛰어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도의 울트라 사이클리스트 베단기 쿨카르니(25)가 약 7700km를 주파하며 65일로 줄여놓은 상태다. 쿨카르니는 110일로 기록을 단축하겠다고 목표를 정했는데 윌콕스(108일)를 넘어서려면 바짝 힘을 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