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교정
산하와 도심 가로수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내일이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다. 장마가 뻗친 기운으로 어제 늦은 오후부터 간밤 비가 살짝 흩뿌렸다. 우리 지역은 제주 남쪽 형성된 장마전선이 다음 주 활성화될 듯하다. 주중 수요일 아침 출근길이다. 평소는 아침방송 뉴스 일기예보까지는 시청하고 현관을 나섰는데 그보다 이른 시각 집을 나왔다.
그간 출근 차림으로 넥타이까지 매지 않아도 양복 겉옷을 입고 다녔다. 이제 날씨가 더워져 반팔 셔츠만 입고 나섰다. 볕살이 뜨거워지고부터는 내가 햇빛 가리개로 쓰는 마직 중절모는 빠트리지 않는다. 비가 오거나 종일 구름이라도 끼는 날은 예외다. 내 인상착의는 감출 수 없는 대머리인지라 여름 뙤약볕이면 모자를 써야 이마가 덜 따갑다. 겨울은 겨울대로 방한모를 써야한다.
반송소하천 곁을 따라 걸어 원이대로를 건넜다. 날이 일찍 밝아와서이지 아직 출근족이 그리 많이 않은 때였다. 교차로에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이 많지 않아 교통 흐름이 순조로웠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고 걸어 다니기에 횡단보도 녹색신호만 오길 기다리면 되었다. 여느 때처럼 창원스포츠파크 동문을 지나 폴리텍대학 후문으로 향했다. 대학 구내를 관통해 교육단지 보도를 걸었다.
교육단지는 창원기계공고와 도서관을 거쳐 몇 개 초중고가 나란히 자리한다. 내가 워낙 이른 시각 출근하는 지라 등교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차도에도 오가는 차량이 한 대 없고 보도는 행인이 아무도 없었다. 충혼탑 사거리와 가까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이르렀다. 교문을 들어서니 일찍 등교하는 한 학생이 들어섰다. 드물긴 하였지만 일찍 오는 학생이 있기는 했다.
교문을 들어서니 운동장의 잔디가 무척 싱그러웠다. 우리 학교는 운동장이 천연잔디로 덮여져 여름이면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그동안 행정실 기능직 주사가 세력을 뻗쳐 자라는 토끼풀을 뽑느라 고생을 좀 했다. 봄부터 몇 차례 비가 알맞게 내려 잔디는 시들 겨를 없이 풋풋하게 자라고 있다. 어느 날 젊은 주사가 토양에 거름기가 부족할까 봐 비료를 뿌려주는 것도 보았다.
운동장 잔디는 비 온 뒤 아침 햇살이 비치면 무척 아름다웠다. 풀잎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물방울 그림의 대가 김환기 화백의 비구상 작품을 보는 듯하다. 동편 가장자리엔 까치들이 날아와 먹이를 찾느라 부리를 부지런히 쪼아댔다. 젖은 잔디에는 지렁이나 땅강아지가 잘 잘라 까치들이 좋아한다. 그만큼 생태계 오염이 덜 되었고 안정되었음을 방증하였다.
작년까지는 우리 학교 운동장에 후투티도 날아왔다. 후투티는 여름 철새로 머리에 투구를 쓴 듯 외양이 특이했다. 후투티는 딱따구리가 살던 집에 둥지를 틀어 알을 놓아 새끼를 쳐서 가을이면 남쪽으로 내려간다. 박인로의 가사 작품 ‘누항사’에는 ‘오디새’로 나오기도 하는 새다. 텃새로 머물기도 하는데 지난 봄방학 때 한 쌍이 보이더니만 이후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교문을 들어서다 아침 햇살 눈이 부신 녹색 잔디를 폰 카메라에 담았다. 본관으로 드는 길목 대형 화분에 심어둔 베고나아도 찍었다. 뒤뜰로 가 내가 관리하는 별탑원 주변을 살폈다. 내가 가꾸고 있는 봉숭아는 비를 함초롬히 맞고 잘 자랐다. 몇 차례 김을 매고 비료를 주었다. 아직 잎줄기 세력이 약해 꽃망울을 달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알록달록한 꽃송이를 볼 수 있지 싶다.
마당비를 들고 뒤뜰에 많지 않았지만 지푸라기와 나뭇잎을 쓸어치웠다.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나온 지렁이 한 마리가 보여 젖은 나뭇잎과 같이 축대 흙더미로 옮겨주었다. 이어 교무실로 올라 실내등과 컴퓨터를 켜고 몇몇 지기들에게 내가 있는 현 위치를 알렸다. 아까 교문을 들어서면서 폰 카메라에 담아둔 잔디 모습을 카카오 톡으로 날리면서 봉숭아 꽃밭 사진도 같이 보냈다. 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