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예순 한 번째 이야기
돌과 바람과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는 존재로서 드러날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보기위해서는 나를 비춰줄 거울이 필요 하듯이, 그것들이 존재로서 알려지려면 반드시 그것을 인식하여 드러낼 의식 있는 생명체가 있어야 합니다.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모여서 바다를 이루듯이, 모든 풍경과 생각들은 마음으로 흘러 들어 세상이라는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강물이 없으면 바다도 생길 수 없듯이, 풍경이 없으면 곧 마음도 없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풍경과 함께 나타나고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풍경과 마음은 서로 떨어져 존재하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즉 나와 세상은 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서 어떤 때에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즉 나는 온 세상을 내 안에 다 담고 있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는 타인의 마음에는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품고 또 서로에게 품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를 온전히 품고 서로에게 온전히 품기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바다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걸 받아들이고, 물처럼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념과 욕망을 내려 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맑은 물과 흙탕물과 구정물을 가리지 않고, 물은 낮은 곳을 꺼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말합니다.
"가장 큰 마음은 모든 것이 모여들게 하고 그것을 껴안아 줍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고집하지 않고 기꺼이 낮추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낮은 곳에 있으므로 해서 강물이 흘러들 수 있고
강물은 낮은 곳을 꺼리지 않으므로 바다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낮춰서 세상을 얻기도 하고 또 세상에 취해지기도 합니다.
바다는 강물이 흘러 드는 것 이외에는 더 바라는 게 없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는 것 외에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강과 바다는 서로 원하는 것을 다 얻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큰 마음은 스스로 낮추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내가 세상을 긍정하면, 그 즉시 세상은 나를 긍정합니다.」