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텔라 공연이 일산 킨텍스에 이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두 딸과 함께 오후 6시에 열리는 콘서트에 가기 위해 대낮부터 만났다
콘서트만 중요한가요? 딸들과 만나는 게 더 중요하고 재밌지요
재 정비 했다는 장충단공원 안에 단아해 보이는 한옥 가페 haus가 있다며 큰딸이 안내한다
다니던 학교 바로 밑에 있는 공원이라서 그야말로 큰딸의 나와바리(?)다
공연장인 장충체육관이 바로 옆에 있어 오늘 일정의 동선은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공원 안에 쏙 들어와 있어 초록으로 둘러싸여 눈도 시원하지만 공기도 아주 청량하다
오늘 날씨가 산책하기에 햇살도 바람도 아주 적당하다
티타임이 꽤 길었다
딸들과 수다 떠는 시간은 너무나 초고속으로 달린다
공원 꼭대기가 딸내미 다닌 학교라 잠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석가탄신일이 가까우니 학교는 온통 연등으로 채워진 느낌이다
밤에 보면 더 예쁘겠다
구호처럼
연등을 켜고 모든 번뇌를 다 지워버릴 수 있기를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혹은 우리가 들어간 식당 등지에서
포레스텔라공연을 보러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무리들을 만났다
포레스텔라 굿즈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우리와 같은 모녀조합들이 꽤 많아 웃었다
젊은 시절 딱 한번 올라가 본 남산타워도 체육관 돔과 잘 어울린다
티켓 찾아 입장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 잠시 체육관 주변을 산책하다 들어갔다
공연시작 전의 기다림도 참 좋다
무대 장식도 멋지고 오케스트라 좌석은 단차를 두어 위아래 그리고 사이드에 배치했다
체임버오케스트라 정도의 규모다
가수의 콘서트에 꽤 큰 규모다
좌석 곳곳에 놓여있는 응원카드와 응원봉을 들고 흔들며 좋아라 하는 객석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기분은 어떨까
포레스텔라의 노래는 정말 웅장하다
멤버들 모두 가창력의 차이가 없다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배두훈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
닫혔던 문을 활기찬 표정으로 열어주는 듯한 조민규의 청아한 목소리
소프라노 음역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강형호의 힘 있는 목소리
너무나 흥분된 분위기를 차분하게 눌러주는 저음의 고우림
어떻게 이런 조합이 팀이 되었을까
팬텀싱어가 낳은 최고의 팀이라는 내 생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는다
강형호가 내리지르면 그야말로 록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느낌이고
조민규가 많은 파트를 노래할 땐 클래식 음악회에 온 기분이 들고
배두훈이 감미롭게 표정을 담아 부를 땐 뮤지컬의 주인공을 만난 기분이다
고우림의 저음은 독보적인 강렬함으로 그 어떤 고음과도 버무려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노래 몇 곡 부른 후 멤버들의 멘트는 쉼의 느낌이 들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멘트가 너무 산만하고 길어질 때가 있다
멤버들과의 티키타카하는 모습은 때론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툭툭 던지는 서로 다른 화제들은 유머에서 벗어난 신변잡기 같아 다소 아쉽다
가끔 고우림이 얼른 치고 들어와 다음 곡 소개해야 할 것 같아요 할 때 귀여운 구세주 같았다
막내가 선배들 부산스런 말 얼른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본인도 지루했을 터였다
주최 측에서 유머를 섞은 멤버들의 중간멘트를 협의하거나 아우트라인을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멘트가 너무 길어질 때마다 딸들과 이런 소소한 반발의 의사를 보이며 웃어보기
제발 그만~~~~
화려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3시간 가까운 시간을 채워준 포레스텔라의 멋진 콘서트
딸들과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함께 쏟아낸 기분이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ps: 장충체육관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좌석이 너무 불편하다. 딱딱한 재질이기도 하지만, 앉아있을 때 자꾸 앞으로 쏠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좌석교체 계획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