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해상전망대
강 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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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수평으로 칠십여 미터를 들어간 바다에서 이십여 미터를 다시 하늘로 솟아올라 조망하는 바다와 하늘의 풍광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듯 바다에서 치솟은 듯 공중에 붕 떠서 아름다운 사방천지 비경을 바라보니 왜 아니겠는가. 원래부터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던 청사포였지만 해상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곳 포구를 처음 접했을 때 바다빛깔이 여느 바다보다 유달리 푸르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청사포란 이름이 붙은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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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마을 고기잡이 어부의 애타는 사랑이 담긴 전설에서 푸른 뱀靑蛇이 이곳 지명이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뱀마저 다시 모래로 바뀌어 청사포靑沙浦가 되었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구간에 해상전망대가 들어섰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는 정확한 위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오륙도와 동백섬이 조망되는 곳일 터이니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친구를 찾아 그가 흘리는 눈물을 대하고나니 마음이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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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없이 다들 마지막은 이러다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울적한 기분까지 들었다. 망망대해라도 찾아 마음을 달래고자 해운대로 향했다. 속으론 새로 들어선 해상전망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동행한 아내에겐 내색하지 않았다. 미포삼거리에서 폐선을 따라 청사포 등대가 나타나는 곳까지 걸었지만 새로 만든 해상전망대는 보이질 않았다. 신문기사가 틀릴 리 없을 텐데 하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전망대 찾는 것을 포기하고 되돌아가려고 달맞이고개 산책로를 꺾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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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망대를 다녀온다는 중년 부부 십여 명이 떠들썩하게 산책로에 줄을 지어 나타났다. 전망대까지의 거리를 물었더니 앞서오던 여인네가 다른 사람이 대답을 못하도록 팔을 휘저으며 막더니 “버스정류장 다섯 개는 될꺼라예.”라고 했다. 그 대답이 답답했든지 뒤따르던 남자는 자기 부인인데도 “저 여자는 얼굴만 예뻤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큰일”이라며 일 킬로미터만 가면 된다고 했다. 거리 개념은 약했지만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도 앞으론 길 묻는 사람에게 버스정류장 같은 소린 제발 하지 말라고 하자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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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청사포 마을에서 사백 미터이니 그 사내가 알려준 거리는 정확했다. 평일에다 벌써 해가 많이 기울었지만 전망대를 들고나는 탐방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진입로와 주차장을 온전히 마무리 못하고 팔월에 서둘러 개장한 것은 해운대를 찾는 피서객을 배려한 것 같았다.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란 이름이 상큼하게 다가왔다. 특히 순우리말 ‘다릿돌’이 들어서 그랬다. 예로부터 이곳 주민들은 바닥에 가지런히 늘어선 다섯 개의 암초가 마치 징검다리 같아서 다릿돌로 불러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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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붙이고 나면 다시 고치기 어려운 것이 이름이고 보니 외국어 이름이 대세인 현실에서 스카이로드나 스카이워크 같은 영어식 이름을 피한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사진가 그룹에서 일출명소였던 청사포로 자주 출사하는 바람에 젊은 날 몇 번 낀 적이 있었다. 그 무렵 가끔씩은 혼자서도 청사포를 찾아 썰물 때 드러나는 바닥의 바위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기도 했었다. 청사포는 그만큼 해안경관이 수려하고 바다는 탁 트인 태평양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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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전망대 소식을 접한 후 혼자선 전망대 이름에다 태평양을 붙여도 괜찮으리란 생각을 했었다. 한반도의 동해가 시작되는 지점이지만 태평양과 맞닿아있는 상징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직 때 부산의 원도심이나 서면 동래에서 가까운 자갈치나 송도 광안리 해운대를 두고 굳이 청사포까지 회식장소를 정했던 것은 이곳 비경이 그곳들을 능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전망대의 바다 쪽 끄트머리는 십삼 미터나 되는 넓은 폭으로 뱀의 머리를 형상화했고 교각까지 푸른색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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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푸른 뱀과 이곳 쪽빛 바다 컬러였다. 탐방객들은 들뜬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부산하게 스마트폰으로 추억 남기기 촬영에 매달리고 있었다. 왕 서방네 후예들도 빠지지 않았는데 셀카 앞에 모델로 나선 일행 중엔 파란색 배낭을 맨 어린 꼬마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붙어서 있었다. 바닥에 설치한 투명유리로 바닷물을 내려다본 반려견이 겁을 먹었는지 배를 깔고 납작 엎드렸다. 성숙한 녀석이지만 놀란 나머지 배설이라도 할까봐 신경이 쓰였다.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한 전망대에서 왜 갑자기 예술가들의 작업이 떠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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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판에 붓으로 풍경을 옮기는 화가들이나 언어의 조련사인 시인들이 이곳 전망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상을 떠올리긴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전망대를 둘러본 사람들 중엔 청사포항 포구에 우뚝 서서 바다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등대로 향하는 탐방객들도 많았다. 외지에서 온 이들로 평소 바다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일 것 같았다. 젊은이들 다섯 명이 “역광이네!” 하면서 하얀 등대를 넣고 찍기를 포기하려는 순간 카메라 방향을 약간 틀어서 촬영해주었더니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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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엔 벽화마을도 들어서서 탐방객을 맞고 있었다. 가난에 찌든 어촌마을이 벽화로 인해 예술마을로 태어난 것이다. 젊은이들은 벽화 앞에 모델로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새로 들어선 머릿돌 전망대로 인해서 청사포가 뜨고 있다. 해운대 삼포란 해수욕장 끝자락의 미포에서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까지를 이른다. 옛 동해남부선 철길을 따라 걸으며 추억에 잠겨보면서 바다 위를 올라보고 포구의 등대와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청사포가 삼포의 중심에 있다.
[여행 팁] 부산지하철 2호선 장산역 7번출입구 올라 2번 마을버스 이용하여 청사포로 이동. 택시요금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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