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여행지로 아직도 홍콩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 글을 눈여겨보자. 홍콩보다 낭만적인 야경이 부산에 있다. 8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 빌딩에서 쏟아내는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고 해운대 밤바다에 넘실댄다. 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 기울이기 딱 좋은 부산의 겨울밤이 반짝반짝 깊어간다.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두근두근 야경
겨울바람이 차다. 그런데 밤이 깊을수록 사람들로 북적이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도 떠날 줄을 모른다. 한국의 마천루로 불리며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더베이 101’ 이야기다. 해운대 동백섬 입구에 자리잡은 더베이 101은 부산 야경의 일번지로 손꼽히는 마린시티를 마주보고 있다. 높은 빌딩들이 빼곡히 서 있는 마린시티는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으로 채워진다. 40층에서 80층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선 고층 빌딩의 불빛이 밤하늘을 뒤덮은 별빛 같기도 하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같기도 하다. 빌딩에서 쏟아내는 빛들이 밤바다에 일렁이며 낭만에 낭만을 보탠다.
해운대 마린시티는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단지다. 80층 높이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빌딩인 두산 위브 더 제니스를 비롯해 72층의 해운대 아이파크 등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 솟아 있는 마린시티는 밤이 되면 홍콩 마천루 못지않은 야경을 선사한다. 사실 마린시티 야경은 수년 전부터 사진작가들 사이에 야경사진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어서 찾아가기도 어려웠고, 힘들게 사진 몇 장 찍고 쓸쓸히 돌아서던 장소였다. 그곳에 더베이 101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야경을 누리게 되었다.
야경을 배경으로 마시는 로맨틱 맥주 한잔
2014년 5월에 문을 연 더베이 101은 전체 면적이 6,000여 ㎡에 이른다. 하얀 선물상자처럼 생긴 건물은 해운대, 동백섬, 마린시티와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자연 풍광과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낮보다 밤에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더베이 101을 찾은 사람들은 마린시티의 야경에 가장 먼저 빠져든다.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마린시티의 야경을 담느라 분주하다.
야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야외 테이블은 최고의 명당
마린시티 야경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형형색색의 불빛을 배경으로 짜릿한 맥주 한잔을 마시면 홍콩의 야경이 부럽지 않다.
1층에 있는 ‘핑거스앤쳇’은 맥주와 함께 피시앤칩스를 판다. 생선과 감자튀김 요리인 피시앤칩스는 싱싱한 농어와 새우가 인기다. 부드럽고 고소한 생선튀김과 맥주의 만남이 ‘치맥’보다 한 수 위다.
다행히 부산의 겨울 날씨가 야외에서 견딜 수 있을 만큼 제법 푸근하다. 상당히 추운 날을 대비해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테이블도 있어 걱정없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부산어묵과 우동은 추위를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커플이라면 두 사람이 함께 두를 수 있는 긴 목도리는 필수 아이템이다.
건물 안에도 야경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2층에 있는 ‘핑거스앤쳇 다이닝펍’에서는 아름다운 야경과 일렁이는 밤바다를 창가에서 볼 수 있으며,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창가에는 야경과 밤바다가 일렁이고, 실내에는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미국 텍사스 스타일의 바비큐와 싱싱한 해산물 파스타가 인기 메뉴다. 조금 비싸긴 해도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50년 전통의 등심 전문 식당인 ‘대도식당’도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일반 고깃집과는 달리 고기를 팬에 굽는 게 색다르다.
동그란 팬을 두태기름(소의 콩팥 옆에 붙은 기름)으로 닦은 뒤 마늘을 먼저 볶고 마늘향에 고기를 익혀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요트로 즐기고 두 발로 즐기는 부산의 바다
더베이 101의 낮 풍경도 매력적이다. 더베이 101 요트클럽은 최신 대형 요트와 수상 레저 시설을 갖춰 부산의 바다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요트는 친구나 가족끼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투어, 원하는 사람끼리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럭셔리 투어 두 종류다. 요트를 타고 해운대와 동백섬, 광안리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대별로 선택해서 탈 수 있는데, 해 질 무렵 선셋 투어 인기가 그중 최고다. 시속 120km에 달하는 초고속 제트보트와 물속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반잠수정은 더 짜릿하다.
제트보트, 반잠수정, 요트 투어도 인기 만점<사진제공·더베이101 요트클럽>
두 발로 뚜벅뚜벅 동백섬을 돌아보는 좋다. 더베이 101에서 이어지는 동백섬 산책로는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게 된다. 달맞이언덕과 광안대교,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최치원의 해운대 각자와 인어상, 누리마루, 등대 등 구석구석에 볼거리가 다양하다.
섬 한 바퀴가 불과 900m. 힘이 남는다면 최치원 선생 유적이 있는 동백섬 정상에 올라도 좋다. 울창한 동백 숲으로 둘러싸인 정상에 서면 파도 소리마저 고요하다. 가만히 앉아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에 귀기울이기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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